“3년 치 물량까지 다 팔렸다”…SK하이닉스, 분기 영업이익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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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수요 급증,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 83조원 돌파
HBM4 본격 출하로 79.7% 영업이익률 달성, 2029년까지 완판 확정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8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률은 80%에 육박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회사는 2029년까지 3년 치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8일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27.9%, 영업이익은 632.1% 증가했다. 증권가가 예상했던 영업이익 77조원도 웃돌았다.
분기 영업이익률은 7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 76.3%보다 3.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SK하이닉스는 6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36조5105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181조4867억원에 달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영업이익률 79.7%…HBM4 본격 출하가 실적 견인
이번 실적의 핵심은 AI 반도체에 사용되는 HBM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AI 서버 투자가 늘어나면서 HBM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부터 6세대 HBM인 HBM4를 본격적으로 출하하며 수익성을 높였다. HBM4는 이전 세대인 HBM3E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일반 D램에서도 AI 서버용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서버용 DDR5 판매량은 2분기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고성능 서버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가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트리플레벨셀(TLC) 기반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집중했다.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역시 실적에 반영됐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D램이 20%대 후반, 낸드가 20%대 중반 상승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 확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졌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률 79.7%는 매출 100원당 약 80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는 의미다. 회사가 발표한 수치는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익성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준다.

"2029년까지 사실상 완판"…고객 주문량은 생산능력의 2배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2029년까지 3년간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확보한 고객 수요가 향후 생산 물량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HBM 수요는 공급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고객사들이 요청한 HBM 물량은 회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두 배를 넘는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공급계약도 빠르게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14개 주요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 계약은 5년 단위로 이뤄졌으며, 일부 고객사와는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2027년과 2028년에는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이 장기공급계약 물량에 해당한다. 회사는 앞으로도 LTA 비중을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장기공급계약은 반도체 제조사가 향후 생산량과 투자 규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공급사는 일정 기간의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시설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의 성장세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에도 반박했다. 회사는 AI 투자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으며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4가 주력 제품으로…청주 공장 생산능력 확대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부터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에서 HBM3E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차세대 HBM 제품이 기존 주력 제품을 대체하면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중심의 사업 구조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충북 청주에 있는 M15X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말까지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HBM 생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서버용 DDR5와 서버용 저전력 D램 모듈인 소캠(SOCAM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공급도 늘린다.
회사는 4분기 D램 출하량이 3분기보다 20%대 중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HBM과 일반 서버용 D램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낸드 사업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321단 공정의 비중을 4분기 국내 낸드 생산능력의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고용량 eSSD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시장에 대응한다.
차세대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7세대 HBM인 HBM4E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했다. 표준 제품뿐 아니라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성능과 사양을 조정하는 맞춤형 HBM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고대역폭플래시(HBF) 개발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HBF는 AI 시스템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개발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용 AI와 개인용 AI 수요가 확대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과 로봇 등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가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100조원 규모 주주환원 추진…용인 반도체 공장 투자 본격화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에 맞춰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도 추진한다.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 등을 포함해 총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금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주주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회사가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인 뒤 없애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조치다. 주주환원 규모가 확대되면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비중도 커진다.
회사는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도 확대한다. 내년에는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첫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의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청주 M15X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한다.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계획은 철회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시장 변동성을 고려할 때 당초 기대했던 상장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솔리다임 상장 철회와 관련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부합하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실적을 바탕으로 차세대 메모리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 주주환원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