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면 반드시 확인… '퇴직금', 곧 이렇게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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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부터 규모별 3단계 추진…퇴직금 체불 근절·수급권 보장 총력
오는 2030년까지 국내 모든 사업장의 퇴직급여 사외적립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또한 전문 수탁법인이 근로자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정부는 29일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2월 6일 노사정이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두고 발표한 사상 첫 공동선언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법제화한 결과다.
방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근로자의 수급권 보장을 위해 퇴직급여를 회사 밖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규정하고 500조 원을 돌파한 적립금의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계약형’ 외에 ‘기금형’ 모델을 신설하는 것이다.
2028년부터 규모별 3단계 사외적립 의무화… 체불 방지 목적
정부가 퇴직연금 사외적립을 전면 의무화하기로 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퇴직금 체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전체 임금 체불액 중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8229억 원)에 달했다. 반면 2024년 기준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로 지난 10년간 26~27%대에서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노동자 가입률 역시 53% 수준에 정체돼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도입률이 저조해 30인 미만 사업장은 23.2%,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사업장 규모별로 3단계에 걸쳐 사외적립 의무화를 추진한다. 2028년 1월 100인 이상 사업장(2024년 사업체노동실태현황 기준 1만 8319개)을 시작으로 2029년 1월에는 10~99인 사업장(31만 9231개), 2030년 1월에는 10인 미만 사업장(176만 7543개)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연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7년 한 해를 제도 안착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적립 의무는 각 단계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근속 기간부터 적용되며 법 시행 전 근속 기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
영세·중소기업 부담 완화 지원책 마련… 규약 신고 절차 간소화
영세 사업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새로 편성됐다.
우선 30인 미만 중소기업이 의무화 시점 이전에 퇴직연금을 조기 도입할 경우 최저임금 130% 미만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 부담금의 10%를 재정으로 지원한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하고 1개월이 지난 뒤 경영자금을 융자받으면 대출금리의 2%포인트를 이차보전한다. 아울러 30인 미만 영세 기업에 부과되는 퇴직연금사업자 수수료율은 3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저 요율 수준으로 인하 조정된다.

제도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확정급여형(DB) 적립금 최소적립의무를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500곳부터 정기 감독을 시작해 점차 대상을 늘린다.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사용자에게 근로자 임금 정보 제공 의무를 새롭게 부과해 부담금 미납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기로 했다. 반면 도입 행정 절차는 대폭 간소화해 사용자가 규약을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제출하고 심사받는 절차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중퇴기금)처럼 표준계약서 체결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근로자대표 동의 및 의견 청취 절차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1년 미만 근속자나 초단시간 노동자의 퇴직급여 적용 문제는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발전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노무제공자는 지난 7월부터 중퇴기금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이 허용된 상태다.
'기금형' 제도 신설… 전문 수탁법인이 DC·IRP 적립금 운용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01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6.47%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국민연금의 연간 수익률(18.82%)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현재 DB형은 사용자가, DC형과 IRP는 근로자 개인이 직접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 탓에 안정성 중심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자금이 묶여 있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독립된 전문 수탁법인이 가입자의 적립금을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운용하고 운용에 따른 수익과 손실을 가입자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DC형과 IRP로 한정된다.
수탁법인은 설립 주체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민간 금융회사가 설립하는 영리 목적의 ‘금융기관 개방형’, 복수 사용자나 전국 단위 노사단체가 구성하는 비영리 목적의 ‘연합형’, 근로복지공단 중퇴기금 등 ‘공공기관 개방형’이다. 기금형은 기존 계약형과 병행 운영되며 기업은 사정에 따라 두 방식을 혼합하거나 복수의 기금을 설정할 수도 있다. 사업장에서 근로자대표 동의를 거쳐 특정 기금을 디폴트(기본값)로 지정할 수 있으나, 개별 노동자가 타 상품을 원할 경우 선택권을 우선 보장한다.
수탁법인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한 통제 장치도 촘촘히 설계됐다. 수탁법인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사·전문가·정부 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받아야 한다. 민간 금융기관 개방형의 최소 자본금 요건은 120억 원으로 설정됐다.
금융기관 개방형 법인의 이사회는 하부위원회 위원장 5명 중 4명 이상을 독립이사로 구성해야 하며 이 중 30% 이상(최소 2명)은 근로자 등 가입자가 추천한 인사로 채워야 한다. 노사 연합형의 경우 노사 동수 참여가 원칙이다. 특히 자산 운용, 이해상충 관리, 설명 의무 위반 등과 관련한 법적 분쟁 시 입증 책임을 수탁법인으로 전환해 법인이 스스로 무과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아울러 수탁법인은 적립금의 0.25%를 운영위험준비금으로 의무 적립해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호주 퇴직연금 제도를 벤치마킹한 규정으로 적립금 10조 원 기준 약 25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금의 자산 보관, 기준가 산출, 성과 평가는 외부에 의무 위탁해야 하며 핵심 업무인 투자 정책 수립과 리스크 관리는 위탁이 전면 금지된다. 감독 및 제재 권한은 고용부가 총괄하되 금융위·금감원이 참여하는 상설 감독협의회를 운영한다.
한편 중퇴기금 가입 대상은 내년 1월 100인 이하, 2028년 1월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단계적 확대된다. 별도의 공적 퇴직연금공단 설립은 중장기 검토 과제로 넘겨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됐으며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참여 여부는 노사정 이견으로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정리됐다.
위험자산 한도 완화·평가 순위 전면 공개… 연금 수령 유도책 병행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의 운용 규제와 인프라도 대폭 개편된다.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현행 70%)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 구체적인 완화 수치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과 가입자 수요를 면밀히 살펴 내년 중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DC형 한도 완화 여부도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상품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DC와 IRP 투자 대상에 종합투자계좌(IMA)와 증권사 발행어음이 추가되며, 중퇴기금의 중소벤처기업부 성장펀드 출자가 허용된다.
현재 320여 개에 달하는 DC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은 수익률과 위험조정성과를 기준으로 통폐합·재편된다. 디폴트옵션 적용 통보 시점도 현행 ‘만기 4주 후’에서 ‘만기 2주 전’으로 당겨 만기 자금의 공백을 최소화한다. 300인 이상 DB 사업장의 적립금운용계획서는 운용 현황과 성과를 의무 공시하도록 했다.
퇴직연금사업자 평가는 기존 정성평가 중심에서 정량지표 위주로 전환하고 평가 결과를 전면 공개한다. 현재는 업권별 상위 10% 사업자 명단만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자별 종합 순위를 매겨 공개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가입자들에게 가장 우수한 사업자가 어디인지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급 단계에서는 일시금 대신 실질적인 노후소득으로 기능하도록 연금 수령 유도 장치를 마련했다.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 일시금 수령 의사를 별도로 명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 형태로 지급된다. 지난해 기준 실제 연금 수령을 선택한 계좌 비중은 16.5%에 불과했으며 83.5%는 일시금으로 수령해 소진했다.
노후 자산의 누수를 막기 위해 중도인출 대신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며 담보 제공 한도를 현행 50%에서 70%로 확대한다. 노사정 합의에 따라 법정 요건을 갖춘 중도인출과 중도해지 권리는 현행대로 보장된다. 아울러 청년층의 조기 자산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청년의 퇴직연금 납입액에 세액공제율 15%를 전액 일괄 적용(기존 12%,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15%)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 달 중 이런 세부 내용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오는 12월 정기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사정이 장기간 협의를 거쳐 공동 합의로 도출한 대책인 만큼, 핵심 쟁점만 신속히 해소된다면 연내 본회의 통과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연내 처리가 지연되더라도 내년 초에는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