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불암·최진실이 한자리에’…차인표가 오늘 공개한 사진, 모두를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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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픔이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
국민배우 최불암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30일 유족에 따르면 최불암은 전날 오후 10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졌고,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해온 KBS1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썼으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 소식이 알려진 직후 후배 배우 차인표가 SNS에 추모글을 올렸다. 글과 함께 공개한 사진 한 장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차인표는 1998년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 최불암과 아버지와 아들로 만난 인연을 먼저 꺼냈다.

차인표는 "최불암 선생님과 나는 1998년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만났다"고 적었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자 그해 연말 여기저기서 최불암을 초청했고, 하루는 최불암이 차인표를 불러 자신이 가야 하는 자리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차인표가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최불암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표야, 네가 이번에 같이 가주면, 다음번에 나도 한번 같이 가줄께."
차인표는 "선생님은 그런 식이셨다"며 "까마득한 후배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하고 대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최 선생님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날,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글의 끝에는 드라마 속 아들로서의 인사가 이어졌다. 차인표는 "드라마 속 아버지, 아버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아버지 역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이제 아픔이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라고 작별을 전했다.
다음은 차인표 SNS 전문
최불암 선생님과 나는 1998년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만났다. 드라마가 히트를 치자 그해 연말,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초청했던 모양이다. 하루는 선생님께서 날 보자시더니 당신이 가야하는 어떤 자리에 나더러 같이 가달라 부탁을 하셨다. 내가 대답을 안하고 머뭇거리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인표야, 네가 이번에 같이 가주면, 다음번에 나도 한번 같이 가줄께."
선생님은 그런식이셨다.
까마득한 후배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인식하고 대해주셨다.
최선생님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날, 문득
그 기억이 떠오른다.
드라마 속 아버지,
아버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오랫동안 아버지역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이제 아픔이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

최진실과 최불암이 함께한 작품, '그대 그리고 나'
최진실 역시 '그대 그리고 나'의 주연이었다. 최진실은 극 중 여주인공 윤수경 역을 맡았고, 최불암은 수경의 시아버지이자 늙은 뱃사람 박재천 역을 맡았다. 두 배우는 같은 가족극 안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로 호흡을 맞췄다. 차인표가 올린 사진 속 고인의 얼굴이 많은 이들에게 같은 작품의 출연진을 함께 떠올리게 한 이유다.
'그대 그리고 나'는 1997년 10월 11일부터 1998년 4월 26일까지 방영된 총 58부작 가족 드라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에 방송됐다. 당초 50부작으로 기획됐으나 인기에 힘입어 8회가 연장돼 58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대본은 MBC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와 '엄마의 바다'를 쓴 김정수 작가가 맡았고, 연출은 '아들과 딸' 등을 만든 최종수 PD가 맡았다. 가족극에 잔뼈가 굵은 두 제작자가 의기투합한 작품이었다.
외환위기 시절, 시청률 62.4%를 기록한 이유
'그대 그리고 나'가 방영되던 1997년 말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가장들의 실직 문제가 닥치던 시기에 드라마는 서로 부대끼며 위기를 이겨내는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경북 영덕 강구항을 배경으로 늙은 뱃사람 아버지와 네 남매의 갈등과 사랑, 서민들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온기 있게 담아내 전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방영 내내 주말 프로그램 전체 1위를 지켰고, 1998년 4월 12일 방송분은 최고 시청률 62.4%를 찍었다. 한국 방송 역사상 단일 회차 최고 시청률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방영 기간 전체 평균 시청률도 42.5%를 웃돌았다. 두 편 중 한 편 이상을 전 국민이 함께 본 셈인 수치다.

최불암이 연기한 '박 뻥' 박재천
최불암이 맡은 박재천은 과거 외항선을 탔던 마도로스 출신으로, 극 중에서는 낚싯배 안내를 하며 사는 홀아버지였다. 젊은 시절의 방황과 외도로 자식들에게 상처를 줬고, 나이가 들어서도 허풍이 심해 동네에서 '박 뻥'으로 불렸다. 겉으로는 철없어 보이지만 자식들에 대한 애틋함과 회한을 품은 인물이었다. 극 중에서는 사돈 홍 여사와의 황혼 로맨스도 그렸다.
차인표가 쓴 "드라마 속 아버지"는 바로 이 박재천이다. 차인표가 연기한 둘째 아들 박영규는 수려한 외모를 유일한 밑천으로 삼아 부잣집 딸과의 결혼을 노리는 허세 가득한 문제아였다. 군 복무 시절 시골 처녀 미숙을 버리고 도망쳤다가, 자신의 아이를 안고 서울로 올라온 미숙에게 덜미를 잡힌다. 이후 시장 노점상으로 밑바닥부터 일하며 책임감 있는 가장으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박상원·송승헌·김혜자까지, 화려했던 출연진
박씨 일가에는 최불암 외에도 박상원, 차인표, 서유정, 송승헌이 이름을 올렸다. 박상원은 서울 중견기업에 다니는 우직하고 책임감 강한 장남 박동규를 연기했다. 동규는 다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아내 수경과 현실적인 부부 갈등을 겪는다. 서유정은 내레이터 모델을 꿈꾸며 신분 상승을 노리다 번번이 사기를 당하는 셋째 딸 박상옥을 맡았다. 상옥은 올케 수경의 조언과 배려로 점차 세상에 눈을 뜬다.
송승헌은 막내아들 박민규 역이었다. 민규는 박재천이 집안일을 돕던 식모 계순과의 사이에서 낳은 혼외자로, 출생의 상처 때문에 과묵하고 반항적인 성향을 띠지만 내면은 따뜻하고 여린 인물이다. 극 중 민규의 생모 이계순은 이경진이 연기했다. 계순은 서울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며 살다 훗날 장성한 아들 민규와 눈물겨운 재회를 한다.
윤수경 일가에는 김혜자가 어머니 김은순 여사로 출연했다. 은순은 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헌신했으나 장남의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잃고, 그 충격으로 초기 치매 증세를 겪는 비극적인 어머니상이다. 수경의 아버지 윤현수는 심양홍이 맡았다. 정년퇴직 후 여유를 찾으려 하고 딸의 결혼을 지지해 준 개방적이고 낙천적인 아버지다.
박원숙은 홍 여사로 나왔다. 수경 어머니의 이종사촌 동생으로, 돈과 이자놀이만 믿는 독신녀다. 화려한 옷차림을 즐기지만 속정이 깊고, 박재천에게 반해 황혼의 사랑 줄다리기를 펼친다. 박재천의 고향 친구 역은 양택조가 맡았다. 양택조는 홍 여사를 짝사랑하며 최불암, 박원숙과 함께 코믹한 삼각관계를 연출했다. 미숙 역의 김지영은 강원도 산골 출신의 순박한 처녀로 나와 영규의 아이를 임신한 뒤 서울로 상경해 채소와 나물 장사를 하며 아이를 키운다. 신시연 역의 이본은 부유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에 방황하던 외동딸로, 민규와 교감하며 마음의 치유를 얻는 인물을 연기했다.

최진실이 연기한 윤수경...연타석 흥행
최진실이 맡은 윤수경은 화목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당찬 직장 여성이다. 조건 대신 사랑을 선택해 동규와 결혼하지만, 가치관이 전혀 다른 시댁과의 관계, 남편의 오지랖, 직장 생활과 가사 병행이라는 현실적 벽에 부딪히며 갈등을 풀어간다.
최진실은 같은 해 방송된 '별은 내 가슴에'에 이어 '그대 그리고 나'까지 연타석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1997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영덕대게를 전국 브랜드로 만든 드라마
드라마의 영향은 방송 밖에서도 확인된다. 촬영지인 경북 영덕 강구항은 방영 직후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이전까지 지역 특산물 수준에 머물렀던 '영덕대게'가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야기의 터전인 어촌 마을은 영덕군 강구항과 울진군 후포항 일대에서 로케이션 촬영됐다.
음악도 기억에 남았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엔딩과 메인 타이틀에는 1969년 곡이자 영화 '레인 맨' 사운드트랙으로도 알려진 루 크리스티의 ‘Beyond the Blue Horizon’이 삽입됐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바닷가 풍경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기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