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역대 최대 63억 달러 털렸지만 30억 달러는 파트너 협조로 동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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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역대 최대 63억 달러 해킹, 30억 달러는 동결
63억 4,000만 달러 확보해 전액 보전 약속, 북한 해킹조직 지목

바이낸스가 암호화폐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바이낸스는 추정 피해액을 약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1달러 1,340원 기준)로 밝혔다. 이 가운데 약 30억 달러어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블록체인 파트너의 협조로 동결됐다. 바이낸스는 30일(현지시각) 금요일 해킹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모든 손실을 자체 자금으로 메우겠다고 거듭 밝혔다.
63억 달러 유출…직전 최대 기록의 4배
피해 규모는 집계 주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바이낸스는 총 영향액을 약 63억 달러로 추산했고,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공동창업자 조너선 레빈(Jonathan Levin) 최고경영자는 엑스(X)에서 64억 달러로 봤다. 디크립트(Decrypt)는 약 64억 달러가 털렸다고 전하며 2025년 2월 바이비트(Bybit)에서 빠져나간 15억 달러의 4배라고 짚었다. 최종 집계는 아직 진행 중이다.
자금이 빠져나간 경로에 대한 설명도 엇갈린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랩스(TRM Labs)는 목요일 블록체인 10곳의 바이낸스 지갑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디크립트는 블록체인 3곳에서 이더리움 약 35억 달러, 비트코인 약 14억 달러, 트론 약 6억 3,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호주 ABC방송은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 여러 곳에서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관측자들에 따르면 영향을 받은 토큰은 30~40종이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은 물론 테더·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도 포함됐다.
블록체인 포렌식 전문가 니컬러스 터른불은 ABC에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큰 해킹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는 전체 영향을 알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터른불은 공격이 꽤 정교했고 여러 방향에서 들어온 만큼 조직적 집단의 소행이라고 봤다. 수사 초점으로는 라자루스 그룹을 꼽았다.

동결 30억 달러와 바이낸스의 ‘보전 약속’
테더와 서클은 스테이블코인에 내장된 동결 기능을 써서 두 곳 합쳐 약 23억 9,000만 달러를 묶었다. 도난액의 43%에 해당한다. 여전히 밖에 남은 금액은 26억~32억 달러로 계산된다.
코인텔레그래프의 실시간 업데이트에 따르면 동결 자산 목록은 테더, USDC, 리플USD, 월드리버티파이낸셜 USD, 스트레이츠엑스 USD, USDT0, 랩드 비콘 ETH, 테더 골드, 팍스 골드, 팍스 달러, 아비트럼이다. 바이낸스는 수사 과정에서 추가 자산을 추적하면 이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실 보전 계획도 구체화됐다. 바이낸스는 금요일 해킹 손실을 메우려고 회사 자금 63억 4,000만 달러 이상을 따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중 50억 달러는 도난당한 것과 같은 종류의 토큰으로 이미 바이낸스 커스터디(수탁)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금액에는 동결됐거나 보호 중인 자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코인텔레그래프에 지갑 주소는 보안상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이 보유분이 다음 지급준비금 증명 보고서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을 언제 확보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 사야 할 토큰이 무엇인지, 구매가 언제 끝나는지, 도난 자산 중 얼마나 회수됐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공동 최고경영자 허이는 도난 물량과 같은 수량의 알트코인을 장외거래와 거래소 시장에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낸스의 SAFU 기금과 회사 보유분에는 비트코인과 이더가 상당량 들어 있다고도 했다. 바이낸스는 유동성이 낮고 OTC 결제에 시간이 걸려 일부 매수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 해킹조직 지목…침투 경로는 ‘노트북’ 그 이상
바이낸스는 초기에 DevOps 엔지니어(개발·운영 담당)의 노트북이 뚫렸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를 통해 공격자가 내부 서비스에 접근해 무단 출금을 요청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조사에서 ‘추가 침해 지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공동 최고경영자 리처드 텅은 엑스에서 사건이 단 한 번의 ‘원클릭’ 조작이 아니라 “더 복잡한 공격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돌리지 않았고, 지갑 개인키(프라이빗 키)가 유출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배후로는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가 지목된다. TRM 랩스는 온체인과 오프체인 정보를 근거로 ‘높은 확신’을 갖고 이 조직의 소행으로 귀속했다. 레빈 최고경영자도 이전 해킹과의 연관성을 들어 같은 조직을 유력하게 봤다. 온체인 조사원 잭XBT는 바이낸스 도난 자금이 앞서 발생한 비트겟 공격 자금과 같은 주소에서 섞였다고 밝혔다. 두 자금은 모두 토르체인을 거쳐 도착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동일 주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트겟 피해는 3억 8,800만 달러였다.
세탁 방식도 눈에 띈다. 체이널리시스는 “바이낸스 익스플로잇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탁 패턴을 관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짧은 시간에 수천 건의 거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자동화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이 주소들 사이를 돌다가 앞서 쓴 지갑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더리움 업그레이드 EIP-7702의 역할을 두고도 분석이 나왔다. 블록에이드 최고경영자 이도 벤나탄은 이 업그레이드가 없어도 공격은 가능했다고 봤다. 다만 보안 점검을 우회하는 데는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코인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침해된 서명 시스템이 공격을 가능케 했을 공산이 크고, EIP-7702는 “한 번에 처리하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업계 파장과 남은 질문
시장도 즉각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7만 7,500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이더리움은 2,200달러, 바이낸스코인은 700달러 아래로 밀렸다. 하루 동안 청산된 포지션은 13억 3,000만 달러가 넘었다. 청산 규모는 실제 손실액과는 다른 개념이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에도 여파가 번졌다. 에이브는 이더리움 위 V3와 V4 시장을 동결했다. 이는 공격자가 훔친 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프로토콜에 부실채권을 남기는 상황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다. 폴리마켓은 프런트엔드 확장 프로그램이 해킹돼 이용자 손실이 나자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은 지금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지만 최대 주주다. 그는 “해킹처럼 보인다”며 이용자 자금이 “완전히 보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입출금 상황은 시간이 지나며 달라졌다. 바이낸스는 사건 직후 “보안 점검이 끝날 때까지” 입출금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입금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출금은 48시간 안에 재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출금을 멈추자 거래소 밖으로의 유출도 멈췄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법 집행기관과 협조해 범인 신원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변인은 이용자에게 “자금은 완전히 안전하다”고 안심시켰다.
AI 요인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호주 RMIT대의 블록체인 전문가 크리스 버그 교수는 지난 한 달가량 최첨단 AI 모델이 주도한 해킹 사건과 보안 취약점 발견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이런 흐름과 연결됐을 수 있다며 “이게 AI 발전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인지가 질문”이라고 말했다. 버그 교수는 훔치려던 자금이 모두 성공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동결할 수 있고, 해커가 자금을 현금화하려면 거래소를 거쳐야 해 그 자체로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