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공식발표 "사건 배후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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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63억 달러 해킹 배후는 북한”
정예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 지목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탈취된 사건의 배후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이번 사건은 가상화폐 역사상 최대 규모의 탈취 사건으로 꼽힌다.

북한 국기와 바이낸스 로고, FBI 문양을 배경으로 해커가 가상화폐를 탈취하는 상황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북한 국기와 바이낸스 로고, FBI 문양을 배경으로 해커가 가상화폐를 탈취하는 상황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FB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자료에서 "바이낸스에서 60억 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사건 직후부터 북한 소행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FBI가 이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FBI는 범행 주체로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는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이 탈취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FBI는 탈취된 가상화폐가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를 거쳐 다른 가상화폐로 바뀌는 방식으로 추가 자금세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FBI는 이들이 사용했거나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더리움,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지갑 주소 목록도 공개했다. FBI는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이 탈취한 자산을 세탁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주소와 관련되거나 해당 주소에서 유래한 거래를 차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불법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 탈취 활동을 식별, 경감, 저지함으로써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제보를 요청했다. FBI는 사건이 발생한 29일부터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BI 발표에 앞서 30일 백악관에서 북한 개입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당국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낸스는 엔지니어의 해킹된 노트북을 공격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바이낸스는 초기 조사에서 노트북 해킹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이후 추가 조사에서 또 다른 '침투 지점'을 발견했다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이번 공격을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TRM랩스는 "높은 확신을 갖고 이 같은 판단을 내린다"며 "공격자가 10개 블록체인에 걸쳐 바이낸스 지갑에서 약 63억6000만 달러를 빼냈다. 대부분은 약 20분 만에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공격의 여러 특징이 과거 북한 연계 탈취 사건과 일치한다"고 했다. 조너선 레빈 체이널리시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엑스에서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리처드 텅 바이낸스 공동 CEO는 30일 엑스에 올린 5분 가까운 분량의 영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텅 CEO는 이번 공격이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다. 공격자가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자폭 장치'를 쓰는 등 복잡한 수법을 동원했다는 게 텅 CEO의 설명이다.

텅 CEO는 "이용자 자산은 바이낸스의 기존 보안 체계 아래 보관돼 있다"며 "대부분은 콜드월렛에 있고 이용자가 출금할 때만 핫월렛으로 옮겨진다"고 했다. 그는 "법 집행기관, 블록체인 분석업체, 토큰 발행사, 다른 거래소와 협력해 도난 자금을 추적하고 회수하고 있다"며 "범죄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우리 힘이 닿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했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범죄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법 집행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낸스는 도난 자산을 메우기 위해 회사 자금 63억4000만 달러 이상을 따로 떼어놨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와 협력사들이 동결한 자산은 약 30억 달러다. 입금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출금은 중단된 상태다. 바이낸스는 하루 이틀 안에 출금을 재개할 예정이다.

개릭 힐먼 가상화폐 분석가는 탈취 자산의 절반가량이 동결됐다고 했다. 회수되지 않은 자산 일부를 해커들이 이미 현금화하고 있는 정황도 있다는 게 힐먼 분석가의 설명이다. 힐먼 분석가는 "돈세탁처럼 훔친 물건을 들여와 믹서나 텀블러를 거쳐 세탁한다"며 "결국 세상에는 비트코인을 가져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콕 틴 간 닉스랩 공동창업자 겸 CEO는 "서명 하나가 공격자에게 바이낸스 핫월렛에 무기한으로 전권 접근할 수 있는 토큰을 내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앤디 워드 앱솔루트시큐리티 수석부사장은 "이 정도 규모의 사이버 공격은 일어날지 말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느냐의 문제"라며 "특히 인공지능(AI)이 부상하면서 더욱 그렇다"고 했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창업자는 이번 해킹이 달러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일 수 있지만 비트코인 기준으로는 마운트곡스 해킹 같은 과거 사건의 피해가 더 컸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FBI는 지난해 2월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15억 달러가 탈취된 사건도 북한과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상화폐 탈취를 경제와 핵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22년 12월 북한 해커들이 5년 동안 1조5000억원(11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와 가상자산을 탈취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22년 한 해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