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만 기다렸는데…60대가 다시 취업하고 마주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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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재취업자, 정규직 22%에 불과한 이유
국민연금 수급까지 최대 5년 소득공백, 어떻게 버틸까
국민연금을 받기 전 소득 공백을 메우려고 다시 취업한 60대의 일자리 질이 기존 직장에 남은 사람보다 크게 낮았다. 60세 이후 재취업한 임금근로자의 월 중위 임금은 220만원으로 기존 일자리 유지자보다 46만 원 적었다. 재취업자 10명 중 6명은 임시·일용직에 종사했고 정규직 비중은 22.1%에 그쳤다.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고령층이 늘었지만, 이전 수준의 고용 안정성과 소득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중고령층 소득 공백의 현황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1961~1964년생은 국민연금 수급 전인 60~62세에 기존 일자리를 유지했는지, 새로 취업했는지에 따라 고용 형태와 임금 수준에서 큰 차이를 기록했다.
기존 일자리를 유지한 임금근로자의 정규직 비중은 59.0%였다. 반면 60세 이후 새로 취업한 임금근로자는 22.1%에 불과했다. 두 집단의 격차는 36.9%포인트에 달했다. 건강보험 직장 가입률도 기존 일자리 유지자는 80.7%, 재취업자는 53.0%로 집계됐다.
비임금근로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를 기준으로 보면 격차는 더 뚜렷했다. 재취업자의 61.3%가 임시·일용직에 종사한 반면 기존 일자리 유지자의 해당 비중은 15.4%였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뒤 새 일자리를 구한 고령층 상당수가 고용 기간과 근로조건이 불안정한 일자리로 이동한 셈이다.
임금 수준도 재취업자에게 불리했다. 2025년 가치로 환산한 월 중위 임금은 기존 일자리 유지자가 266만원, 재취업자가 220만원이었다. 재취업자의 임금이 46만원 낮았다. 저임금 일자리 비중 역시 재취업자가 35.0%로 기존 일자리 유지자(20.7%)보다 14.3%포인트 높았다. 기존 직장을 유지한 사람과 퇴직 후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한 사람 사이에 소득과 고용 안정성 격차가 동시에 발생했다.
이 같은 차이는 세대별 비교에서도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1957~1960년생 재취업자의 정규직 비중은 18.3%에서 1961~1964년생 22.1%로 상승했다. 그러나 기존 일자리 유지자의 정규직 비중도 같은 기간 55.7%에서 59.0%로 높아졌다. 두 집단의 격차는 37.4%포인트에서 36.9%포인트로 0.5%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재취업 일자리의 질이 일부 개선됐지만 기존 일자리 유지자와의 차이는 여전했다.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점도 소득 공백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1998년 연금 개혁에 따라 수급개시연령은 2013년 61세부터 2033년 65세까지 5년마다 1세씩 상향된다. 1961~1964년생은 63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으며,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수령한다.
반면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은 만 59세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1961~1964년생은 60세부터 62세까지 최대 3년간 국민연금 가입과 수급 모두에서 제도적 공백이 발생한다. 1969년 이후 출생자는 연금 수급개시연령이 65세로 높아져 제도적 공백이 5년으로 늘어난다.
실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점은 법정 정년보다 빠르다. 1961~1964년생의 중위 퇴직연령은 55세였다. 퇴직연령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의 차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잠재 소득공백은 8년에 달했다. 이는 8년 동안 소득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주된 일자리에서 나온 뒤 재취업하거나 별도의 소득원을 마련해야 하는 기간이 길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는 꾸준히 증가했다. 60~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2011년 57.0%에서 2025년 66.7%로 상승했다.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9.4%에서 66.2%로 높아졌다. 1961~1964년생의 소득 공백기 고용률은 66.5%로 정년 전 73.8%보다 7.3%포인트 낮았다.

가계 재정도 불안정하다. 소득 공백기에 가구소득이 정년 전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으로 떨어진 가구는 분석 대상 세대별로 15.6~17.2%였다. 이들 가구는 외식·여가·의류 등 조정 가능한 소비지출을 소득이 유지된 가구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였다. 그럼에도 70.2~72.5%가 가계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소득 감소에 맞춰 지출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가계 재정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자산과 연금도 소득 감소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했다. 중·고령 가구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생활비가 필요한 시점에 현금화하기 쉽지 않다. 2023년 기준 60~64세 퇴직연금 수급률도 1.4%에 불과했다. 소득이 유지된 가구의 공백기 평균 연금 수령액은 월 191만 8000원이었지만, 소득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취약 가구는 52만 7000원에 그쳤다. 가구별 연금 수령액과 자산 구성에 따라 소득공백을 감당하는 여력도 달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은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병행하고 중고령층 재취업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연금 가입 상한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과 연금 일부를 먼저 수령할 수 있는 부분연금제 도입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재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가교 일자리 확대와 실업급여 수급 기준 완화도 제언했다. 퇴직과 연금 수급 사이의 기간을 개인의 재취업과 소비 축소에만 맡기지 않고, 고용·연금 제도를 연계해 소득 감소를 보완하는 방안이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