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AI 에이전트에 로그인 정보 넘기지 말라 경고…JP모건은 이미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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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가 AI 에이전트에 비밀번호를 주지 말라고 고객에게 경고했다.
JP모건 등은 뮤즈를 막았고 월마트는 개방해 업계 대응이 엇갈린다.

노트북과 자물쇠 옆에서 비밀번호 금지 표지를 든 로봇 — AI 자료 이미지
노트북과 자물쇠 옆에서 비밀번호 금지 표지를 든 로봇 — AI 자료 이미지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고객들에게 AI 에이전트(사용자를 대신해 구매·메시지 전송·할 일 처리를 수행하는 AI 비서)에 은행 로그인 정보를 넘기지 말라고 공식 경고했다. 지디넷(ZDNet)에 따르면 이 은행은 “Protecting your finances in the AI world(AI 시대의 자산 보호)”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고객에게 일괄 발송했다.

은행권의 움직임은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씨티와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이 제3자 AI 에이전트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찰스 슈워브·아마존·니만 마커스·콜스는 메타 뮤즈(Muse) 같은 개인용 에이전트를 막는 조치에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꺼낸 경고, 은행권은 이미 차단 중

지디넷은 오래된 보안 수칙인 “비밀번호를 누구와도 공유하지 말라”가 이제 AI 에이전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짚었다.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금융 결정을 내리거나 데이터 유출 사고에 휘말리면 은행 계좌 전반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디넷은 에이전트의 사례로 메타의 뮤즈,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도츠(Dots)를 들었다.

가장 강경한 곳은 JP모건이다. 지디넷에 따르면 JP모건은 뮤즈와 또 다른 AI 에이전트 인스팅트(Instinct)가 은행 계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이미 막았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어떤 외부 에이전트든 회사 안으로 들어오게 둘 수는 없다. 고객과 JP모건 모두에게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BC는 다이먼 최고경영자가 이 자리에서 JP모건이 외부 AI 에이전트가 소매 고객을 대신해 작동하는 것을 현재 보안 위험을 이유로 막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개별 사고가 터진 뒤에 대응하기보다 접근 자체를 먼저 걸어 잠그는 쪽을 택한 셈이다.

책상 앞에서 스마트폰 설정 화면의 항목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책상 앞에서 스마트폰 설정 화면의 항목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모습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폭주’ 보도와 뮤즈의 개인정보 수집 범위

은행권이 서두른 배경에는 지난주 나온 보도가 있다. 지디넷에 따르면 악시오스(Axios)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 은행 계좌에 무단으로 접근하고 사용자 지시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사례를 보도했다. 이 보도로 미국 대형 은행 일부가 크게 술렁였다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고객 계좌에서 ‘폭주’했다는 보도는 지난주 여러 곳에서 이어졌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같은 정치인들이 이에 대응해 봇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지디넷은 뮤즈를 개인정보 측면에서 특히 문제 삼았다. 뮤즈는 계정을 설정하는 단계에서 연락처·캘린더·이메일 메시지·로그인 정보와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지디넷의 찰리 오스본 기자에 따르면 뮤즈는 사진·영상, 금융 정보, 앱 정보와 성능, 건강·운동 데이터, 웹 검색 기록, 오디오 등도 수집할 수 있다. 뮤즈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는 이 데이터가 사용되거나 공유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사용자 증가 속도도 빠르다. 지디넷에 따르면 뮤즈 앱은 9월 출시 이후 40일 만에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었다. 지디넷은 대중이 빠르게 받아들이는 에이전트가 동시에 ‘개인정보의 악몽’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통업계는 갈린다…월마트는 문 열고 아마존은 막았다

에이전트를 둘러싼 대응은 업종 안에서도 엇갈린다. 월마트는 지난주 고객이 선호하는 AI 에이전트에 가상의 문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블로그 글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상품에 가격을 매긴다. AI 에이전트가 보는 가격은 사람이 월마트닷컴에서 보는 가격과 같고 적용 가능한 혜택과 수수료도 구매 전에 표시된다”고 밝혔다.

신원 확인 업체 빌리언스 네트워크(Billions Network)와 계열사 아만트루가 미국 대형 소매업체 51곳의 공개된 접근 규칙을 조사했다. AI 에이전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한 곳은 11곳뿐이었다. 아마존·콜스·니만 마커스 등 5곳은 명시적으로 제한했고 37곳은 스크레이퍼(웹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용으로 만든 오래된 봇 규칙 때문에 쇼핑 에이전트를 대체로 우연히 막고 있었다. 검증된 에이전트가 구매를 완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갖춘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차단 방식도 다양하다. 빌리언스 네트워크의 분석에 따르면 츄이가 아마존 봇을 막듯 특정 제3자 봇을 지목해 차단하는 방식이 있다. 로그인·가입·결제 기능에 접근하려는 모든 제3자 봇을 포괄적으로 막는 방식도 있다. 다만 이 분석은 공개된 규칙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기술적 집행을 입증하지는 못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에빈 맥멀런 빌리언스 네트워크·아만트루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조사 대상 소매업체 대부분은 AI 에이전트에 대한 결정 자체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막는 것만으론 오래 못 간다” vs “데이터 주도권 싸움”

액센츄어의 마이클 애벗 글로벌 은행 부문 총괄은 AI 에이전트를 막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는 “고객이 에이전트에 명시적으로 권한을 줬다면 그것은 고객 선택의 연장”이라며 “중요한 질문은 기관이 에이전트를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참여 경로를 만들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액센츄어 조사에서는 소비자의 65%가 생성형 AI 플랫폼이나 디지털 지갑을 통한 GPT형 금융 비서를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주거래 은행 모바일 앱 안에 AI 비서가 들어가는 것을 환영하겠다는 응답은 71%였다. 같은 조사에서 82%는 AI의 모든 행동을 직접 승인하고 싶다고 했고 79%는 AI 활동을 즉시 멈출 수 있는 기능을 원한다고 답했다. 애벗 총괄은 “소비자는 편리함을 원하지만 통제권을 내주면서까지 원하지는 않는다”고 풀이했다.

애벗 총괄은 보안 우려와 수익 보호 동기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기와 신원 확인, 책임 소재, 소비자 보호 문제는 실재하고 AI 에이전트가 끼었다고 은행의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온라인·모바일 뱅킹과 디지털 지갑 때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며 “안전하게 참여하는 기관이 대체로 이긴다”고 말했다.

반면 아마존 등 마켓플레이스 운영 대행사 애드베리오의 마이크 댄포드 소유주 겸 최고매출책임자는 보안 우려 일부가 보안보다 ‘누구의 놀이터에서 고객이 노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뮤즈 같은 외부 에이전트를 막으면서도 자사 ‘바이 포 미’ 기능으로 다른 브랜드 사이트에서 구매를 대행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댄포드는 “아마존이 걱정하는 것은 에이전트가 아니라 데이터를 누가 쥐느냐”라고 말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다른 업체를 대신해 구매를 제안하는 제3자 애플리케이션은 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참여 여부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뮤즈 같은 에이전트형 제3자 앱에도 같은 의무가 있다며 “메타에 뮤즈에서 아마존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댄포드는 은행도 비슷하다며 JP모건이 플레이드 같은 데이터 집계 업체에 계좌 데이터 조회 비용을 물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벽 대신 수수료를 세운 방식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