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주식 주문 버튼 누르기도 전에…돈 벌어간 초고속 매매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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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폭락장에서 수익 챙긴 세력…초고속 매매 실체 추적
여의도 거래소 인근에 전용 서버 설치…정부 규제 이후 거래 60% 급감
지난 7월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계좌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 가까이를 잃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팔아치우던 순간 오히려 수익을 거둔 이들이 있었다. 개인이 주문 버튼을 한 번 누르는 동안 수천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초고속 매매 세력이다.

3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1 ‘시사기획 창’ 569회에서는 ‘1초 뒤를 아는 자들’ 편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국내외 자본시장 전문가와 금융당국, 외국계 투자사 등을 취재하며 고빈도 매매(HFT)의 실체를 추적했다. 주식시장에서 순간적인 가격 차이로 돈을 버는 거래 방식부터 여의도 한국거래소 인근에 설치된 전용 서버, 정부 규제 이후 달라진 거래 흐름까지 살펴본다.
주가 떨어져 계좌 반토막 났는데…폭락장서 돈 번 사람들

지난 5월 말 국내 증시에 새로운 투자 상품이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기초자산인 주식이 하루 5% 오르면 약 10%의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반대로 5% 떨어지면 약 10%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빠르게 확대된다.
지난 7월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던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반면 같은 시장에서 수익을 거둔 고빈도 매매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보다 주식과 ETF, 선물·옵션 사이에 발생하는 순간적인 가격 차이에 집중했다. 제작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시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개별 주식 선물·옵션 시장에서 당시 어떤 거래가 이뤄졌는지 분석했다.
1초에 수천 건 주문…주가의 작은 틈으로 돈 버는 방법

고빈도 매매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매우 짧은 시간에 대량의 주문을 처리하는 거래 방식이다. 영어로 하이프리퀀시 트레이딩(High-Frequency Trading)이라고 하며 HFT라는 약칭으로 부른다. 제작진이 추적한 수익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가격 움직임을 미리 계산하는 초단기 예측, 관련 상품 사이에 발생하는 순간적인 가격 차이를 이용하는 초단기 차익거래, 주가가 급격하게 움직일 때 발생하는 변동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빈도 매매에서는 한 번의 거래로 얻는 이익이 매우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거래를 반복하면 작은 수익을 누적할 기회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주문 속도다. 같은 가격 차이를 발견하더라도 경쟁 업체보다 주문이 늦으면 거래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외국계 고빈도 매매 업체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인근 KT클라우드 빌딩의 증권사 데이터센터에 전용 서버를 설치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직접주문전송(DMA) 방식을 활용해 주문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있었다.
비 오면 우산 파는 사람들…고빈도 매매자의 두 얼굴

외국계 고빈도 매매 업체들은 자신의 역할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마켓 메이커)에 비유한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에게 매도 물량을 제공하고, 팔려는 사람에게 매수 상대방이 돼 거래를 원활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파는 상인처럼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고빈도 매매 업체에 시장에 남아 거래를 지속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지난 7월 말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문턱을 높이면서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줄어들자, ETF 시장의 고빈도 매매 거래도 한 달 만에 60% 급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때는 거래량을 늘리다가 시장 환경이 바뀌자 빠르게 거래를 줄인 것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매매 방식이 국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개인투자자는 왜 불리할까…초고속 매매 둘러싼 논란
고빈도 매매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거래 방식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가격과 거래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자동으로 주문을 실행한다. 거래 비용을 줄이고 시장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반 투자자와 전문 거래 업체 사이의 정보 처리 속도와 거래 환경 차이가 문제로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기 때문에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기초자산이 하루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0% 상승하면 최초 가격의 99%가 되지만, 정방향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같은 기간 최초 투자금의 96% 수준에 머문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도 이러한 위험이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한 주를 사기 위해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도 수많은 알고리즘은 가격 차이를 계산하며 매매를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큰 손실을 입고, 누군가는 같은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이번 방송에서는 초고속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는 외국계 투자사들의 전략과 국내 금융시장의 거래 구조를 추적한다.
KBS1 ‘시사기획 창’ 569회 ‘1초 뒤를 아는 자들’은 11월 3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