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원어치 전기 훔쳐 쓰더니… 결국 '29억 폭탄' 맞은 상가 업주들, 대체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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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기 조작해 5년 넘게 슬쩍… 전북 상가 91곳서 벌어진 전기 절도

전기계량기를 조작해 실제 사용한 전기보다 적은 요금을 내도록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약 5년 7개월 동안 무단으로 사용한 전기는 9억 5000만 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가 91곳서 전기 무단 사용… 4만 가구 한 달 사용량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4일 특수절도 혐의로 전기설비업체 대표인 40대 A 씨와 알선책인 40대 B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관여한 다른 알선책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전기계량기 조작을 의뢰한 상가 업주 67명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전기계량기를 조작해 실제 사용한 전기보다 적은 요금을 내도록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약 5년 7개월 동안 무단으로 사용한 전기는 9억 5000만 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AI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사건 당사자 및 현장과 무관합니다.
전기계량기를 조작해 실제 사용한 전기보다 적은 요금을 내도록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약 5년 7개월 동안 무단으로 사용한 전기는 9억 5000만 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AI를 활용해 제작한 자료 이미지로, 실제 사건 당사자 및 현장과 무관합니다.

A 씨 등은 202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북 전주와 김제 등지의 상가 건물 91곳에서 전기계량기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전기를 무단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무단으로 사용한 전력량은 총 841만 kWh(킬로와트시)로, 요금으로 환산하면 약 9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전북 지역 가구당 월평균 사용량(214 kWh)을 기준으로 약 4만 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상가 업주들은 실제 쓴 전기의 3분의 1 수준만 납부해 요금을 줄였으며, 많게는 8000만 원까지 아낀 곳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계량기 우회해 요금 줄여… 작업비 평균 500만 원

범행에는 상가 건물의 전기 배선이 이용됐다.

일반적으로 상가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 사용되는 3상 4선식 전력 설비는 네 가닥의 전선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세 가닥을 통해 전력이 공급된다. 정상적인 경우 공급된 전기는 계량기를 거쳐 건물 내부로 전달된다.

그러나 일당은 전력을 공급하는 전선 세 가닥 가운데 두 가닥을 잘라 계량기를 거치지 않고 건물에 직접 연결해 전기가 들어가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실제 전력 사용량 가운데 일부만 계량기에 기록된다.

상가 전기요금은 검침원이 배전반을 직접 확인하기보다 전산으로 사용량을 확인해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검침 방식 때문에 배전반 내부의 전선이 조작된 사실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 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A 씨는 알선책을 통해 소개받은 상가를 방문해 배선 작업을 해주고 건당 평균 5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알선책 B 씨 등은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상가 업주나 건물주에게 접근했다. 반대로 관련 소문을 접한 업주들이 먼저 연락해 작업을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범행을 의뢰한 업주들은 대부분 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에 전선 복구까지… 위약금 29억 원 부과

경찰은 지난 3월 전북 일부 지역에서 전기계량기를 조작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와 협력해 전북 전역의 전기계량기를 점검했다. 의심스러운 상가의 전력 설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배선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특정했다.

일당 가운데 일부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잘라놓은 전선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기도 했다.

한전 전북본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범행에 가담한 상가 업주들에게 위약금을 부과했다. 무단으로 사용한 전기요금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총 29억 원에 달한다.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작업비를 지급했던 업주들이 형사처벌 대상에 오른 데 이어 무단 사용액보다 큰 위약금까지 부담하게 됐다.

경찰은 현재 입건된 상가 업주 67명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쉬운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줄이겠다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범행에 가담했다가 형사적 책임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며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범행에 가담한 상가 업주 등도 차례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