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예술이네"라면서 감탄한 한국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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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눈에는 촌스러운데 외국인들 눈엔 감탄스러운 이유
한국을 전문으로 다루는 일본인 작가가 한국인에게는 지겨울 만큼 익숙한 건물 사진을 SNS에 올리며 '예술'이라고 감탄했다.
'일본 관광객이 예술이라고 말한 부산의 한 건물'이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일본인 X(옛 트위터) 이용자 리우메이의 게시물을 캡처해 소개했다.

리우메이는 밤에 찍은 부산의 한 상가 건물 사진을 최근 X에 올리며 일본어로 “예술이다”라라고 말했다.
리우메이는 평범한 관광객이 아니다. 그는 X 프로필에서 자신을 '틈새 한국 콘텐츠와 국내 여행에 관한, 언젠가 도움이 될 친근한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한국 관련 책도 여러 권 냈다. 지난해 일본 출판사 아키쇼보에서 펴낸 ‘서울 궁금한 뮤지엄’, 2022년 펴낸 ‘서울 어른들의 사회견학’이 그의 책이다. 2021년에는 ‘경성의 아파트’를 공동으로 썼다. 글쓰기와 가이드, 한국어 통역 안내, 여행 인솔, 강연 활동도 하고 있다. 서울의 박물관과 일제강점기 경성의 아파트까지 파고든 한국 전문가의 눈에도 부산의 노래방 건물은 예술로 보인 셈이다.
사진 속 건물은 거의 모든 층이 노래방으로 채워져 있다. 3층은 '로마노래방', 4층은 '친구야노래방', 5층은 '고구려노래방', 6층은 '헤라노래방', 7층은 '애플노래연습장'이다. 그 아래층에는 '동경노래방' 간판이 붙어 있다. 1층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자리 잡았다.
층마다 분홍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네온 조명이 건물 외벽을 따라 띠처럼 둘러져 있다. 건물 모서리를 감싼 세로 간판까지 더해져 건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명 장식처럼 보인다. '양주 풀셋팅 13만원'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고구려, 로마, 동경, 헤라가 한 건물에 나란히 붙어 있는 조합도 눈길을 끈다. 해당 건물은 부산 연제구 연산로터리 인근의 유흥 상권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에게 이런 풍경은 특별할 게 없다. 전국 어느 도시의 유흥가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많은 한국인은 이런 간판 건물을 난잡하고 촌스럽다고 여긴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アートだね https://t.co/RAPL4Oco03
— りうめい.hwp (@liumeiuru) November 4, 2026
실제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랫동안 이런 풍경을 바꾸려고 애써왔다. 정부와 지자체는 2000년대 후반부터 '간판개선사업'을 추진해왔다. 건물 외벽을 빽빽하게 덮은 대형 간판을 떼어내고 크기와 색상, 글꼴을 통일한 작은 간판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한 업소당 간판 개수를 제한하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색상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지금도 여러 지자체가 해마다 예산을 들여 간판을 정비하고 있다. 정비를 마친 거리는 깔끔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개성이 사라지고 거리가 밋밋해졌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외국인의 시선은 다르다. 한국인이 정리 대상으로 여기는 바로 그 간판 풍경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열광한다.
가장 먼저 꼽히는 이유는 '사이버펑크' 감성이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빌딩을 뒤덮은 모습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게임 '사이버펑크 2077' 같은 작품 속 미래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번화가는 공상과학 영화 세트장처럼 보이는 셈이다.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도 매력 요소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간판 속 글자는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네모반듯한 한글 글자가 네온 불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이국적인 볼거리가 된다. 한국인은 '고구려노래방'이라는 글자를 읽고 웃음을 터뜨린다. 외국인은 그 글자의 형태와 색감에 주목한다.
건물 하나에 같은 업종 가게가 층층이 쌓인 구조도 외국인에게는 낯설다. 한국에서는 상가 건물 한 동에 노래방, 식당, 술집, 병원, 학원이 층별로 들어서는 게 흔하다. 업소마다 자기 가게를 알리려고 경쟁적으로 간판을 내걸다 보니 건물 외벽 전체가 간판으로 뒤덮인다. 한국인에게는 과잉 경쟁의 흔적이다. 외국인에게는 밀도 높은 도시의 에너지로 읽힌다.
이런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희소성을 키운다. 화려한 네온 간판으로 유명했던 홍콩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오래된 네온사인을 대거 철거했다. 한국 역시 간판 정비와 LED 간판 보급으로 옛 네온 간판이 빠르게 줄고 있다.
K콘텐츠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아이돌 뮤직비디오에는 네온 간판이 빛나는 밤거리가 자주 등장한다. 화면으로 이런 장면을 먼저 접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아 직접 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긴다. 노래방 자체도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체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경복궁 같은 명소 대신 노래방과 찜질방, 편의점처럼 한국인의 일상 공간을 찾아다니는 여행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