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트론 T3 범죄단속반, 4억 5,000만 달러 동결하고도 8월 말 조용히 해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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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테더·TRM의 범죄 대응 연합 T3가 8월 말 발표 없이 해체됐다.
4억 5,000만 달러 넘게 동결했지만 응답 지연·조율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도심 건설 현장을 배경으로 회의실 탁자에 앉아 태블릿을 든 세 사람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도심 건설 현장을 배경으로 회의실 탁자에 앉아 태블릿을 든 세 사람 — AI로 생성한 자료 이미지

트론(Tron)·테더(Tether)·TRM랩스(TRM Labs)가 2024년 출범시킨 범죄 대응 연합 ‘T3 금융범죄단속반(T3 Financial Crime Unit)’이 8월 말 조용히 해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는 11월 4일(현지시각)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해체 시점은 10월 29일 발생한 바이낸스 해킹보다 약 두 달 앞선다. 세 회사는 사업이 종료됐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보도 내용의 세부 사항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응답 지연·조율 부재…발표 없이 끝난 연합

블룸버그에 따르면 T3는 지난 1년 사이 대응 속도가 느려지고 회원사 간 조율이 부족해지면서 흔들렸다. 관계자 중 한 명은 T3가 8월 말 종료됐다고 말했다. 당시 어느 회사도 종료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논평을 거절했다.

트론 DAO 대변인은 “매우 성공적이었던 T3 프로그램은 종료됐지만 트론은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블록체인상 불법 활동을 막는 일에 계속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범죄 대응 이니셔티브의 세부 내용은 나중에 공유하겠다고도 했다. 영국 매체 실리콘UK(Silicon UK)는 창립 멤버 중 한 곳이 T3의 해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테더 대변인은 TRM과 계속 협력해 불법 자금을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테더는 TRM이 2025년 8월 출범시킨 실시간 정보 공유망 ‘비콘 네트워크(Beacon Network)’에도 참여하고 있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최고경영자는 10월 31일 X에서 ‘금융 접근 및 시스템 역량 강화 재단’을 공개했는데, 테더는 이 재단도 준비 중이다. TRM의 아리 레드보드 글로벌 정책·정부 업무 총괄은 “T3는 대단한 성과를 냈고 비콘 네트워크가 그 작업을 이어받는다”고 말했다.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노트북 화면의 암호화폐 아이콘을 가리키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검은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노트북 화면의 암호화폐 아이콘을 가리키는 모습 — AI 자료 이미지

4억 5,000만 달러 넘게 동결한 성적표

T3는 2024년 9월 공공·민간 협력 조직으로 출범했다. 테더의 스테이블코인 USDT가 트론 블록체인에서 불법 용도로 쓰이는 문제를 겨냥했다. TRM이 블록체인 분석을 맡았고 트론은 네트워크 가시성을 제공했다. 테더는 발행사 차원에서 토큰을 동결하는 권한을 보탰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이 연합의 강점을 속도로 짚었다.

성과는 꾸준히 불어났다. T3는 2025년 8월 1년이 안 되는 기간에 2억 5,000만 달러가 넘는 불법 자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외부 파트너용 프로그램 ‘T3+’를 내놓았고 바이낸스가 첫 회원사로 참여했다. 거래소와 처음 손잡은 공동 작전에서는 투자 사기의 일종인 ‘돼지도살’ 사기와 연결된 약 600만 달러를 동결했다.

TRM은 2월 7,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발표하면서 T3의 누적 동결액이 3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5월에는 4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동결했고 미국·스페인·독일·브라질·영국 등 5개 대륙 23개 관할권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계정 탈취나 폭력 범죄 같은 긴급 상황에서는 법 집행기관 요청 후 24시간 안에 자금을 묶은 사례도 있다고 했다. TRM은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인 FATF가 2025년 11월 지침에서 T3를 공공·민간 집행 협력의 선도 모델로 인용했다고 적었다.

크립토 브리핑은 동결된 자금이 해킹과 테러 자금 조달, 마약 밀매 등 중대 범죄와 연결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속도를 앞세운 조직이 느린 응답과 엇박자 때문에 무너졌다는 점을 아이러니로 짚었다. 비트코인 매거진에 따르면 5월 발표문에는 지금 문제로 불거진 조율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

바이낸스 해킹과 트론…T3 없이 진행된 동결

바이낸스는 10월 29일 손실 규모를 63억 4,000만 달러(약 8조 5,000억 원, 1달러 1,340원 기준)로 집계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들은 공격을 북한과 연결했고 블루밍비트는 미국 연방수사국도 공격자가 북한과 연계됐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세탁 경로로는 트론이 지목된다. 엘립틱은 갱신 자료에서 지금까지 세탁된 자금 대부분, 약 2억 2,000만 달러어치 도난 TRX가 트론 블록체인을 거쳤다고 밝혔다.

T3가 없어도 업계는 상당 부분을 묶었다. 테더 혼자 해킹 이후 15억 6,700만 달러가 넘는 USDT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CNBC는 엘립틱을 인용해 도난 자산 중 약 28억 5,000만 달러가 동결되거나 압수됐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블루밍비트는 동결되지 않은 자산이 30억 달러 넘게 남아 자금세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트론은 엘립틱이 지목한 자금 흐름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

보안 사고는 바이낸스에 그치지 않는다. 실리콘UK에 따르면 코인카이트와 레저 같은 하드웨어 지갑 업체들도 해킹 피해를 봤다. 블루밍비트가 인용한 체이널리시스 자료로는 지난해 최소 1,540억 달러의 암호화폐가 불법 주소로 흘러 들어갔다. 이는 전년보다 162% 늘어난 규모다. 제재 대상 주체가 받은 자산은 694% 급증해 증가세를 이끌었다.

동결 권한은 남았지만 단일 창구는 사라졌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USDT를 동결하는 권한이 연합이 아닌 테더에 있다고 설명했다. T3가 제공한 것은 23개 관할권의 수사기관이 발행사와 블록체인, 분석 업체에 한꺼번에 닿을 수 있는 하나의 통로였다. 크립토 브리핑도 USDT 보유자와 트레이더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직접적이지 않다고 봤다. 테더가 동결 능력을 유지하고 비콘 네트워크로 정보를 계속 공유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크립토 브리핑은 T3에 의존하던 기관들이 이제 회사별로 따로 접촉해야 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시간이 급한 사건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체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점은 투명성 문제를 낳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규제 당국과 이용자는 T3가 존재한다고만 들었을 뿐 언제 사라졌는지는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결이 곧 피해 회복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둘 대목이다. 새터드는 동결이 오염된 토큰의 이동을 막을 뿐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주거나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압수·몰수·피해 보상은 법원에서 이뤄지며 훨씬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다.

남은 질문은 트론이 예고한 후속 이니셔티브의 모습이다. 비트코인 매거진은 새 조직이 T3 같은 구조를 되살릴지, 다른 참여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열려 있다고 정리했다. 트론은 세부 내용을 나중에 공개하겠다고만 밝힌 상태다. 테더와 TRM은 당분간 T3 간판 없이 비콘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