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피해 환급 10월 시행…시드문구·추가송금 요구하는 ‘회수업체’는 공식 절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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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3월 31일 공포·10월 1일 시행 예정, 시행령안 40일 입법예고
환급 대행 2차 사기는 기관 확인과 접수번호로 가려야

상담 창구에서 태블릿을 내미는 남성과 비트코인 표식 동전 앞에서 고민하는 여성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상담 창구에서 태블릿을 내미는 남성과 비트코인 표식 동전 앞에서 고민하는 여성 — 이해를 돕는 AI 자료 이미지

가상자산이 얽힌 보이스피싱 피해도 법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2026년 3월 31일 공포됐고 같은 해 10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피해구제 대상 자산이 금전에서 가상자산까지 넓어지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후속 조치로 시행령 개정안을 7월 15일부터 8월 24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했다.

피해 뒤에는 ‘잃은 돈을 찾아주겠다’는 2차 사기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공식 환급 절차가 구체화되는 만큼 이 절차와 가짜 회수업체를 가르는 기준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3월 공포·10월 시행 예정…‘금전’에서 ‘가상자산’으로

금융위원회는 개정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간 피해자산의 범위가 ‘금전’으로 한정돼 피해자가 가상자산을 직접 탈취당한 경우에는 적절한 구제를 받기 어려웠다. 환급할 수 있는 자산에도 가상자산이 빠져 있어 범죄자가 피해자의 돈을 가상자산으로 바꿨을 때는 충분한 환급이 제한됐다.

개정안은 3월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3월 31일 공포됐다. 시행은 공포 6개월 뒤인 10월 1일로 잡혀 있다. 금융위는 시행 전까지 세부 기준과 절차를 담은 하위법령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의무도 달라진다. 거래소는 은행·증권사 같은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보이스피싱 방지와 피해구제 의무를 진다. 가상자산 거래의 목적을 확인하고 의심 자금의 유통을 상시 감시해야 한다. 범죄가 의심되면 계정을 즉시 지급정지한 뒤 피해자의 환급을 지원해야 한다. 거래소는 2025년 10월부터 운영 중인 ASAP(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에도 의심거래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 책상 위 서류와 계산기를 살펴보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정장을 입은 남성이 책상 위 서류와 계산기를 살펴보는 모습 — 내용 이해를 돕는 AI 이미지

시행령안: 환급은 ‘종류·수량’ 단위로, 평가는 지급정지 시점 시세로

7월 15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법률이 위임한 사항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가장 먼저 환급 형태가 정해졌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이 금전과 달리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피해환급자산이 금전이면 금액 단위로, 가상자산이면 종류·수량 단위로 피해자에게 지급한다(시행령안 제9조 제2항).

탈취당한 자산의 형태와 사기이용계좌에 남은 자산의 형태가 다를 때의 기준도 담겼다. 이 경우 금융회사 등은 지급정지 시점에 그 계좌에 존재하던 자산의 형태로 환급한다. 서로 다른 형태의 피해자산이 섞여 있으면 금전은 그 금액으로 계산한다. 가상자산은 지급정지된 시점의 시세로 평가한 금액을 기준으로 삼아 피해환급자산 금액 등을 정한다.

매도지원 전담기관 지정 요건도 마련됐다(시행령안 제9조 제3항). 자금도피 과정에서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바뀐 뒤 지급정지가 이뤄졌다면 가상자산 형태로 환급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거래 경험이 없거나 가상자산 계정이 없는 피해자는 받은 자산의 가치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가상자산을 팔고 그 대금을 금전으로 지급하는 업무를 전담할 기관을 두기로 했다.

지정 요건은 가상자산 관련 이용자 보호와 피해 회복 지원 업무를 수행할 조직·인력을 갖추는 것 등이다. 금융위가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법 개정안에는 피해자가 원하면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매도해 현금(매도대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들어 있다.

입법예고 기간에는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었다. 반대할 때는 이유를 적어야 했다. 금융위는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금융위 의결,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0월 1일 법 시행일에 맞춰 시행령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2차 사기는 세 단계로 다가온다

안내된 2차 사기 수법은 단계가 뚜렷하다. 1단계에서는 사기 피해자의 전화번호와 대화 내용을 확보한 사람이 변호사·수사관·거래소 직원·블록체인 추적업체를 사칭해 접근한다. 이미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상대라 피해자가 쉽게 믿을 수 있다.

2단계에서는 지갑 추적을 위해 보증금, 복구 수수료, 세금, 법원 공탁금이 필요하다며 추가 송금을 요구한다. 명목은 달라도 결국 돈을 더 보내라는 요구다.

3단계에서는 신분증, 거래소 로그인 정보, 지갑 비밀번호, 시드문구(지갑 복구용 단어 조합)를 넘기게 한다. 이렇게 확보한 정보로 계정에 남은 자산까지 가져가기도 한다. 환급을 미끼로 새 사이트에 가입시키는 수법도 있다.

공식 피해구제와 가짜 회수업체를 가르는 기준

우선 업체의 말은 공식 권한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 개인 업체가 ‘경찰 내부망을 이용한다’, ‘해외 거래소와 협약했다’, ‘성공 수수료만 받는다’고 해도 공식 기관의 피해구제 결정과 같은 권한이 생기지 않는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피해환급자산을 결정·지급하는 기관과 절차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가상자산 환급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에도 거래소나 법령상 매도지원 전담기관을 거치는 절차가 전제된다.

환급 안내를 받았다면 먼저 연락한 사람이 어느 기관 소속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기관 대표번호를 직접 검색해 다시 전화하는 방법이 안내됐다. 경찰·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거래소는 개인 지갑의 시드문구나 인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정보를 요구하면 공식 절차가 아니라는 신호다.

이미 2차 업체에 돈을 보냈다면 최초 사기와 별개의 추가 피해로 은행·거래소·경찰에 알려야 한다. 대화방, 계약서, 명함, 입금 계좌, 지갑주소, 웹사이트 화면, 통화녹음, 메일 원본은 보존해야 한다. 사이트를 급히 삭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법 제11조는 사기와 관련해 부당이득을 취했거나 공범인 사람은 피해환급자산을 받을 수 없게 한다. 거짓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규정한다. ‘돈을 더 보내야 환급된다’는 말을 듣는다면 송금 전에 공식 신고 접수번호와 담당 기관부터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