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들 "친일파 김활란 동상 철거하라" 플래시몹

2013-05-3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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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이 김활란(1899∼1970)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에 문제를 제기하며 교내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김활란(1899∼1970)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에 문제를 제기하며 교내에 설치된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대 학생들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교내 본관 앞에 설치된 김활란 총장의 동상에 철거를 요구하는 쪽지(포스트잇)을 붙이는 플래시몹을 했다.

3m 높이의 동상에는 얼굴 부분까지 학생들이 붙인 쪽지가 얼굴 부분까지 빼곡히 찼다.

이날 행사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까지 참여, 오후 5시 현재 300장 이상의 쪽지가 붙었다.

'섬예(섬유예술학과)01졸업'이라 밝힌 학생은 "당신이 이곳에 있음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라고 적었고, '전자09졸업생'은 "김활란동상 철거를 요구합니다"라고 썼다.

이밖에 "내가 사랑하는 이화에 부끄러운 딱 한 가지", "김활란 내려오고 유관순을 올리자", "잘못된 것은 자정하는 이화인이 됩시다"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동상 앞에서 만난 최모(건강과학대)씨는 "징병, 징용, 위안부를 장려하는 연설을 하는 등 친일행위를 했던 인물의 동상이 학교 내 버젓이 서 있는 것은 문제"라며 참가 계기를 밝혔다.

이날 행사는 개교기념일(31일)을 앞두고 이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 한 학생의 제안을 시작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약 2주전 학생 김모(24)씨가 익명으로 '김활란 동상 철거요구 포스트잇붙이기'라는 글을 올렸고, 학생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가시화됐다.

그는 지난 19일부터 교내 ECC 잉여계단 뒤에 제안을 알리는 패널과 쪽지를 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김씨는 "과거에도 김활란 동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나서는 사람이 없어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며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학교 측도 학생들의 뜻을 알고 인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페인트·계란 시위 등 과격한 시위를 제안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평화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학생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며 "학생회나 동아리 등 주도 모임없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 더욱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활란 이대 초대총장은 YWCA 창설자이자 한국 최초 여성박사로, 여성교육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1936년 전후로 친일파로 변절해 친일 칼럼, 강연 논술활동을 하는 한편 1941년 창씨개명 이후 글과 강연을 통해 일제 학도병과 징용, 위안부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동상은 1970년대 이대에 설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학교 측은 이날 오후 6시께 쪽지를 모두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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