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의 변신술, 검색 아닌 ‘상담'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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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왕 ‘왓슨(Watson).’ 미국 최고 인기 TV퀴즈쇼에서 2명의 퀴즈왕을 물리친

퀴즈왕 ‘왓슨(Watson).’

미국 최고 인기 TV퀴즈쇼에서 2명의 퀴즈왕을 물리친 왓슨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 정체는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무려 50여년 동안 계속돼온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역대 최고 상금 우승자와 74회 연속 우승자를 상대로 퀴즈게임을 벌였다. 결과는 왓슨의 압도적인 승리. 지난 2011년 2월 이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재미와 함께 한편으론 전율을 느꼈다.


손바닥 위로 찾아오는 인공지능 상담사 ‘왓슨’


이제 왓슨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손바닥 위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왓슨을 개발한 IBM은 누구든지 스마트폰으로 앱을 통해서나 이메일, 채팅, 심지어 문자메시지로 왓슨에게 질문을 하면 검색 결과가 아니라 상담 결과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왓슨에게 물어봐' 서비스다.



[검색 결과가 아니라 친절한 대답으로 상담을 해주는 ‘왓슨에게 물어봐' 서비스 화면]


“헤이, 왓슨! 내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면 좋겠어?”

“헤이, 왓슨! 내 마일리지를 써서 어떤 항공사에서 서울 부산 항공편 예매가 가능해?”

“헤이, 왓슨! 지금 남아있는 내 데이터통신 사용량으로 조용필 최신 앨범을 받을 수 있니?”


이런 질문에 왓슨은 검색 결과를 줄줄이 내보이는 게 아니라 친절한 문장으로 대답을 해준다. 검색앱이 아니라 상담사다. 최근 ‘포브스'지는 왓슨 스마트폰 서비스가 올 하반기에 개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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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터넷 문서, 동영상... ‘비정형 데이터’도 있는 그대로 처리


왓슨이 변신하고 있다. 퀴즈쇼에서 주어지는 어떤 주제의 질문에도 3초만에 2억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막강한 인공지능 덕분에 퀴즈왕에 올랐다. 그 왓슨이 어떤 정보를 읽느냐에 따라 왓슨의 전문성이 달라진다. 왓슨은 의료보조원이 되기도 하고 자산관리상담사가 되기도 하고 고객응대를 맡기도 한다. 왓슨의 변신술이 시작된 것이다.


왓슨이 가진 최대의 강점은 복잡한 인간의 자연어를 포함해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까지 분석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사용해왔던 ERP나 CRM, SCM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기 위해서는 모든 데이터를 정형화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야 했다. 그러니까 데이터베이스 형식에 맞춰 입력하지 않은 데이터는 활용할 수 없었다.



[왓슨의 변신술]


그러나 왓슨은 데이터베이스만이 아니라 온갖 문서나 매뉴얼, 책은 물론 동영상을 포함해 인터넷 상의 모든 문서와 심지어 소셜네트워크 상의 게시물까지 있는 그대로 읽어내고 이해하고 분석한다.


지금까지는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날마다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데이터베이스용으로 입력되지 않은 정보는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온 사방이 ‘데이터의 물바다’였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한 모금에 지나지 않은 꼴이었다. 왓슨은 이 물바다 가운데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실 물로 바꿔주는 셈이다.



퀴즈왕 왓슨, 씨티그룹에 취직하다


수퍼컴퓨터 왓슨은 퀴즈쇼에서 우승한 지 일년만인 지난 2012년 3월 미국 월스트리트에 취직했다. 미국 거대은행인 시티그룹의 금융정보 분석을 맡은 것. 당시 ‘타임'지는 왓슨을 개발한 IBM과 시티그룹의 제휴에 대해 “차세대 컴퓨팅, 특히 인공지능이 디지털 시대에 생산되는 데이터 홍수를 어떻게 해결해줄 지를 일깨워주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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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은 그후 스페인 은행 BBVA, 호주 ANZ은행을 비롯 보험회사,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에 도입됐다. 왓슨의 일자리는 은행만이 아니었다. 씨티그룹에 취직했을 무렵 세계적인 암센터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MSK)도 IBM과 손잡고 왓슨을 데려갔다. 왓슨은 암 초기 진단에서 오진율을 낮출 수 있는 정보를 분석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똑똑한 의료보조원 역할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 시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라"


제약회사에서는 수많은 의약정보를 분석하는 전문가로 변신하고, 고객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고객서비스 일선에 자리를 잡고 고객 응대를 맡고 있다. IBM에 따르면 해마다 발생하는 1천3백50억건의 고객문의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왓슨이 활약하면 고객응대를 위해 정확한 답을 찾아내는 시간이 무려 40%나 줄어든다. TV시청률 조사기관으로 유명한 닐슨(Nielsen)은 광고주의 미디어 플랜을 짜는 데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왓슨의 변신술은 그에게 어떤 비즈니스 데이터를 연결해주느냐에 달려있다. 한국IBM연구소 배영우 실장은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 2013년 5월호에 기고한 ‘똑똑한 인공지능 도시, 사람을 보호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공지능 컴퓨터 시대에는 기업 경쟁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이라 전제하고 그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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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실장은 “인공지능 컴퓨터를 활용하게 되면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더라도 그 기업의 비즈니스 경험, 즉 축적된 비즈니스 데이터에 따라 차별화된 상이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 이것은 같은 ERP, SCM 시스템을 쓰더라도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해서 소유하고 관리했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성과가 확연히 달라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배실장은 인공지능 컴퓨터 시대에 대비해 기업이 준비해야 할 점 세 가지를 제시한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 △숨겨진 통찰력을 찾을 수 있는 분석 능력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IBM이 왓슨에게 퀴즈쇼에 우승하도록 가르친 데 걸렸던 시간은 약 4년. 그후 의료진을 도와 상당히 정확한 진단 정보를 보여주기까지 4개월. 또 그후 조사업체 닐슨의 24살 정도 먹은 미디어플래너로 키워내는 데는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 왓슨의 변신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왓슨을 내 손바닥 위에서 만날 때가 코앞에 닥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