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함함하다
2010-07-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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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이쪽에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옷과 신을 적시지 않고는 나다닐 수가 없을 만큼
어제 오늘 이쪽에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옷과 신을 적시지 않고는 나다닐 수가 없을 만큼 왔습니다. 비받이(우산)이 있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요. 선생님을 모시고 하동을 갔다 오기로 했었는데 몸이 성치 않으신 선생님께서 나들이가 내키지 않으신다고 하셔서 다음에 가기로 하고 선생님과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왔습니다. 선생님께서 기르시는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저를 몇 번 봤다고 낯을 가리지도 않고 무릎 위에 올라와서 앉기도 하였습니다. 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저지만 그게 그리 밉지 않았습니다. 함함한 털을 쓰다듬어 주니 더 좋아서 내려 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말귀도 알아듣고 눈치까지 보는 걸 보면서 왜 개를 키우는지 알 듯하기도 했습니다.
'함함하다'는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라는 뜻입니다.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뜻을 알려면 '함함하다'라는 말을 모르면 알 수가 없겠지요? 바늘처럼 뻣뻣하고 뾰족한 털을 가진 고슴도치털이 함함하다고 할 만큼 어버이의 새끼 사랑은 끝이 없다는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함함하다'는 '소담하고 탐스럽다'는 뜻도 있는데 "포도가 함함하게 열렸다.", "풀잎에 맺힌 이슬이 함함하다."처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함초롬하다'의 '함'이 '함함하다‘와 아랑곳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언니 아우네가 모여 저녁을 먹었습니다. 작은 언니가 집 가까이 일터를 옮겨 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곁들여 먹은 막걸 리가 온 몸에 퍼졌나 봅니다. 조금 모자란 듯 하지만 더 하면 남은 일을 해 줄 사람이 없으니 참아야겠습니다.
4343. 7. 11. ㅂㄷㅁㅈㄱ.
http://baedalmal.kr
* 이 글을 보시면 둘레에 더 많은 분들이 같이 맛보실 수 있도록 널리 퍼뜨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토박이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릅니다. 여러분이 토박이말을 올리는 일, 아니 나라를 올리는 일을 함께 해 주시면 훨씬 빨리 이 나라가 오를 것입니다. 도와 주실거죠? 오늘 맛본 토박이말을 언젠가 여러분의 말과 글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