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평에 멍든 '포스코-KT CEO 인선'

2013-12-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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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KT 본사 사옥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와 KT, 이 두 기업의 차기 CEO

[포스코와 KT 본사 사옥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와 KT, 이 두 기업의 차기 CEO 선임을 둘러싸고 지금 언론들의 하마평 보도가 무성하다.

이런 하마평은 독자인 국민들에게 '포스코와 KT는 아직도 공기업'이라는 인식을 동시에 강요하고 있다. 정부 보유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 두 기업은 분명 민영기업이며, 주주총회라는 CEO 선임기구를 통해 의결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일부 매체는 아예 '청와대 발'이라면서 실명을 거론하며 '이미 낙점됐다'고 보도한다. 또한 소위 7인회라고 하는 대통령의 측근 모임에서 특정 후보를 확정하고 청와대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떠도는 소문까지 전한다.

심지어 최근 모 언론은 유력 후보군들을 거론하면서 특정 인물의 단점을 교묘히 노출시키기도 했다. 하마평을 가장해 경쟁 인물을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정도다. 급기야 청와대가 나서 '포스코와 KT 인사는 정부가 하는 게 아니다'라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이쯤 되면 하마평을 넘어섰다. 앞질러 가는 언론들의 하마평은 외압이며, 기업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용지물이라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현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은 주주들'이라 전제하면서도 '청와대 의중이 핵심'이라 말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두 기업의 경우 민영화는 했으나, 국민연금공단이 주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누가 주주냐에 따라 기업 경영에 콩 놔라 팥 놔라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 된다.

하마평(下馬評)이란, 말 그대로 하마비 옆에서 마부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나누는 잡담이다. '이런 저런 인사들이 자천타천 물망에 올랐다'는 정도여야지, 주주총회를 앞질러 가는 행태는 월권이며 외압이다.

이는 마치 포스코와 KT의 민영 자생력을 부정하고, 오히려 이를 가로막는 것에 다름 아니다. 독자들은 마치 지금 장관이나 공기업 사장 선임과정을 지켜보는 것같은 착시감까지 느끼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를 보면 더욱 안타까운 상황이다. 정준양 회장도 임기를 1년 4개월 남기고 사퇴의사를 표명하기까지 갖은 언론의 추측성 보도와 여론 외압에 시달려 왔다. 지금 회사측은 CEO 승계 카운슬까지 구성해 후보군을 선발하고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심사에 들어갔다.

최대한 공정성을 확보하고 최선의 인사를 향해 애쓰는 기업 내부의 노력은 아랑곳 않고 풍문과 추측성 정보를 퍼나르는 언론의 모습들. 이 어울리지 않는 모순 속에서 민영화 기업의 자생적 비전마저 빛을 잃어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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