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문화유산국민신탁

“남한산성엔 치욕 말고 그 무엇이 있다?”

2019-03-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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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사진=commons.wikimedia.org]'도시 방어와 권위적 영역의

[남한산성 / 사진= commons.wikimedia.org]

'도시 방어와 권위적 영역의 상징이었던 도심 속 성곽,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일까'

도시와 산이 만나는 산성 둘레길을 거닐 때 성곽 동서남북으로 난 관문들을 드나들면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도시와 산이 교차하는 시공초월을 체험한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은 지난달 26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경기 일대 성곽을 탐방하는 '답성(踏城)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4일 두 번째 행사가 열릴 곳은 남한산성이다.

내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남한산성 이야기'

남한산성이 여느 성곽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단지 병자호란의 치욕 때문만일까. 가족 나들이길로 남한산성 둘레길을 오른다면 어린 자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우선 산성길에 접어들면서 이 성곽이 가진 독특한 축성법에 대해 말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자. 통일신라 때부터 축조를 시작한 이 성은 조선 인조 때까지 개보수를 계속하면서 시대별로 다른 축성법을 고스란히 다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별 축성법을 한 곳에서 보여주는 남한산성]

수어장대(守禦將臺) 등 성 외곽을 돌아 산성 안에 들어오면 눈에 띄는 조선시대 행궁들과 남한산성역사관, 그리고 사찰과 정자들. 이 산성은 예사로운 산성이 아니라 그 무렵 조선의 운명을 짊어졌던 또하나의 궁궐이었다는 사실을 끝내 말해줘야 할 것이다.

산성 안에 있는 우물과 풍부한 식수원과 작지 않은 들판, 그리고 민가들은 45일 간의 처절했던 저항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 좋은 소재다. 1만3천여 명의 조선 병사들이 50일 간의 식량을 비축한 채 버티다 결국 그 10배에 달하는 청군들에게 항복하고 만다.

"거기엔 단지 '치욕'만이 있을까?"

항전을 포기한 인조는 마침내 삼전도로 나와 청태종 앞에 무릎을 꿇는다. 세 번 절할 때마다 땅에 머리를 찧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의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그 날의 일에 대해 삼전도비는 인조의 말을 빌어 '이것은 내가 어둡고 미혹하기 때문에'라 쓰고 있다. 거기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더 있다. 과연 이는 지는 명나라와 뜨는 청나라 사이에서 외교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일까?

청나라 역사는 그 날의 일을 다르게 기록하고 있다. 청태종은 조선 정벌을 위해 출병하기 전 자신들의 만주족, 몽골족 등 대표들을 모아 제를 올리면서 '형제국 조선'이 이민족 정권인 명나라와의 화친을 포기하고 동족 품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쓰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베이링공원에 있는 청태종 홍타이지 동상. 청나라 2대황제인 아이신지뤄 홍타이지(愛新覺羅 皇太極, 애신각라 황태극)는 조선을 '형제의 나라'라 칭하며 구애를 해왔으나 끝내 거절 당하자 병자호란을 일으켜 조선의 항복을 받아냈다. / 사진=소후닷컴]

'만주족과 한민족이 동족?' 이에 대해 많은 역사학자들은 다른 견해를 보이지만, 현대 유전자 과학에서조차 이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 떠오르는 패권의 중심에 선 청태종 홍타이지(皇太極) 스스로가 조선을 동족의 나라라 여겼다는 사실이다.

만주족의 기원에 관해 쓴 청나라 역사서 '만주원류고'에서는 만주족들이 고구려 유민들의 후예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후대에 물려줘야 할 기억 '남한산성'

우리는 여기서 반드시 한 가지 역사적 교훈을 더 새김질해야 한다.

조선은 여러 차례에 걸친 분서갱유를 통해 역사서를 불 태우고, 역사를 망각하게 된다. 이는 조선 건국 직전인 1390년에 명나라 사신 진자성(陳自成)이 개성 저잣거리에서 사서를 불사른 데서 시작해 태종 때인 1411년과 1412년 두 차례, 세종 때인 1432년에도 계속된다.

조선은 역사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잃어버리고자' 애 쓴 것처럼 보인다. 이는 세조가 팔도관찰사들에게 '고조선 비사(古朝鮮秘詞)'와 '대변설(大辯說)', '조대기(朝代記) 등 서적을 남겨두지 말라고 지시한 데서 역력히 알 수 있다.

병자호란. 그 날의 비극은 역사를 버린 조선과 역사를 추억하려는 청나라 사이에 일어난 '기억의 전쟁'이기도했다. 그런 점에서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남한산성 '답성(踏城)'하는 일은 더 새롭다.

외교 약소국 한국이 아직은 더 짊어지고 가야 할 고달픈 운명이 아픈 기억과 교훈으로 남한산성 곳곳에 남아 있다.

[사진 = flickr.com/@zoinno]

[ 문화유산국민신탁 남한산성 ‘답성’ 안내]

1부 서울성곽 4월 26일(토) 오전 9시 30분 ~ 13시 (홍인지문 집결)

2부 남한산성 5월 24일(토) 오전 9시 30분 ~ 13시 (남한산성 로터리 집결)

3부 수원화성 6월 28일(토) 오전 10시 ~ 13시 (수원화성 박물관 집결)

모집대상 :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 및 일반시민

모집인원 : 선착순 60명

참가신청 : 문화유산국민신탁 유선접수 02-732-7508 / 02-752-9295

참가비 :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 10,000원, 비회원 15,000원

(국민은행 411401-01-223377, 예금주 문화유산국민신탁)

* 답사 노트 및 점심식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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