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동극장

중국인도 "쩐더하오"..."군살 없는 몸짓을 보았다"

2014-07-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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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하 정동극장] 중국 관객들 감동에 "쩐더하오(眞的好)""간간이 중국어 자막을 읽었

[사진=이하 정동극장]

중국 관객들 감동에 "쩐더하오(眞的好)"

"간간이 중국어 자막을 읽었지만, 배우들의 춤과 표정연기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화요일(1일) 무용극 '배비장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정동극장 계단에서 만난 40대 중국인 남성 관객이 한 말이다.

'쩐더하오(眞的好, 정말 좋다)'라고 말하면서 감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그의 표정엔 아직 채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접한 '강렬하고 간결한' 무용극이었다. 정말 객석엔 중국인 관객들이 많았고, 일본인과 서양인 관객들도 보였다. 무대마다 사이사이에 터져 나오는 반응들이 강했다.

정동극장 관계자 말에 따르면 무용극 '배비장전'의 관객 70%가 외국인이었다. 그래도 점점 내국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란다.

'군살 없는' 70분 간의 숨 가쁜 박동

[정동극장 '배비장전' 제 7장 배비장과 애랑의 만남]

"지난 4월 15일 첫 무대를 연 후 오픈런을 계속하고 있는 기획공연 '배비장전(裵裨將傳, 윤정환 연출/김은희 안무)' 은 정동극장 전통공연브랜드[MISO:미소]시리즈의 두 번째 신작이다.

우리 춤 사위가 주 표현 수단이 되었지만, 대사와 소리(도창), 그리고 전통 창작음악이 돋보이는 전통종합 공연물이었다. 특히, 오케스트라 피트를 복원하여, 라이브로 연주되는 생생함과 정교하게 꾸며진 세트는 조명과 함께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다.

눈을 뗄 수 없는 건 배우들의 강하고 간결한 '몸짓'이었다. 그저 전통무용극에서 봐 오던 '우아하기만 한' 그런 무용이 아니었다. 현대무용의 동작보다도 어쩌면 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몸짓이었다.

[정동극장 ‘배비장전’ 제 2장 제주행 뱃길]

70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는 빠른 극의 흐름이 바로 이 무대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반복 동작에서조차 느낌이 머물지 않고 깊어져 가는 감성적 흐름의 안배가 돋보이는 연출이었다.

우리 장단과 타악이 빚어내는 강하고 빠른 임팩트는 관객들의 호흡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런 빠른 리듬을 타고 가는 무용이 어떻게 배비장과 애랑(愛娘)의 이야기를 다 엮어갈 수 있었을까. 춤동작 하나하나가 언어를 대신할만큼 섬세했고, 손끝에서 연기들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 빈틈들은 몰입된 표정연기들로 채워졌다.

"위선의 궤짝에서 나오라" 섹시한 애랑의 강렬한 메시지

'배비장전'은 제주도에 부임한 의전 담당 보좌관 배비장과 제주 최고의 기생 애랑에 얽힌 사랑과 진실게임의 이야기다.

제주목사를 따라 제주도에 가게 된 배비장은 외도를 않겠다고 아내와 나눈 약속을 지켜 여자를 멀리한다. 그러나 한 번 그를 유혹해 보라는 목사의 명을 받고 그에게 접근해 온 애랑 앞에서 배비장은 금세 상사병에 빠진다. 어느 날 배비장과 애랑이 밤을 함께 하는데, 각본대로 애랑의 남편으로 가장한 방자가 나타난다.

다급해진 배비장은 알몸으로 궤짝 속에 숨는다. 목사와 방자가 궤짝에 귀신이 붙었다며 태워 없애자고 겁을 준다. 곧 배비장이 숨어있는 궤짝이 관청 앞마당에 옮겨지고, 혼비백산한 배비장이 알몸으로 뛰쳐나와 웃음거리가 된다.

위선에 찬 우리 시대의 애랑은 누구?

이 공연이 고전문학으로 읽었던 배비장전과 다르게 다가오는 이 묘한 느낌은 뭘까?

한 남자의 상사병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지만, 곱씹어 볼수록 맛이 깊다. 화려하고 템포 빠른 이 '배비장전'은 오감을 자극하는 살아있는 느낌으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전하려 한다. 궤짝 속에 갇힌 배비장에서 느끼는 동병상련 같은 그 무엇이다.

욕망과 허상의 그물 같은 이 '궤짝' 속에 갇힌 위선에 찬 우리 현대인들의 가면을 벗길 '애랑'은 누구일까?

정동극장 ‘배비장전’이 던져주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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