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에서의 강제, 위계, 위력의 의미

2014-11-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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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범죄에서의 강제, 위계, 위력의 의미 이현혜(한국양

성폭력 범죄에서의 강제, 위계, 위력의 의미

이현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의붓아버지가 13 딸의 엉덩이 신체를 수차례 만졌다면강제추행 해당할까요?"

법은 ‘강제 추행죄가 아니라고 한다‘. 왜? ..... 물론 간단히 요약된 상황만을 보고 범죄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범죄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성폭력이 발생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맥락(context)을 촘촘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통해서 사실(fact)이라고 보도된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가해자의 성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수위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장애)아동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적법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이 크다. 법률에 명시된 성폭력 범죄 구성요건에 따라 가해자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건을 누가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사, 재판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보도를 통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판결 내용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분노를 하기도 한다.

이에 최근 (장애)아동청소년 성폭력과 관련해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위 사례의 경우 ’강제추행‘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강제추행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폭행이나 협박, 혹은 위계나 위력 등의 물리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피해자는 의붓아버지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고... 싫다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고, 피의자 역시 강제력을 사용한바 없다...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는 강제추행의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것이다...

그렇다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이나 강제추행이 인정되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까? 가해자가 ‘강제적’으로 행위를 했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거나 ‘위계나 위력’ 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을 해야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다.

현재 법률상으로는 폭행이나 협박은 피해자의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너무 놀라거나 당혹스러워서, 또다른 위험 노출에 대한 부담으로, 실질적인 힘이나 위협이 없는 경우에도 저항을 하지 못한다. 성폭력은 힘(power)의 차이에 의해 발생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힘이 강한 가해자에게 싫다는 거부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가 싫다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했는지가 가해자 처벌의 중요한 요건이 되고 있다. 자칫하면 저항하다 2012년 통영 김점덕 사건처럼 아동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따라서 피해자의 거부나 저항 여부보다는 가해자의 범행 의도와 가해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나 재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아동청소년, 지적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특히 쟁점이 되는 사안은 ‘위계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여부이다.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성폭력이 아닌 경우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위계나 위력’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위계란 간단히 말하면 간음 행위와 관련하여 상대방을 속이거나 착오, 또는 알지 못함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 즉 성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리판단력이 부족한 아동, 지적장애인에게 금품을 준다고 하는 등 유혹을 하거나 치료를 해준다, 종교의식을 치른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등의 거짓말을 하여 간음을 한 경우 위계가 될 수 있다.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해당되지 않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법률상 위계나 위력의 개념은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왜 많은 아동이나 지적장애인이 위계나 위력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까? 성폭력의 경우에는 눈으로 보이는 증거나 증인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증인이고 목격자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가해자의 범행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신빙성을 의심하고,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의 거부나 저항정도를 가해자 처벌을 위한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피해자 중심의 인식이 필요하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범죄구성요건에 의해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때 사람들은 법을 신뢰하게 될 것이며,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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