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 곱살
2010-09-2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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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을 깨고 보니 목이 칼칼한 게 밤사이 많이 썰렁했구나 싶었습니다. 다른 날과
아침에 잠을 깨고 보니 목이 칼칼한 게 밤사이 많이 썰렁했구나 싶었습니다. 다른 날과 달리 큰 아이도 코가 막혀 잠을 이루지 못해 울고불고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새벽에 동네 사람들에게 미안할 만큼 크게 오래 울었습니다. 해 줄 것이 없는 제 마음은 어땠겠습니까? 아마도 그 소리에 잠이 깼던 분들은 저희 집에 큰일이 난 줄 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야~ 저 집 아이 곱살 장난이 아니네? 잠 좀 자자, 잠 좀~!"
이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려야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좋지 않은 것만 닮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잘 쓰이지 않지만 '곱살'은 '몹시 보채는 모양이나 태도'를 뜻하는 말입니다. '곱살끼다'라고 하면 '몹시 성가시게 보채거나 짓궂게 굴다'라는 뜻입니다. "뭘 그렇게 곱살끼게 물으려 하느냐?"처럼 쓰이네요. 준말로 '곱끼다'가 있고요.
'곱살'은 '곱살하다'의 밑말(어간)이기도 하지요. '곱살하다'는 '얼굴이나 성미가 예쁘장하고 얌전하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은 상냥하고 곱살하게 생겨서 다른 사람들한테 인기가 좋다”처럼 쓰입니다. 비슷한 말로 ‘곱상하다’가 있지요. 이 말과 비슷한 꼴을 한 ‘꼽사리 끼다’가 있습니다. ‘꼽사리’는 ‘남이 노는 판에 거저 끼어드는 일’을 뜻합니다. 이 말은 노름판에서 쓰던 ‘곱살’이라는 말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노름을 할 때 판돈을 대는 것을 `살 댄다`고 한답니다. 여기서 `살`은 노름판에 걸어 놓은 몫에 덧태워 놓는 돈이라는 뜻이랍니다. 노름을 할 때 밑천이 짧거나 내키지 않아서 미처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의 패가 좋은 것이 나올 때에 살을 댄 데다 또 살을 대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살을 댔는데 거기다 또 살을 대니까 `곱살`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하는 일에 껴 얹혀서 하는 것을 `곱살이 끼다`라고 하게 된 것이라네요. ‘곱살’이 ‘꼽사리’가 되어 표준말이 되어 사전에 올라 있으니 ‘꼽사리’라고 쓰는 것이고요.
이처럼 같은 꼴을 하고 있지만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말이 있어 헷갈려서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마다 가진 뜻을 하나하나 따져 보면 미루어 생각할 수 있는 게 우리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맛본 ‘곱다’에서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맨 먼저 나온 ‘곱살’의 ‘곱’은 ‘곧지 않은 구부러진’의 뜻이지 싶고, 둘째 ‘곱’은 ‘곱다(아름답다)’는 뜻 아닐까요? 셋째 ‘곱’은 ‘배, 갑절’의 뜻이지 싶네요.
이렇게 알고 있는 낱말을 가지고 또 다른 낱말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낱말무리 부리는 힘(어휘력)이 아닐까요? 여러분들의 낱말무리 부리는 힘이 날마다 날마다 세졌으면 좋겠습니다.
4343. 9. 24.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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