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지태 "탈북자 이야기 만들고 있다"

2015-03-25 11:46

add remove print link

☞ 1편 유지태 "로스코 전 오디오 가이드, 이건 연극이다"에 이어지는 인

☞ 1편 <유지태 "로스코 전 오디오 가이드, 이건 연극이다">에 이어지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로스코 전 오디오 가이드 녹음 중인 유지태 씨 / 이하 위키트리]

"좋아하는 화가는 세잔. 겸허한 예술가에게 마음 간다"

위키 : 평소 좋아하는 화가가 있나요?

지태 :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을 좋아해요.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인상깊어요. 세잔은 나처럼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죽기 전까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던 사람이거든요. 귀감이 되죠. 저는 항상 겸허한 사람들이 인상적이고 마음이 가요. 한 영역을 위해, 자기가 믿고 있는 장르를 위해 평생 갈고 닦는 사람들이요.

위키 : 그러게요. 존경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타입이죠. 유지태 씨는 롤모델이 있나요?

지태 : 글쎄요. 저는 존 카사베티스(John Cassavetes. 1929~1989)를 좋아합니다. 원래 영화 배우였는데 인디 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은 독립영화만 찍었어요. 굉장한 괴짜고 돈으로 영화를 찍지 않았죠. 새로운 시도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젊은 작가 감독들이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무척 귀감이 돼요.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거죠.

위키 : 유지태 씨가 선택하고 있는 주제들도 새로운 것들이 많아요. 다루기 까다롭기도 하고요. 결혼이주여성이라든가, 탈북자라든가.

지태 : 그러게요.

유지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은 탈북자 이야기 "탈북 관련 책은 거의 다 읽었다"

위키 : 새 작품으로 알려진 '안까이'도 탈북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고요.

지태 : 네. 그 영화는 현재 제작 단계입니다.

위키 : 그렇군요. 영화 감독으로서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하세요?

지태 : 말랑말랑하고 팬시한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요. 아까 이야기했던 제가 좋아하는 것들, 깊이가 있고 치열함이 있는 소재를 다루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이 볼만해요. 정말 해볼만 한 게 아니면 안 하려고 하죠.

위키 :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볼만하다는 게 어떤 걸까요?

["볼만한 작품이란 할수록 깊어지는 이야기"]

지태 : 친구끼리 농담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그 주제에 대해 고민도 하고 얘기를 하면 할수록 깊어지는 주제죠. 그런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싶습니다. 너무 편파적이지 않고, 지엽적이지 않고 세계적인, 우주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위키 : 만드실 작품이 기대되네요.

지태 : (웃음) 주제가 정해지면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를 해요. 그 분야의 책도 읽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찾아볼 수 있는 만큼은 찾아보려고 하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게 있더라고요.

위키 : 네. 그렇죠. 많이 읽고 봐야 밖으로 나오는 게 있죠.

지태 : 정말 그래요. 깊이가 달라요. 하나를 깊이 판 사람과 대충 크로키하는 사람이 다르듯이. 노하우가 다르죠. 탈북 관련해선 웬만한 건 다 본 것 같아요. 빛이 나는 작품들이 있어요. 작품을 위해 열정을 바친 거죠. 자료 조사는 마무리 단계고,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장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다음 작품을 위해 공부도 하고 있고요.

위키 : 그다음 작품은 뭔가요?

지태 : 아직 비밀이에요. (웃음)

“작가들이 로스코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 깊이감, 인생에 대한 철학 때문 아닐까”

위키 : 오늘 마크 로스코 전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하셨는데, 조사해보니 로스코를 좋아하는 국내 작가들이 많더라고요. 소설가 김연수 씨도 최근에 낸 소설에 로스코 그림을 소재로 썼고, 한강 작가도 로스코 관련해서 시를 쓰셨고요. 어떤 점 때문에 작가들이 이렇게 로스코 그림을 좋아할까요?

지태 : 아마도 그 깊이감, 인생에 대한 철학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위키 : 인간으로서 마크 로스코는 어떨 것 같나요?

지태 : 마크 로스코가 살아 있다면 한 블럭 옆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가까이 가고 싶진 않아요. 만나서 커피 한 잔 하거나, 그런 건 하고 싶진 않아요.

위키 : 하하. 그냥 멀리서 바라보고 싶으세요?

지태 : 네. 하하. 실제로 그런 사람이 사람으로선 매력이 없을 가능성이 커요. 굉장히 예민하고 까칠할 테니까. 이런 예술가들은 단순하지 않아요. 일반적이지 않죠. 그래서 저도 좋아하는 작가 분들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걸 좋아해요. 그게 그 사람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위키 : 마크 로스코는 자기 그림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말라고 했더라고요. 그냥 그림을 보라고. 그래서 이번에 오디오 가이드도 그림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연극 대사를 낭독하는 걸로 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태 : 그러게요. 오디오 가이드가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요. 하하하.

유지태 “아빠가 되니 이타적인 삶으로 변했다. 육아 공부 위해 책 읽는다”

[2011년 결혼한 유지태 씨와 김효진 씨 / KBS2 화면 캡처]

위키 : 최근 아버지도 되셨어요.

지태 : 네. 하하. 공부예요. 육아 공부. 하하

위키 : 하하. 네. 공부죠.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라고 하던데, 요즘 수인이(유지태 씨와 김효진 씨의 아들)랑 같이 지내면서 삶의 변화가 있나요?

지태 : 자기 위주의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변했어요.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기니까 내 것만 주장할 수가 없어요. 타협도 하게 되고 사회성도 생기죠. 그래도 한 배우로서, 감독으로서의 스트레스는 똑같아요. 아버지가 된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더 커지거나 그런 건 없고요. 배우로서 소홀했을 때, 감독으로서 소홀했을 때의 스트레스는 똑같죠. (웃음)

위키 : 네. 아버지가 된다는 건 그런 거군요. (웃음)

지태 : (웃음) 아이와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그래서 제게 숙제가 생겼죠. 작품에서 오는 스트레스, 배우 활동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묻히지 않는 것. 그걸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기울여요.

위키 : 좋은 아버지신데요.

지태 : 노력해요. 그리고 좋은 엄마가 있으니까요. 좋은 엄마가 있으니까 조언을 많이 듣고요. 교육을 잘 시키고 싶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공부해요. 하하하.

위키 : 모든 게 다 공부의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지태 : 그러게요. 몰라서 막연하고 불안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육아와 아이들 교육도 그런 거죠.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근데 과연 내가 하루에 200권의 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 하하.

위키 : 하루에 200권을 읽어주라는 육아 책이 있나요? (웃음)

지태 : 네. 요즘 그 책을 읽고 있어요. (웃음)

['배우는 배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유지태 씨]

유지태 씨는 ‘배우는 배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아빠가 되는 경험도, 배우로서 마주치게 되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도 삶을 더 깊이 있고 풍요롭게 하는 영양분으로 만드는 사람.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사랑’을 좇는 사람 말이다.

그러니, 그가 아들 수인이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

“마크 로스코뿐만 아니라 많은 철학가들, 작가들의 작품을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창조적으로 살았으면 합니다”

세상엔 설명하지 않을 때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삶의 지혜, 마크 로스코가 그림을 통해 전달하려던 것은 아마 이런 것들일 테다.

아래는 유지태 씨가 보고 싶어한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그림 ‘레드’와 그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다. 거대한 핏빛 그림 앞에서 저 대사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유튜브 ‘wikitree4you’]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