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날' 자판기서 처방전을 받아봤다
2015-07-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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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자판기'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청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자판기'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4번출구)에 있는 '마음약방' 자판기를 찾았다.

서울문화재단
집 모양의 커다란 목조 자판기 부스가 눈에 띈다. 부스 왼편에는 하트 모양 전광판이 켜져있고 오른쪽에 자판기가 들어있다. 자판기 안에는 20가지 증상이 적힌 처방전 박스가 진열돼 있었다.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 20가지 '마음증상'이다.

자존감바닥 증후군, 급성 연애세포 소멸증,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 꿈 소멸증, 인생낙오 증후군, 노화자각 증상, 마음 요요현상 등이 상자에 적혀 있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500원을 넣고 원하는 처방전 번호를 누르면 끝. 처방전이 들어있는 박스가 나온다.

이 처방전, 직접 받아본 결과 엄청난 도움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웃음과 함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는 건 맞다.
서울문화재단의 '2015년 도시게릴라프로젝트' 중 하나인 '마음약방' 자판기는 종합광고 대행업체 HS애드의 제안으로 재단 측이 지난 2월 13일부터 운영했다. 수익금은 모두 현대인의 마음 치유를 위해 쓰인다. 향후 노량진 고시촌이나 빌딩숲 등 테마가 있는 곳에 2호점이 생길 예정이다.
이 자판기는 우리의 무너진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 준다는 걸까? 몇가지 증상별 처방전을 뽑아봤다.
1. "꿈이 없어요" 꿈 소멸증
"덩쿨콩 한알이 목욕탕 타일 바닥에서 혼자 싹을 틔웠다. 생명은 '내재율'이다. 얻을 미래가 없어도 오늘 당장 시작한다"
모든 처방전에는 목판화가 이철수 화백의 '그림처방'과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의 '영화처방', 산책길을 알려주는 '지도 처방' 등 세가지가 기본으로 들어있었다.
'꿈 소멸증' 처방전에는 포스트잇이 추가됐고 '버킷리스트', '세 얼간이', '시네마 천국' 등이 '영화 처방'으로 추천됐다. 영화처방은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바로가기)
2. "내가 싫어요" 자존감 바닥 증후군
"눈부신 가을꽃처럼, 누구나 반짝이는 별빛이지 당신도 나도 누구라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코러스' 등의 영화처방과 작은 손거울이 들어있다.
3. "연애하기 겁나요" 급성 연애세포소멸증
"아내가 레이스 뜨개를 한다. 인연이란 서로 버릇들이고 사는 것, 풀어보면 그새 변해있다"
'급성 연애세포소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한 영화는 '로마 위드 러브', '화양연화', '원스', '비포 선라이즈', 북촌방향', '500일의 썸머'.
연애 자가 진단표도 들어있으니 한번 해보자.

4. "폰 없이 못살아요" 유행성 스마트폰 중독
"입 열면 어려워진다. 입 열지 말고 일러보라. 그대 뉘신고? ... 대답 못하는구나! 빈집이다"
스마트폰 위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손가락을 위해 밴드가 들어있다.
나는 중독됐을까?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표도 있다.

'엿먹어라 세월!'이라고 써 있는 엿이 들어있다. 맛은?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