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인형'으로 반려동물을 기억하는 사람들

2015-09-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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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브'(왼쪽)와 이를 축소해 만든 '양모인형' / 페이스북 페이지 'pet doll'

 
'이브'(왼쪽)와 이를 축소해 만든 '양모인형' / 페이스북 페이지 'pet doll'

 

 

현재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수는 약 100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의 반려인들에게 반려동물의 죽음은 단순한 개나 고양이의 죽음이 아닌 가족의 죽음과 맞먹는 일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이별 앞에서 반려인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반려동물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촉감을 느낄 수 있고, 살아 있을 때 모습을 그대로 축소해서 만든 '양모인형'은 반려인들에게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추억하게 해준다.

이지은(여·28) 씨의 경우도 하늘나라에 있는 까망이를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양모인형을 제작하게 됐다.

이 씨에게 까망이는 기뻤던 순간에도 슬펐던 순간에도 언제든 집에 오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였다. 13년 동안 시간을 함께 보낸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통해 '양모인형'에 대해 알게 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Pet doll'

 

양모인형은 양모의 엉겨 붙는 성질을 이용해 만드는 공예의 일종이다. 홈이 있는 바늘을 이용해 찔러주면서 양털이 서로 엉키게 하여 단단하게 뭉쳐주며 하나의 인형이 완성된다. '10cm' 크기의 인형 기준으로 가격대는 3~4만원으로 형성돼 있으며,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국내에 '양모인형' 공예가로 활동하는 수는 10명 내외로, 활동하는 공예가의 수가 적기 때문에 '양모인형' 제작을 원하는 반려인들은 기본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씨 역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 양모인형을 받게 됐다. 까망이와 똑같이 생긴 양모인형을 보면서 반려동물이 살아 돌아온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양모인형에 대해 "반려동물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누군가에게는 쓸데없이 돈을 쓰는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소중한 존재를 좀 더 의미 있게 마음속에 간직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제공자 이지은 씨

 

반려인들에게 양모인형은 인형이 아닌 마음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모인형'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서예지(23·여) 씨에게 양모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모인형' 공예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원래는 미대진학을 목표로 했었는데 집안사정이 어려워서 고3때부터 취업을 했어요. 혼자 나가 살다가 좀 어려운 일을 겪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부모님께서 "니가 하고 싶은일을 찾아보라"는 얘기를 일년정도 내내 듣다가 우연히 보게 된 니들펠트(양모인형 만드는 펠트공예 이름)동영상을 보고 취미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두 개씩 인형을 늘려 가다가 양모인형을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올해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제작을 시작하면서 하게 된 고민은?

아무래도 처음 시작하는 일이다보니 양모인형에 대해 어떻게 알려야 할지, 가격은 얼마로 책정해야 적절할지... 이게 가장 오래 한 고민이에요. 반려동물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이니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지도 고민했어요.

제작을 의뢰한 반려인들의 반응 어떤가요?

"예쁘네요~우리 아이보단 아니지만" 이렇게 이야기 하는 고객도 있고, "너무 귀엽다"고 이야기 하는 고객도 있어요. 그리고 "무지개 다리 건넌 아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는 고객도 있어요. "눈물난다"는 고객도 있고요.

내년까지 작품제작이 밀려있다고 하던데, 인기가 많네요?

네, 제가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에요, 보통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을 하는데 인형 1개정도를 제작할 수 있어요. 크기에 따라서는 일주일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요. 지금은 예약된 수만 80마리가 넘어서, 지금 예약하시는 분들은 내년에 인형을 받을 수 있어요.

제작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은?

보람은 역시, 무지개 다리 건넌 아이들의 인형을 완성할 때에요! 사실 이런 경우는 가격 얘기 꺼내기도 죄송하고 가슴이 먹먹해져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남들에게 충고할만한 그런 인물은 못 돼요. 다만 반려동물 장례식이나 양모인형을 만들어 반려동물의 모습을 간직하려는 반려인들에게 너무 따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예가 서 씨는 제작을 하며 자연스럽게 의뢰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의뢰인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게 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서 씨는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양모인형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의뢰인도 있다"며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감정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Pet doll'

 

 

농협경제연구소 '애완동물 관련 시장 동향과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은 2012년 9000억 원에 달했으며, 2020년에는 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하고,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영(여·26) 씨는 "반려동물은 슬픔보다는 즐거움만 주고 가기 때문에 이별이 더 슬픈 것 같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별에 대한 준비뿐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치유해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양모인형' 역시 반려인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새로운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떠나보낸 동물과 똑같이 생긴 양모인형을 보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추억을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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