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게 접근, '눈물'로 영업한 텔레마케팅녀
2015-09-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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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한 통의 전화. '텔레마케팅녀'에 홀려 영문 잡지 몇 개월 치를 결제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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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 '텔레마케팅녀'에 홀려 영문 잡지 몇 개월 치를 결제하게 된 직업군인 이야기다. 군간부 A씨 사연을 간략하게 재구성했다.
내가 군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텔레마케팅녀는 어린시절 알던 친구처럼 친근하게 접근해왔다.
전화를 끊으려 하면 "우리 일적인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 해요"라며 개인적인 대화 30분을 이어가던 여성. 경계심을 풀 때쯤 본론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끊거나 구매 거부 의사를 밝히면 땅이 꺼지도록 눈물을 흘리며 끝없이 전화해왔다. 앞서 나눴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호소하면서 말이다. 이 또한 약 30분, "엉엉... 왜 전화를 안 받아요. 엉엉엉엉엉엉" 그칠 줄 모르는 눈물에 결국 결제했다.
상술인 줄 알면서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내가 창피했지만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이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공개했다. 그런데 웬걸 그들도 당했단다.
수법은 모두 동일했다. 친근하게 접근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이용해 눈물로 호소하기.
아이러니한 사실은 텔레마케팅녀가 우리 모두 군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전화를 해왔다는 것이었다.
A씨가 최근 2달 동안 자신의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월간으로 배달되는 영어 교재 판매 텔레마케팅 전화가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최근 군간부들에게 전화를 건 텔레마케팅녀 이름이 모두 같다며 동일인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며 구매를 애원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 전화를 해 "우리 저번에 길가다 만나지 않았느냐"며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군간부 A씨는 텔레마케팅녀가 자신을 비롯해 다른 간부도 군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전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텔레마케팅녀에 대해 "참 어려운 세상 정말 힘겹게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텔레마케팅녀가 판매한 영어 교재는 한 달에 7만5000원 1년에 90만원을 내야한다.
A씨는 결과적으로 영어 교재 환불을 받았다. 환불 과정에서 A씨는 텔레마케팅녀에게 "저희 부대 사람들 번호 어디서 받았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A씨에 따르면 텔레마케팅녀는 "그건 모른다. 저희는 무작위로 무조건 랜덤으로 전화를 돌린다"라고 답했다.
이어 A씨가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인데 랜덤으로 저희 부대 사람 여러명이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받느냐"라고 하자 "저야 모르죠 랜덤인데"라고 답한 후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다.
개인사업자든 영리사업자든 전화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알고 접근한 판매자는 반드시 정보 주체나, 수집 방법에 관해 물었을 때 답해야 할 의무, 증빙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다른 간부 B씨 또한 "(텔레마케팅녀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한 시점부터 감정적 호소를 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B씨는 총 세 통의 전화를 받았다. 첫 통화 당시 텔레마케팅녀와 1시간 가량 대화했다는 B씨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계급을 부르며 전화했다. 임관한 지 얼마나 됐느냐 물어보고, 여자친구 있느냐, 자기는 이제 입사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나한테 물어보더라 끊으려고 하니 '1분만 이야기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20분 정도 개인적인 통화를 했다.
술 좋아하느냐 '왠지 목소리만 들어서는 잘생겼을 것 같다'는 둥 사람 비위를 잘 맞춘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기가 '광화문의 이영애'라면서 광화문 오면 자기가 술 한잔 사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어에 관심이 있느냐 그러면서 자기가 영어 잡지를 팔고 있는데 몇 시간 안에 이걸 하나 팔아야 승진을 한다고 말하더라 '그건 당신 사정'이라고 말하니 갑자기 울면서 'XX아 진짜 왜 그러냐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이야기한 게 다 헛수고냐 이것도 하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는데...'라고 했다. '다시 생각해봐라 나만 위한 게 아니라 영어 공부는 너를 위해서도 좋다' 그러면서 다급하게 누군가가 자신을 찾는 것 같은 연기를 하기도 했다.
또 '엄청 높은 사람 돼서 평생 내 영어를 책임지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 대화까지가 1시간이 넘어간 상태였다. 본인에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진급을 꼭 해야 해서 이걸 팔아야 한다는 등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취재 결과 텔레마케팅녀 한 모씨가 속한 회사 글로리아미디어는 출판물 판매 대행업체로 지난달 27일 자로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글로리아미디어 측은 위키트리에 이같이 밝히며 "현재는 폐업으로 근무하던 직원들 모두 뿔뿔이 흩어진 상태"라며 "약 1년간 직원들 개개인이 이미 판매한 책에 대한 회원 관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한 씨는 자신이 군인들의 개인 정보를 얻게 된 경로를 글로리아미디어 측에 털어놨다. 한씨는 해당 부대에 근무하는 친인척에게 직업군인 6명 연락처를 받아 3명과의 거래가 성사됐다고 했다.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군인 연락처를 외부에 유포한 한씨 친인척은 '직접 소개는 못 해주고 알려줬다는 이야기 하지 말고 전화해보라'며 6명의 번호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리아미디어 측은 눈물로 호소하거나 며칠 전 길에서 봤다거나 하는 식의 한 씨 영업 방식에 대해 "거짓말 없이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20년 이상 이 일을 해왔는데 영업하는 사람으로서 '그랬을 수 있겠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