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는 왜 책방을 냈나? 책방 '무사'에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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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서점도 문 닫는 마당에 독립서점이라니. 책방 이름처럼 무사 정신이라도 있는 건가’'
‘있는 서점도 문 닫는 마당에 독립서점이라니. 책방 이름처럼 무사 정신이라도 있는 건가’
'책방 무사'는 트위터로 알게 됐다. 주인은 책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트위터로 중계했다. 애니메이션 이름을 빌리자면, '진격의 무사'를 보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그 ‘무사’가 가수 요조(34)라는 걸 알게 됐다.
호기심이 일었다. 1세대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요조, TV에도 출연하는 '스타'가 왜 골목길 책방 사장님이 됐을까?
지난 14일 서울 북촌에 있는 이 책방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 '북촌의 북은 '북(Book)'은 아니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골목길을 한참 걸었다. 가을햇살이 따뜻해 땀이 살짝 나는 오후였다.
트위터에서 본 대로 ‘진미용실’이라 적힌 예스러운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굽슬굽슬한 긴 머리에 편안한 청바지를 입은 요조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이래도 되는가 싶었다. '당신은 홍대 여신이잖아!'
골목길과 혼연일체 된 스타에 잠시 놀랐지만 의연하게 간판에 대한 인상부터 전했다.
요조는 까르르 웃으며 “‘코스메틱 마싸지’에 ‘싸’, 저 ‘싸’에 마음 약해져서 남겨뒀어요”라 말했다.
철제 프레임을 제거했다. 이 간판은 이 건물주인 복진할머님께서 몇십년전 직접 운영하셨던 미용실간판이라고 한다. 떼지않고 살리기로 했다. pic.twitter.com/Bpn26m60L6
— 책방 무사 (@musabooks) 2015년 9월 13일
정겨운 '마싸지'와 요조의 유쾌한 웃음 덕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여신이었던 요조가 골목길 상인이 되었다. 별 소동은 없나.
여신! ㅎㅎㅎㅎ 부끄럽다. 난 사실 ‘연예인’ 정체성이 없다. 예전부터 자유로운 편이었다. 오히려 서점한다니까 소속사와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했다. 사람들한테 시달리는 거 아니냐며. 실제로 그런 일은 없었다.

책방 이름이 책방무사다.
무사히 망하지 말라고 붙인 이름이다. 처음엔 그저 신나서 책방 준비를 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 특히 경제적 문제와 부딪히기 시작하며 겁이 났다. 망하면 어떡하나. 주변 사람들도 누구 하나 "축하한다" 하지 않았다. "왜 하필 서점이냐"며 걱정했다.
그러게. .. 있는 책방도 없어지는 마당에 왜?
오랜 꿈이었다. 게으른 편이라 그런지 책을 좋아한다. 조금의 죄책감 없이, 조바심도 없이 책을 읽고 싶었다. 무모하게 시작한 셈이다.
책을 읽는 데 죄책감이나 조바심이 느껴졌나?
책 읽는 건 취미니까. 음악하는 사람이면 음악을 더 만들어야지, 책을 읽고 있냐. 이런 시선이 느껴진다. 그런데 책방 주인이 되면 책 읽는 게 일이 되는 거니까 마음껏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마음껏 읽고 있나?
매일 책을 읽고 있다. SNS로 책 추천도 매일 한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한테도 책 추천을 하고 있다.

7평(약 23㎡) 남짓되는 서점 내부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300권 정도 되는 책들과 엽서, 음악 CD도 눈에 띈다. 잡지 '킨포크'에서 나온 예쁜 엽서들이 카운터 바로 밑 선반에 나란히 놓여져 있고, 출입문 정면에는 '언니네 마당' 정기간행물과 'AVEC' 같은 독립잡지가 진열되어 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눈먼 자들의 도시' 같은 꽤 이름 알려진 소설부터 '쉽게 배우는 인체 드로잉', '좀비 사전' 같은 다소 마니아스런 책까지 꽤 빼곡히 꽂혀 있다.
책꽂이 위편으로 롤링스톤스 포스터와 최근 이태원에 문을 연 독립서점 '햇빛서점' 포스터도 보인다.
책을 어떻게 골라오나?
내가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들이다. 기준은 있다. 전체 책 중 독립출판물이 반, 중고서적과 새 책이 반을 차지한다.
개인 서재 같다. ‘베스트셀러’는 안 갖다 놓나.
기준이 나한테 있다 보니 내 서재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베스트셀러는 앞으로도 갖다 놓지 않을 것 같다. 딱히 내가 베스트셀러에 눈이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트렌드보다는 자기 취향을 중시한다는 뜻인가. 그러다 망하면 어떡하나.
그래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다. 홍보도 더 열심히 하고, 시 모임이나 독서 모임도 진행할까 한다. 얼마 전엔 동네 아저씨가 자기 아들이 기타를 배우고 싶어한다며, 기타 수업을 제안해 왔다.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책방무사가 일종의 아지트 공간이 되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 나는 책방무사가 누군가의 취향에 딱 맞는 ‘책 편집숍’이 되었으면 한다. 어떻게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편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책을 사러 올 수 있는 곳 말이다.
꼭 갖다 놓고 싶은데 아직 못 갖다 놓은 책은?
개인적으로 시집을 좋아한다. 아직 시집을 내 욕심 만큼 갖다 놓지 못했다. 문인이자 지인 책도 더 많이 가져다 놓고 싶다. 장소가 작아서 한 달에 한 번씩 ‘이 달의 인물’ 코너를 운영할까 싶다. 책방무사니까 ‘이 달의 무사’라는 이름도 좋은 것 같고.
‘이 달의 무사’ 코너 재밌겠다. 첫 무사는 누군가?
김소연 시인을 생각하고 있다. 친한 언니이자 시인으로서 내가 정말 좋아 한다. 이미 소연 언니에게 추천 책 목록을 받아 놓았다. 10권 정도 전시할 것 같다. ‘이 달의 무사’ 전시 때문에 어제는 벽걸이 선반 살펴보러 가구점에 다녀오기도 했다.
10월 혹은 11월부터 시작될 거라던 '이 달의 무사' 코너는 지난 18일 '무사한 무사'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인터뷰가 14일이었으니 빠르게 실행에 옮긴 셈이다.
책방무사에서 준비한 야심코-너- <무사한 무사> 첫번째 무사한 무사는 김소연 시인입니다. 김소연 시인의 책들과 그녀가 직접 추천한 도서목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pic.twitter.com/QBvFM9cuIG
— 책방 무사 (@musabooks) 2015년 10월 18일
시를 정말 좋아하나보다.
읽다보면 어떤 단어가 확 와닿는다. 그 순간이 너무 좋다. 며칠씩 그 단어에 꽂혀 있을 때도 있다. 내 노래 중 ‘춤’이라는 곡은 ‘계약’이라는 단어에 꽂혔을 때 만들었다.
직접 책도 쓰고 있다고 하던데. 어떤 책인지.
동화책을 쓰고 있다. ‘이구아나’라는 제목이다. 스토리는 내가, 그림은 그림작가가 하고 있다. 내년에 독립출판 형태로 나올 것 같다. 사실 여기저기 출판사에 기획안을 냈다가 잘 안 됐다. 영영 묻혀있을 뻔했던 이야기다. 그런데 책방을 내면서 독립출판으로 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 못해? 라는 생각을 했달까.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사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부럽다고 하면 예전에는 “뭘 부러워. 너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도 않아. 다 장단점이 있어”라 말했다. 요즘엔 “그래, 나 멋있지? 부러워해~. 너도 너가 정말 좋아하는 거 찾아서 얼른 그거 해”라 말한다.
바뀐 이유는 뭔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삶이든 들여다보면 꿋꿋하게 버티는 게 필요하고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고. 쉽게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쉽게 살기 힘든 삶이니 오히려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건가.
노래도, 책방도 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뿐이다. '오랜 꿈이었다'는 거창한 표현보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책방도 더 나이 들어서 할 생각이었다. '책방 주인'이라는 말의 느낌이 어쩐지 나이 든 모습과 어울리지 않냐.
그런데 "왜 굳이 나중에 하려고 하냐. 하고 싶으면 지금 해라"는 지인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하고 싶으면 지금 하자'고 생각했다.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망하면 망하는 대로 배울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살기 팍팍하다는 말이 많다. 20대는 채용 시즌이라 바쁘고. 바쁜 와중에 토막토막 읽기 좋은 책이 있다면?
음… (잠시 망설이다 책을 들고 와 건넨다) ‘더 멀리’라는 잡지를 소개하고 싶다. 문인들이 모여 만든 독립잡지다. 3권까지 나왔다. 실린 글들이 길지 않아 토막토막 읽기 좋다. 시도 있고, 시인이 쓴 에세이, 인터뷰 글도 있다. ‘무사책방’을 낼 때 제일 먼저 들여온 책이다.

음악 작업은 요즘 안하나?
못하고 있다. 책방무사가 자리잡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최근 책방에서 기타를 쳐봤는데 장소가 아직 낯설더라. 좀 적응이 되면 책방에서 곡도 쓸 생각이다.
책방무사에 오면 늘 요조를 만날 수 있는 건가.
토요일은 방송 때문에 대개 문을 닫는다. 그외엔 거의 책방에 나온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가 정해진 영업 시간이다. 하지만 손님이 책에 푹 빠져 있으면 10시, 11시까지 문을 못 닫는 경우도 있다. 손님과 내가 각자 책에 빠져 있고, 음악이 흐르는 그 시간이 정말 너무 좋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돌아서는데, 요조가 동네 꽃 할머니에게 샀다며 국화 한 다발을 건넸다. 너무 많으니 가져가란다. 품에 안았더니 은은한 향이 바람에 날렸다.
길 가던 아저씨가 책을 둘러보고, 옆 집 가게 사장님이 안부를 묻고 가는 책방무사도 어쩐지 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사히 망하지 않는다면, 책방 무사가 뿜는 은은한 책 향기에 사람들이 나비처럼 모여들 것이다. 독립서점에 힘을 실어줄 좋은 모델이 될지, '무사'가 만들어갈 미래가 궁금해진다.
* 사진=위키트리 전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