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곤충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 있다. 이름은 '우리땅 곤충 관찰기'다. '한국의 파브르' 곤충 전문가 정부희 박사가 지난 20년동안 우리 숲을 찾아다니며 관찰한 곤충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길벗스쿨
15일 현재 책은 1권 '꼭꼭 숨은 곤충의 집', 2권 '하트 뿅뿅 곤충의 자식 사랑'까지 출간됐다. 앞으로 3권 '냠냠 쩝쩝 곤충의 밥상', 4권 '방귀 뿡 폭탄 펑 곤충의 무기', 5권 '뚝딱뚝딱 곤충의 집 짓기' 등 5권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우리땅 곤충 관찰기'에는 한국에 사는 곤충들이 소개됐다. 5권까지 약 80종이 담긴다. 정 박사는 한국에 사는 곤충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곤충의 모양과 생태가 자연 환경과 상호 작용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간 쉽게 알 수 없었던 한국 곤충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사진과 함께 담겼다. 저자는 짝짓기에 대한 과정을 재미있게 묘사해 눈길을 끌었다.
풍뎅이(1권 p.16~17)
이하 정부희 박사(길벗스쿨 제공)
풍뎅이 수컷이 밥을 먹고 있는 암컷에게 걸어가요. 야구 글러브 같은 더듬이를 펼쳐 흔들면서요. 더듬이의 끝 3마디는 나뭇잎처럼 길쭉하고 넓어요. (중략) 수컷은 이 요술봉 같은 더듬이로 암컷의 페로몬 냄새를 맡았어요.(중략) 수컷 풍뎅이가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고 등 위로 오르는데, 그만 떨어지고 말았어요.
새똥하늘소(1권 p.72)
(중략) 마침 암컷이 새순이 난 자리에서 밥을 먹어요. 그때 줄기 아래쪽에서 수컷 한 마리가 뚜벅뚜벅 다가와요. 다짜고짜 기다란 더듬이를 휘휘 저어 암컷 더듬이에 갖다 대요. 암컷도 더듬이를 수컷 더듬이와 머리에 부딪쳐요. 마치 칼싸움 하는 것 같아요. (중략)
저자인 정 박사는 16일 위키트리에 "다 자란 곤충을 관찰 할 때 가장 많이 목격하는 장면 중 하나가 짝짓기 장면"이라며 "곤충마다 수컷이 암컷에 구애하는 모습과 짝짓기 행동을 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 이 점이 신기해 독자에게 전달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엿보기 심정도 있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저자는 "예전에는 들로 나가 곤충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가 적다"며 "책으로나마 독자가 곤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짝짓기' 행동 외에도 저자는 우리나라 곤충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책에 풀어놨다. 책에 소개된 우리나라 곤충들의 흥미로운 행동 중 5가지를 모아봤다.
1. 똥으로 변장하는 곤충이 있다.
(2권 p.130)
왕벼룩잎벌레 애벌레는 자기 똥을 뒤집어쓰고는 ‘나는 새똥이다!’라고 알려서 사냥꾼을 따돌려요. 물기가 자르르 흐르는 똥 더미는 몸에서 좀처럼 흘러내리지 않지요. 그건 똥이 배설 기관에서 나오는 얇은 막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에요.
2. 눈물 나는 부성애를 보여 주는 아빠 곤충이 있다.
(2권 p. 68~76)
짝짓기를 마치면 암컷은 배 꽁무니를 움직이며 알읗 낳지요. 바로! 수컷의 널찍한 등짝 위에다가요. 알이 아빠 등에서 떨어지지 않게 줄을 맞춰 정성껏 낳은 뒤에 엄마는 ‘난 안 키워, 당신이 책임져.’ 하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리네요.
아빠 물자라는 자식 욕심이 많아요. 아빠 물자라는 등의 빈자리가 알로 다 채워질 때까지 다른 암컷과 계속 짝짓기를 해요. 80개쯤 낳은 알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아빠 물자라의 몸무게보다 두 배나 더 무거워요.
아빠 물자라는 알이 썩지 않도록 등에 지고서 이따금씩 물 위로 올라와 햇볕도 쬐고 바람도 쐬어요. 낮이나 밤이나, 물속으로 물 밖으로 바삐 움직여야 하니 정말 힘들겠지요? 게다가 아기를 돌보는 동안에는 거의 굶다시피 해요. 무거운 알을 업고 사냥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알에서 아기 물자라가 태어날라치면 아빠는 물 표면으로 올라와 알을 물 밖으로 내밀어요. 그리고 아기가 알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한 마리, 한 마리 깨어날 때마다 몸을 살살 흔들어 도와줘요.
갓 태어난 아기들은 아빠의 고마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헤엄쳐 물속으로 쏙 들어가요. 아빠는 점점 지쳐서 서서히 죽음을 맞아요.
3. 시체를 먹는 곤충이 있다.
(2권 p.142 ~144)
송장벌레는 말 그대로 송장(시체)을 먹고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끔찍하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만일 송장벌레가 없다면 세상은 시체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도 없고, 역겨운 냄새 때문에 숨을 쉬기도 힘들 거예요.
송장벌레처럼 죽은 시체만 먹는 곤충을 ‘부식성 곤충’이라고 해요. 죽은 시체를 분해하는 지구의 생물 가운데 85퍼센트가 이 부식성 곤충이지요. 그러니 이 곤충들은 지구의 일등 청소부라고 할 수 있겠지요?
4. 화학 무기를 제조하는 곤충이 있다.
(1권 p.169)
폭탄먼지벌레는 화학 물질을 만들어 뿜어내 천적의 공격을 피해요. 왕나비 애벌레도 독 물질을 품고 있어서 천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해요.
5. 뱀 허물같이 집 짓는 곤충이 있다.
(2권 p.108)
쌍살벌은 바닷가, 산속, 들판, 사람 집 등 거의 모든 곳에 집을 숨겨서 짓고 살아요.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곳에 집이 있기 때문에 사냥꾼들에게 거의 들키지 않지요. 더 재미난 건 쌍살벌의 집 모양이 종류마다 제각각 다 다르다는 거예요. 집을 짓는 습성이 달라서 보름달 모양, 뱀 허물 모양, 천장에 매달린 전등 모양 등 저마다 집 모양도 다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