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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아니었어?" 설날 차례상 속 일본 잔재

2016-02-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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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댁 A(38) 씨는 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

'민족 대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댁 A(38) 씨는 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상에 '차례주'를 준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대체 어떤 술을 올려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청주', '정종', '약주' 등 물어보는 동료마다 모두 제각각 답이 달랐다.

'차례주' 뭐지... / giphy

이는 비단 A 씨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가정마다 지역마다 '차례주'는 제각각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례주'로 어떤 술을 올리는 게 적합할까.

흔히 알고 있던 차례주 '정종'... 우리술이 아니다

이하 EBS, 역사채널e

謹以淸酌 庶羞恭伸 奠獻 尙饗(근이청작 서수공신 전헌 상향)

= '맑은 술'과 소박한 음식으로 공손히 잔을 올리니 흠향하시옵소서

제사 올릴 때 흔히 쓰는 축문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차례주를 전통 제법으로 빚은 가양주 중 '맑은술'로 올렸다. 바로 맑고 깨끗한 술만 모은 '청주'다.

정종도 보기에는 맑다. 일반적으로 정종이 청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선조들이 만들었던 '청주'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종'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름 빼앗긴 '우리 청주'... 차례주에 담긴 일제 강점기의 잔재

사연은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강점기 1907년 조선 총독부가 주세령을 내리며 전통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세금을 걷을 목적으로 집에서 빚는 술을 금지하고 면허를 받은 양조장에서만 술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우리네 전통 청주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일본 순사가 몽둥이로 제사 지내려고 빚은 술독을 깼다는 이야기도 전해질 만큼 극심하게 억압 했다고도 한다. 그 결과 쉽게 구할 수 있던 '마사무네'. 즉 일본 청주를 차례상에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지난 80년 동안 일본 술인 정종을 차례상에 올렸고 '차례술=정종' 이라는 웃지 못할 인식이 생긴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우리 술의 설움을 이어졌다. '양곡 관리법' 탓이었다. 양곡 관리법이란 양곡의 수급을 조절하고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법으로 이를 위해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했다.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본식 청주가 계속 차례상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전통 청주는 일본식 청주로 잘못 인식하게 되었다. 지금도 주세법상 일본식 청주는 청주로, 우리 전통 청주는 약주로 구분된다. 우리 청주가 일본에 이름까지 빼앗기게 된 것이다.

전통 발효 방식 살린 '차례주' 살리기 위한 노력

연합뉴스

당연히 '우리 술'로 여겼던 정종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처럼 일본 식민의 아픈 과거가 서려있다.

물론 이전에는 차례주에 대한 역사를 자세히 아는 이들도 적었으며,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차례주를 올려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먼저 주류업계에서 한국 전통주 '약주'를 알리기 위해 나섰다. 기왕이면 차례상에 '우리 술'을 올리자는 움직임이다.

대표적인 예가 종묘제례에 올리는 차례주다. 종묘제례에서는 전통방식으로 빚은 우리 술을 올리고 있다. 주정을 섞어 만든 청주는 정통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차례주 제품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한다.

국순당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의 신우창 연구소장은 "'우리 술'을 차례상에 올리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술과 일본 술은 맛과 풍미는 물론 원료까지 다른 점이 많다. 알면 알수록 다양한 것이 우리 술"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술, 전통주를 살리자는 인식이 퍼져나가 전통주 발굴 작업과 무형문화재 등록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하루 빨리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바로 차례상을 차리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이번 설날 가족 모두가 정성스러운 음식과 함께 '정종'이 아닌 '우리 술'을 올리는 것은 어떨까.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첫 발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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