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복원 작업 중인 5300년 전 '아이스맨' 미라

2016-03-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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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의 성도와 성대, 구강 모형을 만들기 위해 CT 촬영까지 동원했다. 연합뉴스 (서울=연

미라의 성도와 성대, 구강 모형을 만들기 위해 CT 촬영까지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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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1991년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접경 알프스 산맥의 빙하에서 완벽한 상태의 미라로 발견돼 전 세계를 흥분시킨 '아이스맨'이 5300년의 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차노 연구진이 일명 '외치'(Otzi)로 불리는 이 미라의 음성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차노 산 마우리치오 병원의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프란체스코 아반치니는 "약 1년 내로 외치의 원래 목소리 또는 최소한 그의 실제 음성에 최대한 가까운 소리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이라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아반치니와 그의 동료들은 성대에서 콧구멍에 이르는 외치의 성도(聲道)와 성대, 구강 모형을 만들기 위해 CT 촬영까지 동원했다.

이탈리아 북동부 파도바에 있는 이탈리아 국립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은 향후 CT 촬영에 기반한 모형과 특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외치의 목소리를 재창조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고 있는 아반치니는 "물론 외치가 5천여 년 전에 어떤 언어를 썼는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그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음들을 복원하고, 자음 모형을 재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5300년 만에 냉동 인간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은 다양한 난관과 맞닥뜨리고 있다고 아반치니는 소개했다. 가령, 외치는 뼈와 근육 등 딱딱한 조직만 남아있는 상태이지만 정확한 목소리 복원을 위해서는 인간의 음성에 영향을 미치는 연조직이 어떠했을지를 정밀하게 추정해야 한다.

그는 "또 다른 큰 문제는 인후와 설골을 정확히 가리고 있는 외치의 왼팔"이라며 "이는 목소리 복원 작업에 있어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자세"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안에 초기 성과가 나오고, 1년 안에는 외치의 음성을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반치니는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은 머지않아 디지털 파일로 외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미라보다 최소 수백 년은 오래된 후기 석기 시대 인류로 추정되는 외치는 현재 볼차노의 사우스티롤 고고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과학자들은 장기 등 원형이 멀쩡하게 보존된 이 미라를 지난 25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해 그가 생존 당시 섭취한 음식물과 생활양식, 체질과 질병 등을 폭넓게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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