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웹툰 '스퍼맨'으로 돌아온 하일권 인터뷰
2016-03-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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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스퍼맨'은 슈퍼 정자를 가진 능력자다. 정자(sperm)에서 따온 캐릭터다

'스퍼맨'은 슈퍼 정자를 가진 능력자다. 정자(sperm)에서 따온 캐릭터다. 웹툰 '스퍼맨'은 이 슈퍼 정자 능력자가 지구를 구하는 히어로물이다.
웹툰 작가 하일권(34) 씨가 지난달 20일 신작 ‘스퍼맨’으로 돌아왔다. 웹툰 삼봉이발소, 안나라수마나라, 목욕의 신 등을 워낙 감명 깊게 받던 터라 하일권 작가 작품은 일단 ‘클릭’하고 본다. 그런데 갑자기 포털 사이트가 ‘성인 인증’을 요구한다. 웹툰 ‘스퍼맨’ 스크롤을 내리다가, 다시 위로 올려 작가 이름을 두 번 확인한다.
‘진짜 하일권이 맞는 거지?’
전작들에서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책임지던 하일권 작가가 19금 웹툰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하일권 작가를 만났다.
'스퍼맨'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작가와 기자 모두 웃음이 터졌다. 하 작가는 인터뷰 중간에도 ‘스퍼맨’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었다.

스퍼맨 구상 계기는?
전작인 웹툰 ‘고고고’가 지난해 11월 끝나고 차기작 생각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딱히 계기가 있다기보다 원래 히어로물을 하려고 예전부터 생각 하고 있었거든요. 원래는 19금으로 풀 생각은 아니었어요. 수위를 낮추고 전체 연령자로 기획해서 1화 콘티를 네이버 쪽에 보냈는데 19금으로 가도 괜찮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의견이 분분하긴 했어요. 근데 저도 성인 웹툰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19금이긴 해도 선정적이라기보단 ‘야한 병맛’(?) 느낌이에요.
성인만화지만 노출이 많이 되는 네이버에서 연재되다 보니 조심하고 있어요.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게 최대한 독자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그리는 거예요. 작품 준비하면서 주변 여성분들한테 불쾌하지 않은지 모니터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작가님 독자 폭이 넓긴 하지만 웹툰 보는 독자들은 학생들이 많은데 학생 독자를 잃는 게 겁나진 않으셨어요?
사실 10대 독자들을 다 잃는다는 생각에 두려움도 있지만…. (웃음) 예전에 제 만화를 보고 자랐던 10대들이 이제 20대가 많이 됐을 테니까요. 그 20대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웹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근데 ‘스퍼맨’을 보면 중고생들이 좋아할 만한 유머이기도 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도 19금을 달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아무래도 네이버다 보니까, 19금을 걸지 않으면 초등학생도 볼 수 있어서요. 그래서는 안 되잖아요.

작가님 전작들은 삼봉이발소, 삼단합체 김창남, 안나라수마나라, 목욕의 신 등 주로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어요. ‘스퍼맨’에서도 어떤 메시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예전엔 교훈에 좀 많이 매여있었던 거 같아서, 좀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너무 그런 쪽으로 이미지가 굳혀지는 거 같아서 깨고 싶기도 했고요. 뭔가 예술작품이라는 게 굳이 교훈을 줄 필요가 있나, 오히려 멀어져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죠.
그럼 이번 ‘스퍼맨’에서 교훈은 찾기 힘든 걸로?
네 뭐 일단. (웃음) 성인들이 좀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성인만화 그리는데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성인만화라는 게 해보니까 ‘진짜 어렵구나’, ‘성인만화 그리시는 분들이 대단하시구나!’ 하는걸 느끼고 있어요. 성인만화는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되는 거 같아요. 저도 기획하면서 부끄러웠고, 그리면서도 부끄러워요. 근데 제가 자기검열을 하다 보면 표현하려고 하는 게 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제겐 새로운 도전이라 재미있어요.
댓글 중에 "약 빨고 만들었다"는 얘기 많은데 ‘스퍼맨’ 아이디어 구상은 어떻게 하세요?
‘스퍼맨’ 소재를 잡고 나서는 계속 파생되는 아이디어 구상을 했어요. 친구들끼리, 특히 남자애들끼리 하는 농담, 술자리에서 키득키득할 거 같은 농담들을 재밌게 풀고 싶었어요.
댓글 다 보세요?
성인물이라 걱정이 돼서 이번엔 다 봤어요. 불안하더라고요. 신고받아서 1화 만에 내리는 거 아닌가. 그런 얘기도 있었거든요. (웃음) 다행히 댓글 대부분이 ‘약’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의도대로 된 거 같아요. 독자분들이 놀라셨다는 게 좋고,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제 전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악성 댓글도 많았아요. 실망스럽다, 저질스럽다고요.
그래서 직접 하일권 작가가 웹툰 ‘스퍼맨’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하 베댓)을 읽어보기로 했다. 하일권 작가가 쑥스럽게 웃으며 ‘스퍼맨’ 댓글을 읽는데 어딘가 작곡가 유희열 씨 모습이 겹쳐졌다. 어쩐지 ‘감성 변태’라는 유희열 씨 별명과도 어울려 보였다.
조심스럽게 유희열 얘기를 꺼내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일권 작가가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라며 받아쳤다. “유희열도 감성 변태라고, 그런 게 닮았다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요.”
그가 베댓을 읽고 코멘트하는 영상이다.
하일권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설정 속 묵직한 메시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스퍼맨’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는 ‘스퍼맨’을 연재하는 동시에 진지한 히어로물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