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에 나온 윤동주 시 13선

2016-03-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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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 공식스틸컷, 위키피디아 윤동주 시인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친근하지만, 실제

영화 '동주' 공식스틸컷, 위키피디아

윤동주 시인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친근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르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의 시는 교과서와 각종 시험에 나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삶에 대해선 덜 알려져 있었다.

영화 '동주'는 그러한 윤동주 시인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그의 단짝이자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송몽규 열사도 함께 나온다. 배우 강하늘 씨가 윤동주, 박정민 씨가 송몽규 역을 맡았다.

영화 장면 곳곳에선 윤동주 시인의 시가 13편 등장한다. '내일은 없다'와 '봄' 2편은 화면으로 처리됐고, 나머지 11편은 극 중 강하늘 씨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온다. 윤동주의 시 구절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영화 '동주'에 나온 윤동주 시인의 시구절들을 모두 모아봤다.

1. 내일은 없다

극 초반 윤동주(강하늘)가 학생잡지 ‘신명동’에 기고한 작품으로 나왔다.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2. 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든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3.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4. 쉽게 씌여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까.

5. 병원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6.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7. 아우의 인상화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 앳된 손을 잡으며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8.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9.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10. 봄

극 중 윤동주(강하늘)가 도쿄 릿교대학 영문학 수업을 듣다 써 내려간 시로 등장한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11. 사랑스런 추억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2. 공상

나는 말없이 이 탑을 쌓고 있다.

명예와 허영의 천공에다,

무너질 줄도 모르고,

한 층 두 층 높이 쌓는다.

13. 자화상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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