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내린다 넘고싶다? 전혀" 안녕바다 인터뷰

2016-03-23 13:10

add remove print link

감성 멜로디에 감성 보컬이 버무려진 '감성 밴드'데뷔 10년 차, 대한민국 인디 신을 대표

감성 멜로디에 감성 보컬이 버무려진 '감성 밴드'

데뷔 10년 차, 대한민국 인디 신을 대표하는 실력파 록 밴드

국민 BGM "별 빛이 내린다~ 샤라랄라랄랄라"를 부른 밴드

그동안 밴드 안녕바다를 이렇게 알고 있던 이들에게 작은 반전 하나를 던져줄 수 있을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단순한 '감성 밴드'가 아니었다. 직접 만나본 안녕바다는 진지한 음악인이었고 동시에 '비글미' 가득한 3총사였다.

셰이크잇 셰이크잇 / 이하 위키트리

3년 만에 3총사로 돌아온 안녕바다를 만난 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였다. 보컬 나무 씨가 내려 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호강으로 대화는 시작됐다.

그동안 1년여 만에 음반 한 장 씩을 들고 팬들을 찾은 이들이 박차를 가해야 할 때에 '왜 3년이나 걸렸을까'. 그게 일단 궁금했다.

"자연스럽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처음부터 시간을 조금 더 가지고 만들었던 것도 있었죠" 보컬 나무(29) 씨가 말했다.

길게 보고 만든 4집 '밤새, 안녕히'. 그는 "곡 수집도 천천히 하고 해서 충실히 앨범을 준비했다"고 했다.

베이스 우명제(33) 씨는 사뭇 진지했다. 그는 "우리는 음악으로 치유를 받고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자라왔다"며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녹음을 길게 해봤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우선제(기타), 나무(보컬), 우명제(베이스)

안녕바다 팬들은 단번에 알았겠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안녕바다는 멤버 구성이 단출해졌다. 4명에서 3명이 돼 돌아왔다. 이에 대해 물었다.

- 멤버 변화가 있었다. 팬들에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나무 : 원래는 드럼 치는 형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팀을 나가게 됐다. 그렇게 3명이 됐다. 멤버 공백 문제 때문에 사실 힘들기도 했는데 잘 극복하고 새 앨범 준비를 마쳤다.

여러 가지 이유를 굳이 따져 물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다만 기타리스트 우선제(29) 씨 말이 모호하지만 정답처럼 들렸다.

선제 : 밴드는 연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연인끼리 헤어지듯이 이유 없이 헤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통보를 받기도 하고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닌데 헤어지기도 하고... 그런 것 같다.

- 3명이서 만든 4집 '밤새, 안녕히'가 발매(23일)를 앞두고 있다. 직접 설명해 달라. '밴드 본연의 사운드로 돌아왔다'던 3집 사운드와 진화 버전으로 보면 될까.

나무 : 4집은 3집 연장선이다. 이 표현이 맞을 것 같다. 3집에서는 처음으로 비워내는 사운드를 표현하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4집에서는 그 완성본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명제 : 언젠가부터 '솔직함'을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솔직히 연주를 할까', '어떻게 하면 더 진솔하게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가 낸 결론은 '낼 수 없는 소리를 억지로 넣지 말자'였다. 자연스럽게 사운드가 덜어졌고 그게 3집이었다. 4집은 거기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타이틀명이기도 한 '밤새, 안녕히'는 세월호 추모곡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인 부분 외에 사회적인 것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 보다.

나무 : 개인적인 감정 변화와 사회적인 이슈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밤새, 안녕히'를 만들 때는 정말 무기력했었고 지쳐있었다. 그런 기분들을 최대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노래 자체는 추모곡이긴 하지만 4집 11곡을 아우르는 제목과 곡이라고 생각한다.

명제 : 사회, 경제, 정치... 현실적인 모든 문제들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우린 생각한다. 그래서 현실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약간 어불성설인 것 같다.

유튜브, Fluxus Music

4집과는 별개로 안녕바다가 보유한 '국민 BGM', '마성의 BGM'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2009년 발매한 미니앨범 '보이스 유니버스(Boy's Universe)' 타이틀곡 '별빛이 내린다' 이야기다.

'별빛이 내린다'는 지난해부터 부쩍 예능 프로그램, 광고 등에 사용되며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 마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상형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별 빛이 내린다~ 샤라랄라랄랄라" 이 곡 말이다.

- '별빛이 내린다' 역주행이 대단하다. 틀면 나온다고 해서 '수도꼭지 송'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기분이 어떤가.

나무 : 나온 지 정말 오래된 곡이다. 예전 노래가 사랑받아서 좋긴 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작품들이 사랑받기를 원하는 게 있다. 옛날 곡들은 스스로도 오글거리는 것이 있기도 하고...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그 곡이 자기 생명력이 강하다.

멤버들은 언제부터 '별빛이 내린다'가 재조명 받게 된 건지 기억하질 못 했다. 이들은 입을 모아 "그냥 어느 날부턴가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만 원곡 의도와 달리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아니 의견이 분분했다.

- '별빛이 내린다'는 사실 도시에서 별빛 쏟아지던 지난날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사용될 때는 정말 다양한 상황에 쓰인다. 원곡자들이 보기에 어떤가.

"원곡을 해치죠!"

나무 씨가 주저 없이 한 마디 했다.

그는 "100명 가운데 1명은 '이 노래가 뭘까'하면서 저희를 찾아보고 그렇게 팬이 돼주시기도 해서 감사하다"면서도 "참 의도치 않는 곳에 사용될 때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나무 씨가 예를 든 곳은 아프리카TV 개인방송이었다. 그가 "별풍선 받을 때 마다 쓴다던 지 하는 건 좀…"이라고 말을 줄이자 명제 씨가 한 마디 했다. "아니야~ 고마운 분들이야"

본격 티격태격 시작이었다. 대화 그대로다. 원래 말투를 100% 살렸다.

명제 : 고마운 분들이야

나무 : 아니야. 난 안 고마워

명제 : 그렇게 따지면 허락받고 쓰는 사람 아무도 없어(ㅎ)

나무 : 본인들 배불리면서 우리 노래 쓰는 거 난 탐탁지 않아. 저작권 인식이 없는 거 같아

명제 : 그러기엔 너무 짧게 써

나무 : 음... 그래도…!

둘만의 토론을 수익 이야기로 돌렸다.

"가수 장범준 씨의 곡 '벚꽃엔딩'은 '벚꽃연금'이라는 말도 생겼다. '별빛이 내린다'도 BGM으론 그 못지않게 쓰이는 것 같다. 수익적인 부분은 어떤가"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무 : 생각하시는 것만큼 큰 변화는 없다. 일정 구간을 써야 저작권료도 나오는데 워낙 짧게 쓰기도 하고… 정말 생각하시는 것 만큼은 안된다. 그저 행복하게 음악 하고 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명제 : 매니지먼트에는 어떤 효과를 봤을지 모르겠지만 우린 사실 비슷하다.

선제 : (건너편 건물을 가리키며) "저 건물 저희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절대 그 정도는 안된다.

멤버들은 '별빛이 내린다'를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은커녕 그럴 생각 자체도 없어 보였다. 그 곡은 수많은 안녕바다 곡 가운데 한 곡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멤버 각자가 생각하는 '안녕바다 팬 저격 송'을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멤버들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들을 소개했다.

명제's PICK -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3집)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배를 타고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왠지 모르게... 곡명 자체가 팀 초창기 때 이름이기도 하고 해서 의미가 있는 곡인 것 같다. 뭔가 우리를 대변해주는 노래랄까.

유튜브, HANKOOK NORE

나무's PICK - 밤새 안녕히 (4집)

이 노래를 만들고 세월호 유가족 분들 앞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유가족 분들이 굉장히 위로받았다고 말씀해주셨다. '음악을 한다는 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책임감이 들게 된 곡이다.

이하 유튜브, RealLive! 문화콘서트 난장

선제's PICK - 좁은 방 안에서 (4집)

노래 가사는 슬프지만 신난다. 멤버들끼리 합주하면 이 노래할 때 유난히 기분이 좋아지고 해서 애착이 간다.

어느덧 10년 차 밴드가 됐지만 꿈마저 안녕바다스러웠다. 이들은 '축구는 잘하고 싶지만 유명해지긴 싫다'는 '지느님' 박지성 전 선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끝으로 이들이 전한 '안녕바다 10년, 이후 목표 혹은 꿈'이다.

나무 : 보편적 다수에게 공감 받는 음악을 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밴드가 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얼굴은 지금처럼 몰랐으면 좋겠고...

명제 : 우리는 음악을 통해서 많은 걸 얻었다. 유명하거나 혹은 유명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영향을 줬던 뮤지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니까 진솔한 음악을 더 만들고 싶은 거? 딱 그거 하나다.

선제 : 앞으로도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중년이 돼서도 멋진 음악 하고 싶은 게 목표다. 마치 이승열(46) 형처럼? 직장인들 출근하듯이 이게 우리 일이니까. 정년퇴직할 때까지 오래 하고 싶다.

대뜸 물었다. "60세까지요?"

안녕바다 세 멤버가 입을 모았다. "더 오래 해야죠!"

갈길이 약 30년은 남은 밴드 안녕바다가 남긴 4집 컴백 인사다. 그럼 BYEBYESEA, BYE BYE!

360도 VR 영상은 PC에서는 크롬, 모바일에서는 유튜브 앱을 이용하세요 / 유튜브, wikitree4you

* 사진·영상 = 전성규 기자

home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