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자궁발언' 처음 페북에 올린 남성 해명글
2016-03-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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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애플 보컬 윤성현 씨가 '자궁냄새'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가운데 이 내용을 최초로 알
쏜애플 보컬 윤성현 씨가 '자궁냄새'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가운데 이 내용을 최초로 알린 이가 해명글을 남겼다.
윤 씨 지인 이모 씨는 22일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겨 해명했다.

이 씨는 "제 친구 성현이, 성현이와 같이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밴드 멤버분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쏜애플의 음악을 사랑하고 응원했던 많은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망설이지 않고 제일 문제가 되었던 '자궁냄새'라는 단어부터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이 단어만 떼어놓고 보았을 때 확실히 어감이 나쁘고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 씨는 "하지만 저희는 이 단어를 결단코 그러한 성적인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며 "어떠한 뮤지션이든, 자신의 앨범에 수록되는 곡은, 특히 창작을 하는 작곡가나 싱어송라이터 같으면, 대중들의 사랑을 받든 못 받든 하나하나 각별하게 소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 SNS에서는 이 씨가 남긴 글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씨는 해당 글에서 "윤 씨가 술자리에서 '음악에서 자궁 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었다.
이후 이 글을 두고 논란이 확산됐고 윤 씨는 "'자궁'이라는 표현은 어떤 비하나 혐오의 감정이 담겨 여성 그 자체를 신체 일부분으로 환원시켜 버리는 표현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씨는 해명글 말미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뻔뻔하다고 여기실 수 있다"며 "하지만 저를 어떻게 여기시든 사실은 말씀드려야겠다. 성현이는 그런 애 아닙니다"라고 전했다.
이 씨가 쓴 해명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문제의 글로 심려를 끼친 ○○○입니다.
먼저, 글을 쓰기 전에 제 친구 성현이, 성현이와 같이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밴드 멤버분들, 밴드가 몸담고 있는 회사분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쏜애플의 음악을 사랑하고 응원했던 많은 팬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떠한 말씀을 드려도 가슴 속의 상처가 쉽사리 아물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설명하고 말씀드리려 하는 바를, 가급적이면 열린 마음으로, 특히 팬분들께서는 이 글에서의 성현이를 쏜애플의 멤버가 아닌, 술자리에서 20대 초중반을 같이 부대낀 친구와의, 한명의 보통 청년임을 항상 염두에 두시고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제일 문제가 되었던 “자궁냄새”라는 단어부터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 단어만 떼어놓고 보았을 때 확실히 어감이 나쁘고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단어를 결단코 그러한 성적인 목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뮤지션이든, 자신의 앨범에 수록되는 곡은, 특히 창작을 하는 작곡가나 싱어송라이터같으면, 대중들의 사랑을 받든 못 받든 하나하나 각별하게 소중할 것입니다.
제가 문제글에서 밝혔듯이 성현이와 음악 얘기를 주로 하는데, 진정 여성을 혐오하는 이상심리자라면 소위 “자식과 같이 귀한” 자신의 곡을 여성 아티스트의 분위기에서도 모티브를 얻어 곡을 쓸까요.
아마 본인이 못 견딜 거라고 생각합니다(첨언하자면, 성현이가 커버한 곡들도 그렇게 팬이라고 자처하던 f(x)를 비롯,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에코 등 모두 여성보컬들의 곡들입니다. 코나의 노래 역시 이소라 님이 주요 코러스를 부르셨죠).
이와 역시 마찬가지로 별다를 것 없이 남성성을 강하게 자극하는 음악 또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현이의 가사와 기타톤 등 전체적인 사운드가 중성적이고 애매모호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특히 가사는 화자가 남성성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소년, 또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호하게 그려지는데 그 이유가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기에, “자신이 남성으로서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남성성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신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지 못한 여성성을 온 몸에 털을 곤두세우면서 끌어와서” 나오는 결과물 아닌가 합니다.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의 뚜렷한 자의식보다는, 중성적 입장에서 보편성을 취하면서 더 넓은 감성을 노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주로 제 얘기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됐건 이렇게 위험수위가 높은 발언들, 단어들을 여과없이 썼는지” 입니다.
1. “현장성”을 살리고 싶은 욕심이 지나쳤었던 것 같습니다.
성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이 녀석의 참신한 표현들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팬분들은 가사에서도 그러한 점을 많이 느끼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단지 성현이의 이러한 천부적인 재능을 제 지인들, 그리고 혹시라도 지나치다가 보고 이러한 능력에 주목하는 분들이 있길, 더 나아가 성현이의 음악도 관심있게 들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글의 시점은 대부분 성현이가 군입대 전(쏜애플로 본격적인 활동도 하기 전)인 아주 오래 전의 얘기입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고,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2. SNS의 위험성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금 점점 유명해지고 있는 친구의 얘기를 무분별하게 다룬 것도 제가 비록 SNS를 하지만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제 개인의 공간’, 마치 예전의 “싸이월드”의 일기장 다루듯 했어서 이를 경각심 없이, 가볍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특성상, 지인들로 연결되어있기에, 제 지인들의 상당수가 성현이와 저를 아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맥락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혹여라도 지나치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극소수일터이고 제가 어떤 의도로 글을 전달하는지 알아주시리라는 막연한 믿음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근거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 후회가 되고 제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3. 성현이의 사회적 지위를 정확하게 몰랐습니다.
제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친구가 누가봐도 탑클래스 연예인이라면 저도 섣불리 이런저런 글이나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친구에게 피해를 주기 정말 싫을테니까요.
저는 성현이가 아직은, 미력한 저의 힘이나마, 언급되는 것이, 설사 그 속에 어떠한 문제되는 표현이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는 그 반대의 상황이 되어버려 정말 제 자신이 미성숙한 인간임을 자각하는 동시에 죄책감이 듭니다.
성현이의 해명글이 포털사이트의 탑뉴스에 뜰 정도의 인물임을 알았다면, 제가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그러한 경거망동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정말 20대 초중반에 같이 학교 동아리방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헛소리로 밤을 같이 새우던 친구가 아닌 “공인 윤성현”을 자각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4. 제 친구가 “쏜애플”의 “윤성현”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글을 쓰면서 제가 의식한 것은 아닙니다만,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어쩌면 이 점이 무의식 기저에 깔려있는 가장 큰 경솔한 발언의 추동력 아니었나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겁나서 가지 못했던 길, 하지만 항상 마음구석에는 동경하던 길을 용감하게 걸어나가는, 그 것뿐만 아니라 정말 잘해나가고 있는 “내 친구” 윤성현. 저는 천성적으로 그렇지 못해, 그러고 싶어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은데, 거침없는 표현, 직설적인 표현도 서슴치않고 해버리는 “롹커” 윤성현.
아는 사람들에게 음악 개성있게 잘한다고 인정받는 “뮤지션” 윤성현. 이런 사람이 저와 서슴없는 얘기까지 하는 친한 친구라는 것을 주변에 과시하고픈 욕망이 컸었던 것 갔습니다.
저는 음악가들을 사랑하고 창작자들을 존경합니다.
그 창작의 고통을 온전히 공감은 못하더라도 가슴깊이 항상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성현이는, 항상 저에게 토로했듯, 자신의 틀을 깨 새로운 것을 아름답게 이루고픈, 항상 괴로워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아름다운 창작자이자 음악인입니다.
저는 옆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그 항상 탐구하는 자세가, 친구지만 감탄스럽고,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여러분이 의심하시는 성현이의 모습. 제가 옆에서 주욱 지켜봤지만, 성현이는 그런 애 아닙니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으로서 뻔뻔하다고 여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어떻게 여기시든 사실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성현이는 그런 애 아닙니다.
물론, 성현이가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구석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성현이의 음악에 대한 열정, 그 치열함, 그 순수함을 본 저로서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그의 날개를 꺾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에게 진심이 가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