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시 공모전 등장한 반전 '세로드립'
2016-04-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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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 / Wikipedia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시민단체 '자유경제원'이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 탄생 141주년을 기념해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식을 열었다. 하지만 수상작들 가운데 소위 '세로드립'을 쓴 작품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에 휩싸였다. '세로드립'이란 각 행 첫 번째 글자를 이어 붙이면 숨겨진 문장, 단어가 나오는 일종의 암호문이다.
지난달 24일 자유경제원은 '제 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식'을 열고 총 15작품을 선정, 수상했다.
대상은 세종대 기계공학과 오종택 씨가 쓴 '중앙청'이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윤인수 씨와 쓴 한시 '옥중음(獄中吟)'과 이종서 씨가 쓴 영시 '약속의 땅에서(To the Promised Land)'가 공동 수상했다.
수상식이 끝난 뒤, 온라인에선 이 씨 작품 '약속의 땅에서'가 '세로드립'으로 쓰였다는 주장이 퍼지기 시작했다. 각 행 첫 알파벳을 이어 붙이면 '니가가라 하와이(NIGAGARA HAWAII)'라는 문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씨가 실제로 '세로드립'을 염두해 쓴 시가 맞다면 '니가가라 하와이'는 이 전 대통령의 미국 하와이 망명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1960년 4·19혁명 후 대통령직에서 하야한 뒤, 하와이로 떠나 그곳에서 1965년 향년 90세로 숨을 거뒀다.
입선을 수상한 이정환 씨의 '우남찬가'도 문제가 됐다. 각 행 첫 글자를 따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 반역자', '한강다리' 등의 단어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남한 단독 선거 추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해체, 한강대교 폭파 등을 비판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4일 "해당 작품들 수상을 취소한 상태"라며 "홈페이지에서도 내린 상태다. 자세한 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자유경제원 측이 이날 내놓은 입장 전문이다.
□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 3월 24일(목)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에 대회 취지에 반한 글을 악의적으로 응모한 일부 수상작에 대해 입상을 취소하고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처할 것을 밝혔다.
□ 입상 취소된 두 글은 최우수상에 선정된 To the Promised Land(이종○)와 입선작인 우남찬가(이정○(필명))로, 첫 글자를 세로로 읽을 경우 이승만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을 고의적으로 담고 있다.
□ 자유경제원은 해당 사안이 교묘한 사술을 통해 행사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이로써 주최 측 및 다른 응모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 또한 이는 단순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인식 차이와 다른 사안으로, 저들이 이승만 대통령을 부정하는 집요함이 금도와 상식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