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비글의 눈물을 아시나요?" 비글 구조 현황

2016-04-0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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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be mindful of the products that you buy. So

Please be mindful of the products that you buy. So many innocent animals are tortured with these horrific tests. Look...

Posted by Earthlings on Sunday, December 13, 2015

SNS에 확산됐던, 실험 후유증을 앓고 있는 비글 사진이다. 이 비글은 샴푸 품질 테스트에 투입됐었다. 샴푸를 시중에 유통하기 전 유해성은 없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험자는 비글 머리와 얼굴에 샴푸를 끊임없이 붓는다. 독성 때문에 비글은 눈이 먼다. 실험은 비글이 양 눈 시력을 다 잃을 때까지 지속된다.

지난 2008년 동물보호단체 PETA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다. 영상에서 비글들은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 테스트를 당하고 있다. 비글들은 고통에 표정을 찡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실험자를 향해 짖지도, 물지도 않는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온순하고 너그러운 천성 탓에 지금도 많은 비글들이 실험동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 유튜브, PETA

비글은 실험견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으로 꼽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동물로 쓰인 개는 9967마리였는데, 이 중 상당수가 비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립독성과학원 실험동물자원팀 관계자는 "실험동물 역사를 거슬러봤을 때, 1950년대 미국에서 비글을 실험동물로 번식, 생산을 시도했다. 이를 시작으로 일본, 유럽 등으로 확대됐다. 온순한 성질, 인내심 강한 성격, 짧은 털 등 기준으로 실험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했다.
국내 실험동물 공급업체 오리엔트바이오 관계자는 "비글이 다른 강아지들보다 컨트롤이 더 잘되고, 실험자 말을 잘 들어서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에 사용된 비글은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실험이 종료된 동물은 안락사 처리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는 각 실험 기관에 실치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판단에 따라 안락사되지 않고 동물 보호소에 맡겨지거나 입양되는 경우도 있다.

동물실험 후유증으로 한쪽 귀와 꼬리를 잃은 실험 비글 '럭키' / 이하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국내 실험견 구조 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는 "제보를 받아 실험 비글을 입양 보낸 적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유 대표는 지난해 6월 양주 동물 보호소 '양주쉼터'에 있는 비글 4마리에게 새 가족을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비글들은 실험견으로 사용되다가 안락사되지 않고 이곳 보호소에 보내졌다. 이름은 럭키, 비철이, 비돌이, 조이였다.

당시 럭키는 한쪽 귀가 잘려 있었고, 꼬리가 반쯤 끊어져 있었다. 비철이는 지방 부종이 있었고, 비돌이는 이빨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귀 안 쪽엔 실험실에서 이름 대신 사용됐던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보호소 담당자는 이들에 대해 "실험실에서 4년, 보호소에서 10년을 지낸 노령 비글"이라고 했다.

실험 비글은 이름 대신 일련 번호로 불린다. 귀 안쪽에 해당 번호가 새겨져 있다

국내 입양을 위해 각종 SNS로 사연을 알렸으나, 입양한다고 자원하는 가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유 대표는 "비글을 맡아주고 있던 양주 보호소와 미국 동물 보호 단체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 도움을 받아 해외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비글 프리덤 프로젝트'는 실험비글을 전문적으로 구조해 입양을 보내는 단체다.

14년만에 자유를 찾은 실험비글 4마리 영상이다 / 유튜브, Jay Yoo

비글 4마리는 미국까지 장시간 비행을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 가운데 럭키는 폐암 판정을 받았다. 유 대표는 "실험 후유증으로 보이는 복부 쪽 늑골 아랫부분이 녹아져 내린 듯한 증상이 발견됐다"고 했다.

럭키를 제외한 비글 3마리는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그 사이 한국에 있던 럭키는 갑작스러운 심장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1월이었다.

폐암 판정을 받은 실험 비글 럭키, 지난해 11월 실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 이하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유 대표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직접 거두지 못하고 떠나보내서 정말 미안했다. 다시 이런 실험 비글들을 데려온다면, 우리 손으로 거두겠다는 마음에 비글구조네트워크를 창립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 15년 동안 구조된 비글 수는 21마리 정도 된다. 전문 단체가 구조했다기보단 일반 동물보호단체가 실험기관 협조를 얻어 비공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동물실험 자체가 폐쇄적으로 이뤄져 실험 기관에서도 동물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달 11일부터 국내 실험 비글 구조 실태를 카카오스토리펀딩에 올리고 있다. (☞바로가기) 실험 비글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구조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실험기관 협조를 받아 실험동물을 구조한 사례도 있다. 비영리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은 지난해 실험비글 13마리를 구조했다. 이정현 동행 대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외부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실에서 실험동물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곳이다. 실험기관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실험계획과 동물구매, 실험절차와 관련된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실험이 끝난 뒤엔 사후 점검도 받는다.

이 대표는 "활동하고 있던 실험기관에서 동물실험이 종료된 상황이었다. 실험기관에 안락사 대신 입양을 요청했고 허가받아서 입양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실험동물이 구조된 사례는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통 동물실험은 안락사로 끝난다. 목적에 따라 약물이 장기에 어떤 변화를 끼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장기적출을 해야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국내 동물실험 현황

동물실험은 국내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240만여 동물이 실험대에 올랐다. 실험 장소도 대학연구실, 의료기관, 일반기업체 등 다양하다.

실험엔 개, 토끼, 마우스 등 다양한 동물이 사용된다. 동물 특성에 따라 사용되는 실험도 다르다.

서울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토끼는 주로 의약품이나 화장품 개발 실험에 사용된다. 토끼 눈에 실험물질을 투여한 뒤 30초 후에 식염수로 세정한 뒤 눈 이상을 관찰하는 식이다.

개는 주로 약물 투여 시 몸에 미치는 유해성과 효과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용된다.

국내 실험동물 법률에 따르면 동물실험은 고통 정도에 따라 A에서 E까지 5단계로 나뉜다. 이가운데 최고 수준인 D,E등급은 동물에게 고통이나 억압을 주는 실험이다. 고통을 완화하는 마취제,진통제가 사용되면 D, 사용되지 않으면 E로 분류된다.

A등급은 무척추동물이나 세균이 사용되는 실험이다. B등급은 척추동물이 사용되지만 거의 고통을 주지 않는 실험이다. 간단한 주사나 채혈 등이 포함된다. C등급은 약간의 스트레스 혹 짧은 통증을 동물에 주는 실험이다. C등급부터 인도적 차원에서 안락사 조치가 내려진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실험동물의 고통을 전하며 동물실험에 반대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동물실험을 통해 다양한 치료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유다. 과거 개를 이용한 실험에서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인슐린을 발견하는 등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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