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투어버스, 서울 사람이 타도 재밌을까?
2016-05-25 18:00
add remove print link
다양한 형태의 서울시티투어버스 (가운데와 오른쪽 버스가 트롤리 버스) 서울 시내에서 종종

서울 시내에서 종종 '서울시티투어버스'가 지나가는 걸 본다. 트롤리 버스부터 2층 버스, 오픈형 버스 등 형태도 다양하다. 호기심은 이는데 막상 타려니 관광객들만 이용하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1만2000원으로 서울 최고 관광지 22곳을 둘러 볼 수 있다'는 문구에 마음이 혹한다. 알찬 관광이 될까? 서울 인근에서 태어나서 자란 필자가 타도 재밌을지 직접 타봤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서울시티투어버스 매표소를 찾았다. A~E까지 총 5개 코스 중 원하는 코스를 골라 표를 끊으면 된다. 고민 끝에 '도심·고궁 코스'인 A코스를 선택했다.

버스에 오르자 널찍한 좌석 배치가 눈에 띈다. 키가 큰 외국인들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듯 보였다. 좌석 머리 덮개는 한국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알록달록한 색이다.

서울시티투어버스 내부
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덕수궁이다. 덕수궁이 가까워지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전체 스피커로는 한국어 방송이 진행됐지만, 헤드폰을 낀 외국인들은 각자 다른 언어로 설명을 듣는다. 서울시티투어버스에서는 41개 좌석에서 개별적으로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서울시티투어버스 내부 개별 헤드폰
필자가 버스를 탄 월요일에는 경복궁을 제외한 모든 고궁이 휴관이라 한산했다. 다음 정거장인 '남대문 시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6명이 탑승했다.
서울역, 전쟁기념관, 용산역, 국립중앙박물관을 거쳐 이태원에서는 3명이 하차했다. 그리고 두 명의 한국 여성이 탔다. 어떻게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황혜정(여·35) 씨는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로 시티투어버스를 이용 중이라고 했다. "다른 일반 버스를 이용하려면 노선도 복잡하고 사람도 많은데, 시티투어 버스는 쾌적하고 편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한국친구들은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자고 하면 창피하다고 하는데, 목적지도 분명하고 하루종일 명소를 다 돌아볼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명동을 지나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대부분 탑승객이 내렸다. '서울에도 한옥마을이 있었나?'하는 생각으로 따라 내렸다.
함께 버스에서 내린 친절한 외국인 부부에게도 서울시티투어버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왔다는 슈미트(Schmidt) 부부는 "편하고 쾌적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번에 모든 장소를 다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남대문"이라고 말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정류장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도심 속 정겨운 한옥들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혼부부도 눈에 띄었다. 구석구석 한옥마을을 둘러본 후 다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본래 타려고 했던 시티투어버스는 3시 49분 차였다. 하지만 너무 딱 맞춰서 도착해서인지 차를 놓쳤다. 분명 49분에 정류소 근방을 지나고 있었는데도 시티투어버스는 보지 못했다. 정차 시간이 너무 짧고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30분을 더 기다려서 다음 버스를 탔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평일에는 30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2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어 하얏트호텔을 지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도착했다. 열댓 명 승객 중 반 이상이 이곳에서 하차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하차하는 탑승객들
관광을 마치고 탑승한 한 커플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부산에서 왔다는 하용태(남·29), 권현진(여·29) 씨 커플은 "지하철과 버스는 노선이 복잡해 타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반면 시티투어버스는 한번 타면 원하는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어 편리하다"고 전했다. "부산에도 시티투어버스가 있지만 정류장이 이렇게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오늘 아침부터 한옥마을, 남대문 시장, 이태원, 남산 등을 둘러봤다"며 "여러 명소를 다양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로는 광화문 정류장 앞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를 꼽았다.
아쉬운 점을 묻자 "고궁들을 둘러보고 싶어 이 코스를 선택했는데 월요일에는 대부분이 휴관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학로 일대에 접어들었다.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 일대까지 창밖으로 스쳤다. 중간중간 '조선시대 왕들의 업적', '수도 서울의 역사'와 같은 안내방송들이 흘러나온다.

인사동에서 내리는 외국인 관광객들

안국동 일대 풍경
코스의 막바지인 청와대 앞, 경복궁,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버스를 탔던 광화문으로 돌아왔다. 도착한 시간은 5시 20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보낸 1시간을 제외하면 딱 2시간 정도 걸렸다.
서울시티투어버스 기사 김상원(남·34) 씨는 "주중엔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고, 주말에는 지방에서 온 한국 분들이 많다. 특히 주말에는 사람이 몰려 입석으로 운행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는 용산 일대 전쟁기념관 및 박물관과 서울 N타워, 창덕궁, 청와대, 경복궁 등을 꼽았다.
서울시티투어버스는 허니문여행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0년 침체됐던 시티투어 버스사업을 맡아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탄생시켰다. 그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재는 총 11대 시티투어버스가 도심을 누비고 있다.
서울시티투어 버스의 장단점을 정리해봤다.
- 장점
1. 편리하고 쾌적하다.
2.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유롭게 서울 주요 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3. 짧은 시간에 많은 장소를 둘러보는 효율적 관광이 가능하다.
- 단점
1. 매번 시간표에 맞춰 오지 않는데 정차 시간이 너무 짧다.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2. 요일별로 휴관하는 명소들이 많다. (특히 월, 화요일)
서울시티투어 자세한 코스와 시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서울시티버스 '도심·고궁 코스'에서 볼 수 있는 31곳
*영상 = 위키트리 이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