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셰프" 말로 촉발된 영어 선호 논쟁

2016-07-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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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냉장고를 부탁해'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트와이스' 멤버 정연(유정연·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트와이스' 멤버 정연(유정연·20) 발언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연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를 "유명 셰프"라고 소개했다. '요리사'라는 국어가 있는데 왜 굳이 영어를 썼냐는 지적이 나왔다. '셰프'는 "호텔, 식당 따위의 주방장"을 뜻하는 말로 2004년 표준어로 지정됐다.

지난해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지상파·케이블 주중 예능 프로그램 6편을 대상으로 1달간 '자막 사용 실태 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외래어·외국어 표현의 과다 사용'으로 지적된 사례는 전체 지적 사례(291건)의 43%(127건)이었다. 참고로 외래어는 '텔레비전'처럼 국어처럼 쓰이는 외국어다.

방심위는 127건 가운데 102건은 제작진이, 25건은 출연진이 외래·외국어를 썼다고 했다. 방심위는 "출연자의 발화(말)보다 제작자 자막에서 지적 사례가 많았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외래어·외국어 표현의 과다 사용 항목이 (다른 지적 사항보다) 약 4배가량 높았다"고 분석했다.

한국어 대신 외국어, 특히 영어를 선호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방심위 전신인 방송위원회가 외래·외국어 남용 등을 막겠다는 취지로 '언어 심의 위원회'를 설치한 게 1991년이다. 25년 전이다. 하지만 그때나 현재나 상황은 비슷하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걸까.

헷갈려~ 헷갈려~ / 이하 Giphy

경북대 사회학과 육주원 교수는 "영미권 중심적 세계관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육 교수는 "영어를 쓰면 (직업, 물건 등에) 현대적, 전문적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만 이런 현상이 '한국어 파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여러 면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가급적 한국어를 쓰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영어 선호 현상을) '사회적으로 해악하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배정상 교수도 "영어를 쓰면 ‘고급스러워' 보이는 부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며 육 교수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다만 "(영어 선호 현상이) 국어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배 교수는 "근 100여 년 동안 영어 중심의 서구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영어가 선진화한 서양 문화를 대표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이유"라며 이 같이 말했다.

배 교수는 "영어가 주는 (고급스러워 보인다 등) 부수적 효과가 사라지면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나친 영어 사용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언어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호, 그렇군...

'영어 선호 현상'은 미디어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유행을 강조하는 일부 패션·남성지에서 그런 현상이 도드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패션 잡지의 지나친 외국어 사용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바삭하다' 대신 '크리스피(Crispy)하다'나, '부드럽다' 대신 '실키(Silky)하다' 등 같은 뜻의 영어로 바꾸는 식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잡지 이름을 딴 '○○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배 교수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유포시키는 게 오늘 날 미디어의 특징"이라며 "예를 들어 '요리사'라는 단어가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는 효과적이 못하다는 생각이 들자 의도적으로 '셰프'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해당 문화 활성화에 도움을 준 측면도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반면) 영어 사용을 통해 서양의 앞선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느낌, 즉 '허세'라고 볼 수도 있다. 내용의 본질보다 고급스럽게 포장하려는 욕망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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