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커밍아웃 언급 안해” 미국 방송사 올림픽 중계에 이어진 항의

2016-08-10 16:50

add remove print link

올림픽 경기 중계 때 선수가 '성소수자'임을 언급하는 게 좋을까? 물론 그 선수가 커밍아웃

올림픽 경기 중계 때 선수가 '성소수자'임을 언급하는 게 좋을까? 물론 그 선수가 커밍아웃(Coming Out: 스스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힘)한 성소수자일 때에 한해서 말이다. 미국에서 이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성소수자 매체 애드보케이트(Advocate)는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사람들이 톰 데일리(Tom Daley·22) 메달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NBC 스포츠를 향한 분노가 거세다. 데일리가 커밍아웃한 게이라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보도했다.

Why NBC Sports Never Noted Tom Daley Is an Out Athlete
데일리는 영국 다이빙 선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지난 8일 남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데일리(왼쪽)와 함께 경기에 출전해 동메달을 딴 다니엘 굿 펠로우(Daniel Goodfellow)

그에겐 공식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애인이 있다. 미국 각본가이자 영화 감독, 프로듀서인 더스틴 란스 블랙(Dustin Lance Black·42)이다. 드라마 '빅 러브'로 미국 작가 조합상을 2차례 수상했다. 2008년 영화 '밀크'로 아카데미 각본상도 거머쥔 유명인사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약혼 사실을 알렸다. 이들의 SNS는 알콩달콩 사랑을 표현하는 게시물,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 발언 등이 꾸준히 올라온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무지개가) 벽에 있네요. 해피 런던프라이드!"

"외로운 호텔룸에 홀로 돌아온 생일, 이 꽃들이 너를 맞아줄 거야. 사랑해" from. 블랙

성소수자들이 이번 NBC 중계에 실망을 표하고 있는 까닭은 데일리가 보여준 이러한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 서슴없이 성소수자임을 알리고,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온 인물인데, 중계 방송에서 이런 내용을 조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NBC는 미국에서 리우 올림픽 방송 독점 중계권을 갖는 등 영향력이 큰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NBC는 "1만 1000명 이상 선수들이 있다. 성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무엇이라도 각 선수들의 특징을 확인하는 건 어렵다"고 애드보케이트에 항변했다.

데일리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던 블랙은 "커밍아웃한 LGBT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그건 어린 LGBT들에게 메시지가 된다. 네가 누구고, 누구를 사랑하는가와 상관없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말이다"라며 NBC에 아쉬움을 전했다.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는 "궁극적으로는 성소수자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존중돼야 하는 것 아니냐", "방송에서 굳이 언급 안해도 되지 않냐" 등 반대 의견도 오가고 있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