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문화' 한국에만 있을까?

2016-09-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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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에브리원 '비디오 스타'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MBC 에브리원 '비디오 스타'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산후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1997년대부터 국내에 들어서기 시작한 산후조리원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610여 곳을 넘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 평균 요금은 2주에 225만 원에 이른다. 특실은 288만 원 선이다.

일반 직장인 월급을 웃도는 가격임에도 산모들 사이에서 산후조리는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시설과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상주해 있어 산모들이 편하게 몸을 회복할 수 있고 수유법, 목욕법 등 육아에 관한 정보들을 알려준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자녀를 출산해 산후조리원을 찾은 김 모씨(31)는 "아이를 낳고 시댁이나 친정에서 전담해 도와주지 않으면 산후조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가격이 부담되긴 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는 24시간 동안 전문인력들이 상주해있으면서 육아를 도와주니 편하다. 식단관리, 마사지 등 케어를 통해 산후풍 같은 출산 후유증도 예방해줘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 살 자녀를 둔 손 모씨(35)는 "비싸지만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라도 좋은 곳에서 편히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 출산력 조사'에는 우리나라 임산부의 59.8%가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절반 이상의 임산부들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양권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산후조리'의 개념이 없다. 자연분만은 출산 후 하루나 이틀, 제왕절개라면 3~4일 후에 퇴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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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출산 직후 산모 몸 보호 차원에서 샤워나 운동, 움직임 등에 제약을 두는 편이지만, 외국은 자유롭게 바로 일상생활을 한다. 병원에서는 분만 30분 후 기분전환을 위해 샤워를 권유하며 차가운 음료도 바로 마실 수 있다. 음식도 특별한 보양식이 아닌 빵, 샐러드, 주스 등의 평범한 식단으로 먹는다. 분만 후 일주일이면 정상인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출산 후 풍경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

삼성서울병원 김종화 교수는 "서양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골격이 크고 근육량과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출산 후 회복이 빠르다. 아시아계 여성들은 서양 여성과 비교했을 때 초산(첫 출산)일 때는 30분, 경산(첫 출산 이후의 출산)일 때는 1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고 밝혔다.

서구와 체형과 문화가 다른 일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남미, 이슬람 문화권에는 '산후조리 문화'가 존재해왔다. 그중에서도 국내 산후조리 문화는 특히 발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산모를 케어해주는 한국 산후조리 문화가 일본과 중국으로 유행처럼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국내보다 길어 그사이에 산후조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올해 6월에 집계된 산후조리원 수만 820여 개로 전년보다 19% 증가하며 '산후조리원' 열풍이 일고 있다.

일본 산후조리원 / 마츠가오카 조산원 홈페이지

중국 산후조리원 신위에후이 전경 (바이두 화면 캡처) / 연합뉴스

2년 전 일본으로 이민해 아이를 낳은 김시온(27) 씨는 "산후조리원이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산후조리의 개념을 친정에서 요양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건비가 높아 특별한 서비스를 받지 않더라도 국내의 1.5배에서 2배 정도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명길 산부인과 전문의는 "국내의 독특한 산후조리문화는 외국과 다른 체형과 풍토에서 오는 필요성, 그리고 건강을 중시하는 국내 문화가 결합되면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결혼이 늦춰지면서 '노산'인 산모들이 많아 산후조리의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자칫 잘못된 산후조리 상식으로 몸을 해치는 것보다 전문 시설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