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야곱 불법 베팅 혐의에 두산·KBO 진실게임

2016-11-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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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투수 진야곱(27)의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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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투수 진야곱(27)의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 혐의를 놓고 두산 베어스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두산이 9일 오후 담당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형식의 사과문이다.

두산은 "최근 경찰의 프로야구 승부조작 수사 결과 우리 구단 선수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구단은 책임을 통감하며,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경찰과 두산 모두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 선수는 진야곱으로 이미 확인된 상태였다.

진야곱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600만원을 베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산은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틀 뒤인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 진야곱의 실명이 거론되자 황급히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진야곱의 이런 혐의를 지난 8월 알았다고 했다.

두산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부정행위 자진 신고 및 제보 기간'에 모든 소속 선수를 개별 면담했는데, 진야곱이 이때 2011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베팅했던 점을 시인했다는 것이 구단 측 설명이다.

문제는 다음 대목이다.

두산은 "구단은 이 사실을 곧바로 KB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KBO는 신고 기간 내에 두산한테서 진야곱에 대해 들은 얘기가 없다고 펄쩍 뛰었다.

KBO의 설명은 이렇다.

KBO는 부정행위 자진 신고 기한이 종료된 8월 12일 '유창식(KIA 타이거즈)이 유일하게 승부조작 가담을 스스로 신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BO는 9월 말 진야곱의 전화번호를 묻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이에 두산과 경찰을 연결해준 뒤 두산에 '경찰이 왜 진야곱의 연락처를 알고 싶어 했느냐'고 묻자 그제야 '진야곱이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 혐의를 받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같은 사안을 놓고 두산과 KBO의 설명이 서로 다르다.

두산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진야곱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은폐하려 했고, 그의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해명하면서 야구팬을 속이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사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두산은 적극적인 해명을 내놓았다.

두산 관계자는 "우리 직원은 통화한 것으로 확신하지만, KBO 측은 기억이 없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통화녹음이 안 돼 있으니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궁색한 해명이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이와 별개로 두산은 진야곱의 자진 신고를 받고도 그를 마운드에 올린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진야곱이 올해 마지막으로 실전 등판한 것은 9월 29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이다.

자진 신고를 받고 나서도 한 달 넘게 그를 정상적으로 출전시킨 것이다.

두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석고대죄', '정말 죄송'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야구팬들에게 사과했다.

두산 관계자는 "당시 야구계의 불법행위가 '승부조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진야곱의 스포츠도박 베팅 혐의에 대해 과소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9월 말 경찰에서 출두해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받고 난 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바로 엔트리에서 말소했다"면서 "구단이 잘못 판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근 NC 다이노스는 소속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알고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두산), 준우승(NC) 팀이 프로야구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스캔들의 당사자로 묶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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