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 가려고 소송?" BJ 최군 만나 물어봤다 (인터뷰)

2017-02-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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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최군 / 이하 위키트리 "최군 군대가라 놀이요? 사실 겪는 입장에서는 진짜 힘들죠."

BJ 최군 / 이하 위키트리

 

"최군 군대가라 놀이요? 사실 겪는 입장에서는 진짜 힘들죠."

지난해 4월, 아프리카 TV 인기 BJ 최군(최우람·29)이 병무청을 상대로 낸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최군은 '병역 기피자'로 낙인 찍히며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일명 '최군 놀이'도 유행했다. 최군과 아무 관련 없는 게시물에도 "최군 군대 가라"는 댓글로 도배됐다. 당시 인터뷰 요청에 최군은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혼란스럽다. 마음이 진정되면 연락드리겠다"는 답을 전해왔다.

해를 넘긴 지난 8일에서야 최군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적한 거리에 있는, 스튜디오로 함께 쓰는 BJ 최군 집을 찾아갔다. 집 앞에 서자 가장 먼저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났다. BJ 최군은 안경을 낀 편안한 차림으로 나와 기자를 맞았다.

방송 장비들이 놓인 거실을 지나 최군이 스튜디오로 사용하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환한 조명과 컴퓨터, 벽면에 크게 붙인 'KOON TV'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맞은편 의자에 앉은 그는 프로 방송인답게 능숙하게 마이크를 달았다. 하지만 어딘가 긴장돼 보였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이미 해명이나 입장 표명은 개인방송 등을 통해 다 한 것 같은데, 내가 더 알려드릴 게 있을까. 괜히 욕만 더 먹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군대 안 가려고 소송 낸 거 아니에요?"부터 "병역 논란 이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경험은 무엇인지"까지. 어렵게 성사된 자리인 만큼, 병역 의혹에 대해 '작심하고' 물어보기로 했다.

최군은 "어쨌든 군대 안 가려고 소송 건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는 말에 "대한민국에 소송해서 안 갈 수 있는 군대가 있는지, 반대로 여쭙고 싶다"며 반문했다. 또 "정말 공정하게 판결을 받아서 만약에 (군대에 안 가도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게 잘못된 건지, 그것도 의문이다"고 답했다.

병역 논란으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광고 계약이나 행사들이 다 취소됐다. 연예인 게스트 방송도 못 하게 되면서 내 방송 중심에 있던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제는 정말 '내주알(내 주제를 아는 사람)'이 됐다"고 말했다.

최군은 "(악플러에 대해) 고소를 하면서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심경도 전했다. 그는 "하루에 전국 경찰서에서 걸려오는 30건 가까운 전화를 받느라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제발 더 이상 고소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최군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Q. 혹시 모르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MBC 공채 16기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아프리카 TV BJ로 데뷔한 지는 7년이 된 개그맨 겸 BJ 겸 네티즌들의 공격대상 최군입니다"

Q. 최근 어떻게 지내셨는지?

"살면서 처음으로 CCTV를 달았다. 일부 (위협을 가하는) 나쁜 분들이 계셔서... 방송 외적으로는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사람들 만나는 건 많이 줄어들었다. 개그맨 동기들은 집으로 많이 찾아 와주고, 밖으로 나가는 건 주로 방송이 끝난 밤늦은 시간 BJ분들을 만날 때 나간다.

그리고 오늘로써 휴방(방송을 쉬는 것) 없이 방송을 이어온 지 85일째다. 게스트 방송, 기획 방송도 하고, 야외 방송도 가끔씩 하고 있다"

Q. 군입대 관련 논란으로 여전히 힘든 상황이고, 컨디션이 매일 좋을 수는 없을 텐데 이렇게 매일 방송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래야만 하는 상황들이 너무 많았다. 작년에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때는 진짜 많이 힘들었었다. 많은 분들이 '방송을 하는 건 일인데, 좀 쉬어야지'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방송을 안 할 때 못 쉬는 경향이 있다. 다른 방송들처럼 긴장하면서 스케줄대로 힘들게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니고, 정말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게 개인방송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맥주도 마시고 게임도 하면서 편하게 방송하는 게 이제는 더 쉬는 것 같다. 일종의 히키코모리라고 할까(웃음)"

Q. 방송을 하면서 욕을 먹는 부분도 많이 있지 않나?

"방송을 켜면 당연히 악플이 있다. 하지만 방송을 꺼도 어차피 악플은 있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내 방송에서 보는 게 좀 낫다. 힐링도 되고 킬링도 되는 데 요즘엔 힐링이 더 크다"

Q. 최군이 군 면제자라더라, 공익으로 간다더라 하는 말들도 많이 있다. 현재 정확히 어떤 상황인건지?

"저는 군 면제자도, 공익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병무청과 '현역병 입영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다시 말해, 제가 병무청에 대한 위법함과 부당함을 고소한 거다. 햇수로는 벌써 한 3년이 됐다. 작년에 2심까지 승소를 받았다. 병무청이 대법원으로 상고를 해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라 재검을 받고 또 거기에 맞는 병역 처분을 따를 예정이다. 재판은 1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들었다"

Q. 소송을 건 사유들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물 공포증, 대인 기피증, 정신 분열, 귀신이 보인다 등등 이런 것들을 사유로 소송을 걸었다는 얘기들도 많다. 이런 것들을 초반에 선동하신 분들이 있어 일파만파 퍼지게 된 거다.

실제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이 있어, 물 속에 들어가는 걸 무서워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세수도 못 하고, 물도 못 마시고 그런 정도는 아니다. 대인 기피증은 없는데 생길 지경이다. 정신 분열도 없다. 내가 앓고 있는 정신적 질환들과 정신 분열은 다르다. 귀신이 보인다는 건 개인방송으로 술 먹방을 하다가 채팅창에 건배를 한 장면이 '최군 귀신 본다'는 짤로 둔갑한 거다"

Q. 과거에는 1급으로 현역 판정을 받고 입소했었는데?

"2007년 11월 20일에 102 보충대로 현역 입소를 했었다. 그때는 따로 진단서를 내거나 한 게 없었기 때문에 1급이 맞았다. '정신과'를 다닌 이력을 묻길래 손을 들었더니 군의관님이 '진단서를 냈냐'고 물었고 '안 냈다'고 했더니 '나가서 진단서를 제출하고 다시 들어오라'고 했다. 나와서 진단서를 제출했고, 그게 3급 정도가 나왔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 다니고 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는 그런 (진단서 제출 등) 절차에 대해 전혀 몰랐었다. 

사실 그때 개그맨 막내 생활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 때라, 어차피 가는 군대 빨리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들어갔었다. 작별 인사도 다 하고 들어갔는데, 다시 나오니까 가족들도 저한테 '이 XX 군대 가기 싫어서 뛰쳐나온 놈'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래서 집에서 나와서 1년 동안 코미디언 숙직실 소파에서 생활했다. 동기들이 돌아가면서 빨래도 해다 줬다. 거의 노숙자 생활이었다"

Q. 어쨌든 군대 안 가려고 소송 건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반대로 여쭙고 싶다. 대한민국에 소송해서 안 갈 수 있는 군대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소송을 통해 공정하게 판결을 받아서 그런 (군대를 안 가도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게 잘못된 건지 저는 사실 의문이다"

Q.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약물 남용, 인격장애 등등 다양한 사유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건 언제, 왜 생긴건지?

"맨 처음에는 정신과가 아니라 내과를 찾았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호흡이 안 되어서 신촌 세브란스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때 '신경정신과'를 한 번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가장 처음 진단받았던 건 '외상 후 스트레스'였다"

여기까지 말을 이은 BJ 최군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다 보니 증상의 원인도 알게 됐다. 고등학교 때 이상하게 제가 학교폭력을 좀 당했었다. 교내 학우들끼리는 사이가 좋았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 혹은 외부 사람들에게 그런 일을 겪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런 것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가 돼서 개그맨 생활할 때도 집합이나 군기 같은 것들이 좀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이후 BJ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지금까지 계속 꾸준히 약 먹고, 상담 다니면서 치료받고 있다"

 

Q. 군입대 관련 입장 표명이 늦은 이유는?

"바로 대응을 하려면 그에 따른 디테일한 이유들을 밝혀야 하는데, 제 신경정신과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어쨌든 보여지는 직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두려운 것도 컸다. 사실 이렇게 일파만파 퍼지게 된 데에는 부진했던 초기 대응이나, 과거 제 적절치 못했던 언행들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사태가 흐르게 된 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Q.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주변 사람이라고 해도 잘 모르는 분들은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척들도 전화해서 물어보더라. 그런 것도 스트레스였다. 원래 알던 친구들은 그냥 '힘내라'고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온라인상에서의 악플들은 익숙한데,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갔는데 옆자리에서 누가 시비를 건다던지, 음식점 사장님이 안 좋게 봐서 나와야 한다던지 그럴 땐 너무 충격적이었다. 한 번은 야외 방송 중에 저에게 직접적으로 폭언을 하거나 뭘 던지신 분들도 있었다"

Q. 요즘 최군 관련 기사에 '조심해라 고소당한다'는 댓글들이 많다. 

"악플 수위가 너무 심해져서 고소를 시작했다. 돌아가신 저희 어머님까지 욕하는 패드립이나 찾아가서 칼로 쑤신다, 너네 집 어딘지 안다 이런 살해 협박이 많았다. 처음에는 제가 직접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직원들에게 부탁했다. 이후 전문 법무법인 분들과 함께 진행을 한 지 좀 오래됐다. 실제로 처벌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 제가 추천, 공감을 누르는 사람들까지 고소한다며 1만 9,000명을 고소했다는 오보가 나가기도 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저는 고소를 하면서 전혀 행복하지 않다. 계속 여기저기 경찰서에서 전화 오고, 참고인으로 조사받고 하는 것들이 너무 힘들다. 하루에 문자나 전화가 거의 30건 가까이 오는 것 같다. 제발 더 이상 고소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Q. 군 관련 논란 이후 상황, 심경의 변화가 있다면?

"일단 광고 계약이나 행사들이 다 취소됐다. 연예인 게스트 방송도 못 하게 됐다. 제 방송 중심에 있던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날아가더라. 다시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BJ로 좀 잘 나간다고 초심도 잃고 거만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주알(내 주제를 아는 사람)'이 됐다. 솔직히 정말 모든 게 다 날아갈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믿어주셔서 참 감사한 것도 있다. 메일로 정신적 질병을 고백해오는 사람들도 있다. 힘내라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Q. 아프리카TV 얘기로 넘어가서, 최근 유튜브로 옮겨간 BJ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도서관, 밴쯔, 윰댕, 김이브 님 등 다 친한 형 누나, 동생들이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솔직히 다 잘됐으면 좋겠다. 유튜브도 잘 되고, 트위치도 잘 되고, 아프리카 TV도 잘 돼서 더 좋은 콘텐츠들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저도 언제 옮길지 모르는 거니까(웃음). 그래도 8년 동안 아프리카TV에 있으면서 인간적으로 받았던 감사들이 너무 많다. 배신하듯이 섭섭하게 만들면서 아프리카를 떠나진 않을 것 같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20대까지는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었던 모습 그대로와 끼를 보여드렸다면, 30대부터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하게 해외 구독자를 늘릴 수 있었으면 해서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가 이렇게까지 욕을 먹는 게 무조건 욕하는 사람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도 분명히 오해를 살만한 행동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에선 사과를 드렸었고, 또 사과를 드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숨을 푹 내쉰 최군은 안경을 한 번 들어 올리며 잠시 뜸을 들였다.

"제발 딱 한 번만 제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최군은 "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와전해서 퍼져나가고 반복되는 것들이 고통스럽고 힘들다.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질책을 받고 반성을 해야겠지만, 있지 않은 사실들과 계속 싸우는 건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민감한 군입대 관련 문제들로 소송까지 간 과정에서 제가 겪었을 부당함과 위법함과 고통들을 딱 한 번만 헤아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도 부탁만 드리는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저를 이해해주실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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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 집을 나서니 하얀 강아지 두 마리가 또다시 마중을 나왔다.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으니 "'별'이랑 '풍'이요. 얘들이 참 위로를 많이 해줘요. '선'이까지는 키울 여력이 안 되네요. 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영상 = 이예나 기자

디자이너 = 김이랑(@goodrang)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