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배경 장소에 직접 가봤다

2017-11-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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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는 섬세한 작화로 유명하다.

이하 영화 '너의 이름은.' 스틸컷
이하 영화 '너의 이름은.' 스틸컷

신카이 마코토(新海誠·43)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너의 이름은.(君の名は。)',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 '초속 5센티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 등이 대표작이다.

그는 섬세한 작화로 유명하다. 구름과 바람, 신호등 불빛, 나뭇잎이 떨어지는 모습 등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빛의 작가'라는 별명도 있다. 사물이나 건물에 반사되는 빛을 잘 표현해서다.

신카이 마코토는 가끔 실제 풍경을 참고해 그림을 그린다. 그가 그린 주택가 골목, 전철역 전광판 등은 일본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인 경우가 많다. 도쿄, 히다 후루카와, 가고시마 등 일본 전역에 신카이 마코토 무대가 있다.

애니메이션 속 장소에 가보는 일을 '무대 탐방'이라 부른다. 신카이 마코토 팬들도 종종 '무대 탐방'을 떠난다. 신카이 마코토가 그린 섬세한 그림과 실제 장소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3일 도쿄에 있던 기자도 '신카이 마코토 무대 탐방'을 시도했다.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초속5센티미터' 세 작품 위주로 돌아봤다.

준비 과정은 간단했다. 틈틈이 세 작품을 복습했다. 구글 지도를 보며 동선을 짰다. 무엇도 어렵지 않았다. 무대 탐방을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이 기사는 2부작이다. 1부는 '너의 이름은.' 무대 탐방기다. '언어의 정원'과 '초속 5센티미터'는 2부에서 다룰 예정이다.

자, '너의 이름은.'부터 시작하자.

<너의 이름은.>

1. 스가 신사 근처 계단

무대 탐방을 결정한 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장소가 있다. '너의 이름은.' 포스터에 나오는 계단이다. 양옆으로 빨간 난간이 있다. 타키와 미츠하는 이곳에서 재회한다.

이 계단은 스가 신사 근처에 있었다. 요쓰야산초메 역에서 내려 시나노마치 역 방향으로 걷다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구글 지도
구글 지도

계단에 도착해 찍은 사진이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애니메이션 속 풍경 그대로였다.

이하 권지혜 기자
이하 권지혜 기자

내가 찍은 사진과 '너의 이름은.' 스틸컷을 합성해봤다.

계단을 내려가며 휴대폰으로 '너의 이름은.' 계단 장면을 시청했다. 성인이 된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를 스쳐 갔다.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였다. OST '아무것도 아니야(なんでもないや)'가 흘러나왔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계단이다. 생각보다 높았다. 운동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아래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과 대화를 나누었다. 배낭에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 배지를 달고 있었다. 나와 같은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듯했다.

그는 '너의 이름은.' 장면을 인쇄한 종이 수십장을 들고 있었다. 그는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며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확인해보니 사전 조사 때 봤던 곳이었다. 나는 "시나노마치 역으로 가면 된다"라고 답했다.

그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헤어지며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덕심' 하나로 뜻밖의 외교를 한 기분이었다.

[팁]

1) '언어의 정원' 무대인 신주쿠교엔과 가깝다. 시간이 되면 가보자.

2) 두 명 이상 왔다면 타키와 미츠하 구도에 맞춰 사진을 찍어보자. 기자는 혼자여서 찍을 수 없었다. 대신 다른 일본인 커플 사진을 찍어줬다.

2. 국립신미술관

해가 지기 전 국립신미술관으로 향했다.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데이트한 장소다.

국립신미술관은 노기자카 역에 있다. 역과 미술관 지하가 직통으로 연결된다.

구글 지도
구글 지도

국립신미술관은 2007년 개관한 현대식 건축물이다. 사방에 거대한 유리 벽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이러한 건축적 특징을 잘 포착해냈다.

이하 권지혜 기자
이하 권지혜 기자

너의 이름은.' 팬이 국립신미술관에서 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아래를 찍어야 한다. 3층에 서서 2층 레스토랑을 내려다보면 좋다. 작품에 비슷한 구도가 나온다.

사진을 찍은 다음에는 2층 레스토랑에 가야 한다. 이름은 '살롱 드 더 론드(Salon de The Rond)'다. 샌드위치, 케이크, 커피 등을 판다.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전 점원에게 확인을 받고 싶었다. 영어도 일본어도 아닌 괴상한 문법으로 질문을 던졌다. "히어 이즈 키미노 나마에와?('너의 이름은.' 촬영지가 여기입니까?)"

점원은 이곳이 맞으니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타키와 오쿠데라가 앉았던 자리를 소개했다. 안타깝게도 그 자리엔 가족 단위 손님이 앉아 있었다. 아쉬운 대로 옆자리를 선택했다.

'너의 이름은.' 오쿠데라 선배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오쿠데라 선배와 같은 메뉴를 먹고 싶었다. 직원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며 해당 메뉴가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안타까운 얼굴로 '솔드 아웃(SOLD OUT)'이라고 답했다.

커피와 마카롱을 시켰다. 밥을 먹으며 맞은편에 오쿠데라 선배를 올려뒀다. 오쿠데라 선배와 밥을 함께 먹는 기분이 들었다.

[팁]

1) 신카이 마코토 팬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오는 11일부터 12월 18일까지 국립신미술관에서 신카이 마코토 특별전이 열린다. 무대 탐방도 하고, 전시도 볼 기회다.

2) 애인과 함께 왔다면 엘리베이터를 타보자.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이곳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때문이다.

3. 신주쿠역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해가 졌다. 11월 도쿄는 오후 5시만 지나도 캄캄했다. 부랴부랴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신주쿠역은 '너의 이름은.' 주제를 관통하는 장소다. '너의 이름은.'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와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가 몸이 바뀌는 내용이다. 미츠하는 타키와 몸이 바뀐 다음 타키처럼 행동하기 위해 학교에 간다. 이때 미츠하가 심호흡을 하고 출발하는 곳이 신주쿠역이다. 미츠하 관점에서 도쿄 번화가를 처음 구경하는 곳도 신주쿠역이다.

구글 지도
구글 지도

신주쿠역 앞 육교에 서서 야경을 감상했다. 미츠하가 보던 풍경 그대로였다.

이하 권지혜 기자
이하 권지혜 기자

작품 속 장면과 비교해봤다.

[팁]

1) 육교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자. 사진이 더 잘 나온다.

2) 낮에 가자. 미츠하가 신주쿠역을 찾는 시간대는 아침이다. 기자는 해가 진 후에 가서 아쉬움이 컸다.

3) 신주쿠역은 아주 넓고 복잡하다. 생각보다 이곳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잘 모르겠으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4. 신주쿠 라뒤레

구글 지도
구글 지도

신주쿠역에는 '라뒤레(RADURÉE)'라는 프랑스 마카롱 브랜드 매장이 있다. 미츠하는 '라뒤레' 문 앞에 서서 구글 지도를 켜고 길을 검색한다. 그다음 아침 등교를 한다.

신주쿠역 야경을 보고 바로 '라뒤레'로 왔다. 육교와 가까운 곳에 '라뒤레'가 있었다. 저녁이라 아침 등굣길 느낌은 나지 않았다. 풍경은 애니메이션과 비슷했다.

이하 권지혜 기자
이하 권지혜 기자

아쉬운 마음이 들어 다음 날 '라뒤레'에 다시 왔다. 비로소 아침 등굣길 느낌이 났다.

[팁]

1) 이 가게 마카롱은 정말 맛있다. 몇 개 사서 먹어보자.

2) 아침에 오는 게 좋다.

5. 스타벅스 신주쿠 서던테라스점

구글 지도
구글 지도

신주쿠역 육교를 건너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 쪽으로 걸어오면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있다. 신주쿠 서던테라스점(スターバックス 新宿サザンテラス店)이다. 이 매장도 '너의 이름은.' 무대다. 성인이 된 타키는 이곳에서 텟시와 사야가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서던테라스 매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매장 뒤로 NTT 도코모 빌딩이 보인다.

이하 권지혜 기자
이하 권지혜 기자

서던테라스 지점 마당에 서서 텟시와 사야 대화 장면을 복습했다. 고교 동창인 두 사람은 이곳에서 결혼을 준비했다.

신카이 마코토는 서던테라스를 배경으로 비가 내리는 풍경을 그렸다. 비가 오지 않아 아쉬웠다.

[팁]

1) 시부야에도 '너의 이름은.' 무대가 된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가 커피를 마신 장소다. 여유가 되면 여기도 가보자.

6. 라 보헴

구글 지도
구글 지도

슬슬 배가 고팠다. '카페 라 보헴(Cafe La Boheme)'으로 향했다. '너의 이름은.'에서 타키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이다. 무대 탐방 취지와 맞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식당 외관이다.

이하 권지혜 기자
이하 권지혜 기자

식당 내부 사진이다. '너의 이름은.' 스틸컷과 합성해봤다.

기자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시켰다. 작품에서 타키에게 시비를 건 손님이 먹던 메뉴와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걸로 골랐다. 맛은 무난했다.

[팁]

1) 마르게리타 피자는 1598엔이다. (부가세 포함)

2) 바로 뒤가 신주쿠교엔이다. 밤에 지나가면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7. 신주쿠 경찰서 뒤 교차로

구글 지도
구글 지도

숙소에 가기 전 니시신주쿠 역으로 향했다. 신주쿠경찰서 뒤 교차로를 찍기 위해서였다. 이 교차로는 '너의 이름은.' OST '전전전세(前前前世)' 무대다. 시골 마을 이토모리와 대비되는 화려한 도쿄 풍경을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도로 위 거대한 원형 건축물이 눈길을 끌었다. 원반 위에 신호등과 표지판이 배열돼 있었다. '전전전세'를 들으며 교차로 부근을 산책했다.

교차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 와서 확인해보니 영화 속 풍경과 구도가 달라 아쉬웠다.

권지혜 기자
권지혜 기자

[팁]

1) 영화와 똑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기 어렵다. 차도로 들어가야 한다.

2) 밤에 가는 게 좋다. 야경이 멋지다.

('언어의 정원', '초속5센티미터' 탐방기가 이어집니다.)

home 권지혜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