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사르트르가 극찬한 자코메티, 그의 작품이 한국에 온다

2017-11-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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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1일부터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장 폴 사르트르 / 위키백과
장 폴 사르트르 / 위키백과

"아무도 그보다 더 멀리 갈 수 없다"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그의 친구인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아무도 자코메티만큼 표현해낼 수 없다는 뜻이다.

사르트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시대의 지성이자 실존주의 철학자다. 문학, 정치, 연극, 언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자취를 남겼다.

196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제도권에 규정되고 싶지 않다"며 수상을 거부해 당시 크게 화제가 됐다.

자코메티가 사르트르와 친구가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1939년 어느 날 밤 자코메티는 카페 플로르에 있었는데, 대부분 손님이 하나둘 돌아갈 무렵 옆 테이블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서 물었다.

"실례지만 여기서 당신을 종종 보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돈이 하나도 없는데 제 술값 좀 대신 내주실 수 있습니까?"

자코메티는 흔쾌히 남자의 술값을 내고 얘기를 나누었다. 자코메티보다 네 살 어린 이 남자가 바로 사르트르였다. 서로 대화가 통하는 느낌이 든 두 사람은 그 뒤로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코메티의 첫인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준수한 얼굴에 텁수룩한 머리를 하고서 무언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밤새도록 거리를 혼자 거닐곤 했다. 바윗덩이처럼 단단하면서도 동시에 정령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던 그 모습에 나와 사르트르는 마음을 온통 빼앗겼다"

- 시몬 드 보부아르

자코메티는 사르트르가 좋아한 사람들 중에서도 더 특별했다. 자코메티 전기를 쓴 작가 제임스 로드는 자코메티가 사르트르 사상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사르트르 역시 자코메티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그는 눈에 보이는 대로의 인간, 즉 일정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사람을 빚어야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예술가다"

- 장 폴 사르트르, 〈시튜아시옹 Ⅲ〉, 1949

알베르토 자코메티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알베르토 자코메티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자코메티 걸작선

사르트르가 극찬한 자코메티 작품들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다음 달 21일부터 내년 4월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석고 원본 15점을 포함해 조각과 회화, 판화 등 자코메티 작품 120여 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걸어가는 사람'과 유작으로 남은 '로타르 좌상'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주관사 코바나컨텐츠 측은 "자코메티는 시대를 고민하며 인간 정신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던 현대 조각의 거장이다. 작가가 표현한 인간 형상을 보면 소름 끼칠 정도로 공감을 준다. 오랜만에 볼 만한 전시가 될 것"이라며 "지금도 문의가 빗발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포스터 / 코바나컨텐츠 제공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포스터 / 코바나컨텐츠 제공
자코메티 작품 ‘서 있는 아네트’(왼쪽)와 ‘걸어가는 사람’(오른쪽)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자코메티 작품 ‘서 있는 아네트’(왼쪽)와 ‘걸어가는 사람’(오른쪽) / 알베르토 자코메티 재단 제공

다음 달 20일까지 인터파크와 티켓몬스터에서 ‘자코메티 한국특별전’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얼리버드 예매가는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은 1만 2000원, 만 13세 이상 청소년은 8000원, 만 7세 이상 어린이는 6000원이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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