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꼭 다시 만날거예요” 샤이니 종현이 남긴 11가지 말
2017-12-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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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행복해져야겠어요. 행복해져야 돼요. 행복하려고요”

지난 18일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팬들과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가요계에 데뷔한 종현은 10여 년 남짓한 시간 동안 반짝이는 노래와 추억들을 남겨두고 우리 곁을 떠났다.
샤이니 멤버 종현이 생전 방송과 SNS를 통해 남겼던 말 11가지를 모아봤다.
1. "다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상실감 느낀다" (2013년 12월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안녕하지못합니다' 대자보를 쓴 성소수자 강은하 씨에게 보낸 메세지)
"제 트윗으로 원치 않는 주목을 받으시거나 이슈화로 피해 입으실까봐 메세지 드려요. 응원합니다. 연예인으로써, 다른 의미로 대중을 대하는 소수자로써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많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물론 님이 느끼신 감정에 비할 것은 아니겠죠.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똑바로 외치시는 모습을 응원합니다. 위로나 걱정이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네요. 그만큼 강하신 분이에요. 건강과 따뜻한 연말이 함께하시길 빌게요"

2. "위안부 할머니들 환한 웃음..." (2014년 3월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방송 멘트)
"삼일절 밤이 지나고 있다. 해마다 삼일절 오면 다른 문제들보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셨던 우리 할머니들이 생각이 난다. 일본 정부의 태도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우리 정부는 해결의지가 있는건지도 좀 궁금하다. 이제는 생존하고 계신 분들이 쉰 다섯분 밖엔 안 되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환한 웃음 우리가 볼 수 있을까 싶다"
3.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 궁금해한다고 생각했다" (2015년 1월 Mnet '4가지쇼' 방송 중)
"내 생각을 다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많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하는 우려 때문에 말을 잘 안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얘기를 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나를 판단했다. 그런 억울함 때문에 예전엔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결국 불가능하겠구나하는 판단을 했다. 그럼 차라리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해자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 궁금해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래도 이제는 내가 먼저 표현을 해보면 달라지지 않을까"

4. "음반시장 되살리려는 노력 알아주세요" (2015년 1월 첫 솔로 미니앨범 '베이스' 발매 후 올린 트윗)
"염치 불구하고 한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음악사업에 몸담고있는 일원으로써 죽어가는 음반시장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앨범을 준비하면서 되새겼죠. `만드는 사람이 리스너들에게 온라인인으로 듣는 음악과 CD로 듣는 음악의 다른점을 상기시키지 않으면 안되겠다`라고..."
"시간이 흐르면 CD라는 것은 정말로 사라질지도 모르죠. 그것이 안타깝다면 그저 수긍하지않고 함께 해주세요. 그리고 사라져가는 음반시장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알아주세요"

5. "잊지 말아야 한다" (2015년 4월 생일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올린 트윗)
"많은분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떠한 일을 나눈다는건 고마운 일인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해드리고싶은 이야기가있습니다. 모두 세월호 참사를 잊지않으셨을겁니다. 단원고학생중에도 저와 생일이 같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고. 눈 한번 바라보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전 가슴께가 아직도 저리고 허합니다. 우리와 같은 숨을 쉬었던 아이들입니다. 잊지말아야 합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남겨진 이들을 위해서라도. 미래를 위해서라도"

6. "전 여성혐오자 아냐" (2015년 7월 "모든 예술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존재가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이 일자 해명을 담은 SNS 글)
"작은일에 크게 반응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살고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틀린 나의 생각을 고쳐나가는게 배우는 삶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글을 올리는 이유는 어머니와 누나를 가족으로 둔 한 남자로써, 제가 여성혐오자라던지 여성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있기 때문입니다. 전 여성혐오자도 아니고 여성비하발언을 한적 없습니다"
"축복을 받은 존재이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말이 나보다 아래에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영감의 대상은 상하를 막론하고 존재합니다"
"여성을 창작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냐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창작을 위한 도구로써 쓰이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존재하는 무언가를 예술로 표현할 뿐입니다"
7. "'죽을 용기로 살아'라는 말, 가장 안 좋은 위로 법" (2017년 2월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방송 중)
“‘다들 그렇게 살아', '너만 힘든 거 아니야'라는 말 세상에서 제일 잘못된 위로 법이라 생각한다”
“그런 말도 있지 않냐. '죽을 용기로 살아'라는 말. 가장 안 좋은 위로 법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사람, 어려운 사람,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안 좋다. 사실 그 사람도 알고 있을 거다. 너무나 그렇게 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니까. 눈에 보이는 몸의 상처와 마음의 상처는 다른 거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물론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을 테고, 내가 상처를 받아본 적도 있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는 비교하면서 위로를 하는 것보단 그냥 그 사람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8. "우린 꼭 다시 만날거예요" (2017년 3월 MBC 라디오 '푸른 밤, 종현입니다' 마지막 방송날 엔딩 멘트)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죠. 그 과정속에 있고 그래서 성장하고 있다고 믿어요. 당장은 아쉽고 섭섭하고 눈물나고 그러겠지만 우린 꼭 다시 만날거예요. 아마도 너와 난 꼭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분명 만났을 거야. 그때가 어서오길 바라고, 그땐 지금의 감정보다 훨씬 큰 반가움으로 서로를 맞이하겠죠”

9. "이젠 행복해져야겠어요" (2017년 5월 잡지 '에스콰이어' 인터뷰 중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행복하려고요. 최근 반년 동안 가장 많이 생각했어요. 행복이라는 것. 저는 성향 자체가 스스로를 괴롭혀요. 이런 사람들은 행복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신 성장은 할 수 있죠"
"몇 년 전에 어머니랑 누나한테 울면서 투정 부린 적이 있어요. 술 엄청 취해서. 엄마랑 누나한테 물어봤어요.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거든요. 행복하냐고 물어봤어요. 술 먹고. 자고 있는 가족들 깨워서. 아저씨처럼. 제 삶의 첫 번째 목표였거든요. 엄마랑 누나가 행복한 거. 둘 다 자다 깨서는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부러운 거예요.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게. 나는 안 그런데. 나도 행복하고 싶어, 하면서 펑펑 울었어요"
"엄마랑 누나한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데. 그때부터 행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거죠. 한 6개월 동안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했던 거예요. 저에게는 그 변화의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이젠 행복해져야겠어요. 행복해져야 돼요. 행복하려고요"

10. "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해" (2017년 11월 SNS에 남긴 마지막 글)
어두운 방안에
몸을 웅크리다 생각했어
넌 언젠가 모두를
놓아 버렸던 걸 후회할까
쉼 없던 상처와 지친 한숨들은
이제는 멎었을까
네가 아파하지 않길 기도해
단지 네가 행복하기를 바래
부디 어둠 속에 혼자이려 하지마
너를 괴롭히지 마 널 괴롭히지 마
제발
-디어클라우드 '네 곁에 있어'
11.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2017년 12월 디어클라우드 보컬 나인에게 남긴 유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