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연상호 감독 “관객들이 왜 화낼까…많은 생각이 든다”

2018-02-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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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는 관객의 높은 기대와 영화 사이의 괴리감이 혹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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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최근 전화로 만난 '염력'의 연상호 감독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고민이 깊은 듯했다.

연 감독은 "영화는 흥행이 잘 될 수도, 안될 수도 있지만, 관객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고 치를 떠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력'은 개봉 첫날인 지난달 31일 27만여 명을 동원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하루 관객 수는 3만 명대로 떨어졌다. 총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370만 명. 지금 추세라면 총 관객 100만 명을 겨우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 감독의 전작 '부산행의 흥행 성적'(1천156만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이다.

 이하 영화 "염력"
 이하 영화 '염력'

'염력'의 흥행 실패는 관객의 입소문이 결정적이었다. 개봉 초기 평가가 엇갈리는 듯하더니, 갈수록 혹평이 우세했다. 인터넷 관람 후기에는 조롱 섞인 반응도 꽤 올라왔다. 실관람객들의 평점인 'CGV 골든 에그 지수'도 68%까지 내려갔다. 현재 극장에 걸린 나머지 영화의 평점은 대부분 90%를 웃돈다.

CGV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염력'의 관객을 분석한 결과, 영화의 핵심 관객층인 20대 비중이 27.7%로, 같은 기간(1월31일∼2월6일) 전체 20대 비중(34.0%)보다 낮았다. 다만 30∼50대 비중은 '염력'이 높았다.

연 감독은 "장르나 주제, 염력을 묘사하는 방식이 관객들에게 낯설게 다가온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염력'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초능력을 소재로 했다. 또 '부산행'을 연출한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올해 최대 화제작 중 하나로 꼽혔다.

우연히 초능력(염력)을 갖게 된 평범한 가장이 위험에 빠진 딸과 철거민들을 구하기 위해 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이 큰 줄기다. 염력을 발휘하는 류승룡의 코믹 연기 등 오락적 요소와 짙은 사회고발 메시지가 함께 담겼다.

 
 

영화계에서는 관객의 높은 기대와 영화 사이의 괴리감이 혹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형배급사 관계자는 "관객들은 소재만 보고 통쾌한 액션과 비주얼을 기대했는데, 막상 보니까 메시지가 너무 무겁고, 유머와 볼거리도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한 것 같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애니메이터 출신인 연 감독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서울역'(2016) 등을 통해 꾸준히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왔다. 그런 면에서 '염력'은 가장 연상호다운 작품이지만, '부산행'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낯설게 다가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 관객들은 냉정하리만큼 엄격한 편"이라며 "무난한 연기에 새로울 것 없는 부녀 이야기, 단선적인 사회성 메시지, 엉성한 컴퓨터그래픽까지 관객을 감동하게 할 '한방'이 없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연 감독의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부산행'의 흥행 이후 '부산행 2'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연 감독은 기존 문법을 반복하지 않고 모험을 택했다.

 
 

연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굳이 이렇게 불편한 주제로 코미디를 하려고 하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반대가 꽤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연 감독은 "해마다 수많은 한국영화가 제작되는데, 이렇게 이상하고 삐죽 튀어나온 것 같은 작품이 나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며 "'염력'이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좋다"고 말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판타지 장르에 녹이려 시도한 것은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윤 평론가는 "상가 철거현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여서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스케일이 부족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연 감독에게 조심스럽게 차기작 계획을 물었다. 연 감독은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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