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들의 ‘쌩얼 가꾸기’ 아이템, 미안수의 세계

2018-03-0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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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우리나라의 뷰티 트렌드는 ‘자연스러운 쌩얼’이 되었다.

조선시대 미용재료로 쓰인 복숭아꽃. '도화살'이라는 말도 복숭아꽃에서 유래했다. / Pixabay
조선시대 미용재료로 쓰인 복숭아꽃. '도화살'이라는 말도 복숭아꽃에서 유래했다. / Pixabay

어느 순간 우리나라 뷰티 트렌드는 ‘자연스러운 쌩얼’이 되었다. 짙은 화장보다는 고운 피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쪽을 선호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기초 화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 사실 잡티 없이 깨끗한 피부에 대한 열망이 그리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부터 청결 관념과 함께 영육일치사상이 자리잡으면서 고운 피부를 가꾸는 미안수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안수는 세안 후 얼굴과 목, 손, 팔 등에 발라 살갗을 희고 부드럽게 하는 동시에 화장을 잘 받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액체 상태의 화장품으로, 오늘날의 토너와 유사하다.

미안수가 본격적으로 다양화된 것은 조선시대로, 당시 상류층 여성들은 분이나 연지보다는 피부 자체를 깨끗하게 하는 미안수를 선호했다고 한다.

미안수 재료로 가장 사랑받은 수세미 / Pixabay
미안수 재료로 가장 사랑받은 수세미 / Pixabay

짙은 화장을 천하다 여기는 당시의 유교적 문화가 미안수의 발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임진왜란 직후 일본에서 발매한 화장수 광고문안을 보면 ‘조선의 최신 제법으로 제조한...’이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여염에서 제조하던 미안수 중 대표적인 것은 박을 수확한 후 뿌리 부근의 줄기를 잘라 병에 꽂아 받아낸 즙이 있다. 음력8월 보름쯤 박줄기를 지상 두치 쯤에서 절단해 뿌리 쪽 덩굴을 빈 병에 꽂아두면 수일동안 뿌리에서 뽑아 올린 물이 병에 차오른다.

줄기를 통해 흘러나온 즙에는 미끈미끈한 성분이 있어 보습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기방에서도 애용했던 당귀 / Pixabay
기방에서도 애용했던 당귀 / Pixabay

또 한 가지 잘 알려진 미안수로는 지금도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는 수세미가 있다. 토막낸 수세미를 삶아낸 즙은 끈적이는 성분이 살결을 곱게 하고 윤기를 내는 역할을 했다. 이 즙은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박하를 빻아 넣어 향을 내거나 소주를 고을 때 얻은 증류수를 섞기도 했다. 수세미 성분은 수렴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피부가 수축되면서 시원한 느낌을 주어 여름철에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미안수도 계절마다 달라져서 봄에는 창포 잎을 끓는 물에 우려내 피부에 윤기를 주었고, 여름에는 복숭아 잎을 끓여 미안수로 사용했다.

7~8월경 복숭아 잎을 따서 헝겊 주머니에 넣어 목욕을 하거나 잎을 달인 물로 세안을 하면 탄닌 등의 성분이 물에 녹아 습진이나 가려움증, 땀띠, 여드름, 피부미용 등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피부와 머리결을 가꾸는 데 사용된 창포 / Pixabay
피부와 머리결을 가꾸는 데 사용된 창포 / Pixabay

가을에는 오말류 잎을 우려 미안수로 사용하면 지친 얼굴이나 여드름에 좋다고 하며, 응달에 말린 무 잎을 삶아낸 물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신경통에 좋다는 기록도 있다.

겨울철 미안수 재료로는 유자 씨와 당귀가 있다. 유자 씨를 절구에 찧어 달인 물은 얼굴이 트지 않게 하고 피부건조를 예방한다.

또 당귀의 줄기와 잎을 말려서 가루로 만든 후 주머니에 담고 그것을 뜨거운 물에 띄워 놓고 세수하면 방향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오래 전 드라마 ‘허준’에도 내의원에 들어갈 당귀를 빼돌려 기방에 팔았다는 에피소드가 등장한 적이 있다.

이런 다양한 미안수는 분을 바르기 전 밑 화장용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미안수만을 바른 채 화장을 끝내는 경우도 많았다.

미안수라는 명칭은 1960년대까지 사용됐으나 지금은 화장수로 바뀌었으며 성분과 효능 또한 달라졌다. 하지만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미에 대한 열망은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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