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지나서도 발길 끊이지 않는다” 성지순례로 유명한 인터넷 게시물 11개

2018-12-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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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작성되어 지금까지 성지순례되는 게시물도 있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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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인터넷 커뮤니티가 친숙한 개념이 됐을 때 '성지순례'라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했다. 성지순례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을 오랜 시간 뒤에 다시 찾아 댓글을 다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사연으로 유명해지는 게시물이 있다. 그 게시물들은 인터넷 밈(Meme)이나 유머 소재로 활용되며 한참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지 않게 된다. 이런 게시물 중에서도 일부는 성지로 등극해 몇 년이 지나도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성지를 찾아와 소원을 빌거나 최근 발생한 일을 기록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성지순례 게시물 11개를 정리했다.

1. 쿠키닷컴

인터넷 성지순례 문화 중 가장 최초가 되는 게시물이다. 2001년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이 시작이었다. 작성자는 쿠키닷컴이라는 먹다가 만 과자를 중고로 팔겠다는 글을 썼다.

지금 보면 그리 웃기지 않는 농담이었지만 인터넷 중고거래가 생소했던 당시에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유명한 게시물이 됐다. 2001년부터 2018년 5월 11일 기준 댓글 약 2만 500개가 달리며 대표적인 성지글로 꼽히고 있다.

오늘 산 중저가형 모델 싸게 팝니다.. - HIT 갤러리
2. 삼양라면 햄 사건

이 성지를 작성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발단은 2006년 디시인사이드 면식갤러리에 올라온 글 때문이다. 성지 작성자는 삼양라면을 오랜만에 먹었는데 햄 맛이 느껴졌다고 적었다. 그는 제조사에 연락해 삼양라면에서 햄 맛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그 이후 햄 맛이 사라져 만족스럽다는 후기를 남겼다.

그러나 햄 맛을 선호했던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작성자를 비난했다. 성지 작성자를 욕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고 이후 작성자는 12년 동안 욕설 댓글이 달렸다. 여전히 성지에는 이유를 막론하고 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욕설을 남기고 있다.

삼양라면 맛에 대한 글이 있어서 생각났는데... - 면식
2014년 성지 작성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햄 맛이 사라지게 된 것이 자기 탓이 아니라며 뉴스 보도를 소개했다.
삼양라면에 햄맛 빠진 거 나 때문이 아니래잖아 .. - 면식
그렇지만 이 게시물도 성지 글과 똑같은 수순을 밟았다. 사람들은 다시 득달같이 나타나 여전히 그를 욕하는 댓글을 달았다.

3. 빠삐놈

2008년 빠삐코 CF가 중독성 있는 노래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디시인사이드 합성 갤러리에서는 빠삐코 CF를 편집한 패러디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가장 싱크로율이 높고 완성도 있는 버전이 빠삐놈이었다. 빠삐놈은 빠삐코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합친 단어다. 빠삐놈 곡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단박에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노래에는 DJ KOO, 전진, 엄정화, 이효리 씨도 깜짝 출연한다.

4. "화질구지네요"

네이버 지식인에서 큰 웃음을 자아낸 게시물이다. 2007년 한 지식인 질문자가 놀이터에서 주웠던 새끼 새 사진을 첨부해 어떤 새인지 물었다.

질문자가 선정한 답변은 "화질구지네요"였다. 답변자는 "화질이 구리네요(좋지 않네요)"라는 의도로 남긴 답변을 질문자는 '화질구지'라는 새로 알아 들고 채택했다.

어처구니없는 이 게시물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며 성지 글이 됐다. "화질구지네요"라는 대사는 화질이 좋지 않은 사진이 첨부된 게시물에서 지금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유행어다.

5. 엄친아

지금은 일상어가 되어버린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란 단어의 어원이다. 2005년 심윤수 작가가 그린 웹툰 '골방환상곡'이다. 그는 세상엔 나보다 우월한 사람이 있다면서 '엄마 친구 아들'이라 소개했다.

이 에피소드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사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웹툰 이후 능력이 출중하고 빠지는 게 없는 주변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엄친아'가 활용됐다.

6. 확률을 구해주세요~

웃자고 올린 질문에 진지하게 달려들며 유명해진 사건이다. 2010년 네이버 지식인에서 한 질문자가 "우주에서 개미를 콧바람으로 떨어뜨려서..."로 시작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에서 확률을 물었다. 너무 조건이 많아 함부로 풀 수조차 없었던 질문이었지만 한 답변자는 해답을 꺼내 들었다. 그는 진지하게 조건 하나하나 확률을 따져가며 결론을 내렸다.

말도 안 되는 확률 계산에 많은 이가 감탄했고 네이버 지식인에서 유명한 성지 글이 됐다.

7. 550만 원어치 약 타본 사람?

감동적인 성지 글이다. 2008년 디시인사이드 엽기갤러리에 "550만 원어치 약 타본 사람"이라는 질문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백혈병 환자였다. 그는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 550만 원어치 사진 찍어 올렸다. 사연이 안타까웠던 사람들이 쾌유를 비는 댓글을 남겼다. 작성자 건강을 염려하는 댓글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지금도 "지금은 다 나아서 잘살고 있지?"라는 댓글이 달린다.

8. "손발리 오그라진다"

'손발이 오그라진다'라는 표현의 시초다. 이 글은 2002년 부산에서 어떤 할머니가 적은 경고문을 보고 흥미롭게 생각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가 소개한 게시물이다. 할머니는 어눌한 맞춤법으로 자기 방석을 훔쳐간 사람에게 "안 갓다 노면 방법한다. 방법 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라고 경고했다.

'주문을 건다'라는 의미를 지닌 '방법한다'라는 표현은 당시 유행어가 됐다. 그러다 차츰 사용 빈도가 줄어 이제는 '방법한다'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는 일상에서도 사용될 만큼 친숙한 단어가 됐다.

9.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서 가장 유명한 게시물 중 하나다. 주차장에 두 차량이 주차된 사진을 보고 설명하는 사람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나면서 촌극이 벌어졌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주차장 사진을 보고 기둥 뒤에 공간이 있어서 운전석 사람이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을 했다. 그러나 일부러 이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사람들은 "기둥 뒤에 공간 있는 건 알겠는데 운전석에서 사람을 어떻게 내리지?"라며 일부러 답답한 모습을 연출했다.

설명하는 사람들은 손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심지어 3D 영상을 제작하면서까지 기둥 뒤에 공간이 있음을 설명했다.

10. 내가 고자라니

2003년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나온 대사를 전 국민이 아는 유행어로 만든 지식인 게시물이 있다. 드라마 방영 당시 이 대사는 조금 웃긴 장면에 불과해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었다.

드라마가 종영되고 4년 뒤 지식인 한 질문자는 "야인시대에 고자라니란 사람이 총도 잘 쏘고 시라소니도 이겼다던데 사실인가요?"라고 엉뚱한 질문을 남겼다. 이 질문을 시작으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심영이 등장하는 장면이 필수 합성 요소로 등극했다.

야인시대에 고자라니
11. 마우스 충전되고 있는 건가요?

한 컴맹이 올린 네이버 지식인 질문 글이 있었다. 그는 "배터리가 없는거같아서 지금 usv?로 충전하고 있는데 불빛이 다른 색으로 변하질 않아요... 어떻게 하죠? 마우스 새 건데 고장난 건가요?"라고 질문했다.

질문에는 장난 섞인 답변이 달렸다. 한 답변자는 "10시간 충전하셨으면 10시간 사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어이없는 답변이었지만 질문자는 감사 인사로 "감사합니다! 10일이나 쓸 수 있겠어요!"라고 적었다.

순진무구한 이 질문 글은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터뜨리며 성지 글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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