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초래한 적대관계, 21세기에 종결될지 관심 (북미 정상회담)

2018-06-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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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 적대관계는 20세기 중반 발생한 한국전쟁에서 시작됐다.

지난 10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0일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회담'이 열린다. 약 70년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한 미국과 북한의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 적대관계는 20세기 중반인 1950년에 발생한 6.25 한국전쟁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반도 공산화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북한군에 맞서 미국 등 자유진영 국가들이 참전했다. 미국은 이들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연인원 175만 명이 참전했고, 3만 7000여 명이 전사했다.

미국과 북한은 1953년 판문점에서 이뤄진 한국전쟁 정전협정 조인식에서 악수도, 목례도, 관례적인 기념사진 촬영도 없이 문서에 서명만하고 약 10분 만에 헤어졌다. 

이후 양국은 20세기 내내 증오로 얼룩진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제2의 한국전쟁'이 벌어질 뻔한 일촉즉발 상황도 있었다. 1968년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76년 미군 2명이 사망한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은 B-52 폭격기,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을 위협했다.

  

북한은 "미국 위협에 맞선 체제 보장"을 명분으로 핵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은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시기인 1994년, 북한 핵 시설이 몰려있는 영변에 대한 폭격을 검토했다. 그러나 개전 초기 상당한 규모의 미군과 한국군,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예측으로 인해 포기했다. 

지난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 = 로이터 뉴스1
지난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 = 로이터 뉴스1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미국과 북한 사이에도 '대화 기회'는 있었다. 북한이 1998년 8월 첫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발사한 이후 이런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해 11월 대북 강경파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 조정관에 임명했다. 미국 내에서도 대북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대북 포용 정책을 추진한 한국의 김대중 정부(국민의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대화 국면'을 유도했다. 

결국 미국은 1999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계획을 전면 중단하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킨다는 대북 포용 정책을 뼈대로 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이 작성한 뒤 미국 의회에 보고해 '페리 보고서'로 불리기도 한다.

이후 미국과 북한은 역사적 화해를 시도했다. 

2000년 7월 사상 첫 북미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그해 10월에는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났다.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답방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원래 이 무렵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0년 11월 대북 경강파인 미국 공화당 조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빌 클린턴 대통령은 평양 방문 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어렵게 찾아온 미국과 북한 대화 기회가 한순간에 사라지게 됐다. 이후 양국은 20세기가 끝날 때까지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못했다. 한반도에 평화도 찾아오지 않았다.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함께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 벼락이 내리치고 있다 / 연합뉴스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함께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 벼락이 내리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한다.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사상 처음 만나 나누는 '대화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명문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상대로 체제 안전보장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20세기 아픈 역사가 초래한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가 21세기에는 종결될지, 이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지, 역사 교과서에 나올만한 '세기의 회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