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나 삭제됐는데 괜찮을까?” 개봉 첫날 본 영화 '베놈' 리뷰 (스포주의)

2018-10-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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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일 74만 명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
“삭제된 30분, 등급 조정이 영화에 영향 끼친 듯”

영화 "베놈" 포스터
영화 '베놈' 포스터

영화 '베놈'이 개봉하고 한국과 미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소니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마블 영화 '베놈'이 개봉했다. 해당 작품은 한국에서 개봉일 하루 동안 관객 74만 153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베놈'을 직접 본 기자가 논란이 된 부분에 관한 리뷰를 써봤다.

1. 원작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개봉 전부터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영화 평론가 'Daniel R'이 엠바고를 어기고 올린 트윗이 전 세계로 퍼졌다. 그는 "베놈이 영화 '캣우먼(Catwoman)'과 비슷할 정도로 최악이다. 톰 하디 이력에 최악의 영화로 남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영화 평론가 "Daniel. R"의 "베놈 평가 / Daniel R 트위터
영화 평론가 'Daniel. R'의 '베놈 평가 / Daniel R 트위터

소니는 개봉 일주일 전부터 언론시사회를 열었고 개봉일까지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말아 달라는 '엠바고(Embargo)'를 걸었다. 'Daniel R' 트윗 영향으로 '기대치를 낮추고 영화를 보겠다'는 SNS 사용자들이 늘었다. 영화가 개봉한 당일 극장과 SNS에서 작품에 관한 호불호가 크게 엇갈렸다.

마블을 영화로만 접했거나 특별히 사전정보를 얻지 않고 본 관객들의 경우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나라 관객들 가운데 혹평하는 관객이 적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북미 지역에 비해 한국 관객들은 원작 코믹스 '베놈'을 본 관객이 많지 않다. 하지만 원작 만화를 깊이 알고 있는 미국, 캐나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4일 오전 10시 영화 "베놈" 평점 /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
4일 오전 10시 영화 '베놈' 평점 / 미국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

4일 오전 10시 미국 대표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베놈'은 100% 만점에서 28%로 관객들의 평가를 받았다. 로튼 토마토 수치는 100%에 가까울수록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북미 지역 관객 가운데 원작 코믹스를 본 사람들은 "영화가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SNS에서도 '더 볼 것도 없다", "아마 베놈은 MCU에 들어갈 것이다. 이번 영화가 망하고 나서" 등 혹평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개봉했던 "스파이더맨3"의 베놈 / 영화 "스파이더맨3" 스틸컷
2007년 개봉했던 '스파이더맨3'의 베놈 / 영화 '스파이더맨3' 스틸컷

이들은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Symbiote)'를 묘사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심비오트는 처음에 악당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후반부에서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인다. 작품에서는 심비오트가 주인공 에디 브록(톰 하디) 몸에 기생하면서 동화됐다는 느낌으로 표현하지만 심경이 바뀌게 된 특별한 직접적인 설명이나 계기가 부족하다.

심비오트는 2007년 개봉했던 '스파이더맨3'에도 등장했다. 당시 메가폰을 잡았던 샘 레이미 감독은 베놈 캐릭터를 싫어해 의도적으로 분량을 줄이고 존재감을 없애 비판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베놈을 복수에만 몰두한 무뢰한, 아이처럼 떼쓰는 캐릭터로 그렸다. 반면 이번 작품에서 '베놈'은 '너무 가벼운' 사람으로 표현됐다. 사건이 전개될 때도 대부분 '우연'에 의해 진행된다.

영화 속 심비오트의 모습 / 이하 영화 "베놈" 스틸컷
영화 속 심비오트의 모습 / 이하 영화 '베놈' 스틸컷

심비오트가 변하는 과정, 약점이 드러나는 과정이 생략됐다. 원작 만화에서 '베놈'이 안티 히어로로서 다양한 심리 상태와 고뇌를 하는 데 반해 톰 하디가 연기한 베놈은 단편적인 모습만 보인다.

극장에서 인터뷰한 관객들의 경우 원작 이해도에 따라 만족감이 달랐다. 50대 관객은 "원작 만화가 있었는지 몰랐다. 재밌게 봤다"라고 했다. 마블 티셔츠를 입고 온 30대 관객은 "고뇌하는 안티 히어로를 기대했는데 (주인공이) 너무 가벼웠다. 개연성도 너무 부족했다"라고 평가했다.

2. 삭제된 30분

영화는 초반부, 중반부에 매끄럽게 이어진다. 우연적인 요소가 곳곳에 있었지만 영화 중반 오토바이 액션 장면과 '베놈' 캐릭터를 잘 표현한 CG 등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후반부다. 영화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뚝 끊긴 느낌이 든다.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 전투가 끝난 장면으로 넘어갈 때는 화면 전환이 부자연스러워서 '편집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지난달 27일 미국 영화 유튜버 채널 'Comics Explained'는 톰 하디(Tom Hardy)와 리즈 아메드(Riz Ahmed)를 인터뷰했다. 

유튜브, Comics Explained

해당 인터뷰에서 유튜버는 톰 하디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톰 하디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지만 관객들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실체 촬영 분량에서 30분가량 삭제됐다"라고 답했다.

톰 하디 발언 이후 제작사 소니는 이를 인정했지만 어디에서 삭제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나라(107분)는 북미 지역(112분)보다 5분이 짧아 쿠키 영상이 삭제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한국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와 비교해보면 해당 5분은 소니에서 개봉할 예정인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인 것으로 확인했다. 현재 한국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베놈'에는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이 삭제돼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의 영화 전문 기자 '피터 브래드 쇼(Peter Bradshow)'는 "막판 대결이 굉장히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30분 정도 삭제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것은 나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3. 청불 영화에서 청소년 관람 영화로

영화는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제작돼 촬영과 편집을 마쳤다. 하지만 소니 수뇌부는 PG - 13 등급(청소년 관람가)으로 연령 하향하기로 결정하고 30분가량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된 30분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주연배우 톰 하디가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꼽은 부분까지 편집된 것을 보면 현재 관객이 보는 분량은 감독과 배우가 처음 생각하던 R등급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톰 하디와 리즈 아메드도 유튜브 인터뷰에서 "편집된 분량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작품에서도 문제 될법한 부분이 삭제된 것을 알 수 있다. '베놈'은 원작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에서 사람의 머리를 먹는 행동을 많이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삭제됐다.

주인공이 입을 벌리지만 그 장면에서 갑자기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여러 번 나왔다. 삭제된 30분도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편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1억 달러(약 1128억 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영화 제작비의 33%를 중국 투자사 '텐센트(Tencent)'에서 지원했다. 중국 당국은 외화를 수입할 때 엄격하게 심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묘사, 공산당 정책에 어긋나는 부분 등에 대해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 뉴스 '데드라인(Deadline)'은 중국 투자사에 관해 "중국 자본의 영향을 받은 영화들은 강렬한 표현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밋밋하게 그려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베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라고 보도했다.

소니에서 베놈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포함될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였다. MCU 사장 케빈 파이기(Kevin Fiege)는 인터뷰에서 "베놈이 MCU에 합류할 가능성은 없다. 이번 솔로 영화는 소니의 작품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소니는 여러 장치를 통해 MCU 합류 가능성을 열어놨다. 우선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에 맞춰 수위를 조절했다. 주인공 '에디 브록'도 '가볍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주인공 '피터 파커'와 어울릴만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4. 쿠키 영상

일부 SNS를 통해 베놈 쿠키 영상이 2개라는 소문이 돌았다. 작품에 나온 쿠키 영상은 1개다. 일부 관객들은 "영상 2개 중 하나는 MCU, 스파이더맨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쿠키영상은 그 부분과 관련이 없다. 다만 스파이더맨, 베놈과 관련이 있는 캐릭터의 등장을 암시했다. 해당 영상에서 에디 브록이 하는 대사에 집중해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작품도 에서도 마블 명예회장 스탠 리(Stan lee)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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