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금으로 유기묘 돌보는 '할머니' 돕는다며..." 뒤끝 흐려진 펀딩
2018-11-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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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벅, 창작자가 프로젝트를 제시 후 후원받는 플랫폼
마치 박 할머니를 후원하기 위한 프로젝트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도…
한 크라우드 펀딩 창작자가 홀로 유기묘를 돌보는 할머니 이름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지난 8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진행됐던 '올겨울은 뚠냥이와 함께, 담묘 : 고양이 담요'라는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텀블벅'은 창작자가 예술 및 문화 관련 프로젝트를 제시하면 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후원자가 원하는 금액을 후원할 수 있는 사이트다. 창작자가 제시한 목표 금액을 100% 달성하면 후원 마감일에 결제가 일괄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창작자는 후원자에게 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제공한다. 즉시 금전과 상품이 오고가는 '거래'라는 개념보다, 후원을 통해 창작자가 상품을 만들고, 이 결과물을 보답으로 제공하는 '후원'이라는 개념이 사용되는 이유다.
'올겨울은 뚠냥이와 함께, 담묘 : 고양이 담요'는 후원자에게 금액에 따라 고양이 뒷모습이 그려진 담요나, 스티커 또는 손거울을 제공하는 프로젝트였다.
지난달 24일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애묘인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후원했다.
지난달 29일 펀딩 달성률이 100%를 넘자, 창작자 측은 후원성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아픈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혼자 보살피는 박옥래(71) 할머니를 돕겠다고 했다.
박옥래 할머니는 충남 천안 길 위에서 보따리 나물 장사를 하면서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박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개와 고양이들만 100여 마리다. 박 할머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애묘·애견인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창작자들은 목표 금액의 200% 달성 시 할머니에게 고양이 사료 20kg 후원, 300% 달성 시 고양이 간식 1박스 후원, 400% 달성 시 고양이 겨울나기 담요 제공 진행 계획을 공개했다.
이 후원 계획 세부사항이 알려지자, 후원자들은 박옥래 할머니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후원을 받는 금액에 비해 할머니에게 제공하는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홍보를 진행할 때도 '박옥래 할머니를 후원한다'라는 문구와 해시태그를 달아 담요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마치 박옥래 할머니를 후원하기 위한 프로젝트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실제로 이들이 제공하는 물품 금액은 400% 초과 달성 시에도 약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에 그쳤다. 제작자가 언급했던 목표금액의 400% 초과 달성 시 이들이 후원받게 될 금액이 약 500만 원임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치였다.
창작자는 사료 후원에 대해서도 박옥래 할머니가 "많은 양의 사료가 필요 없다"며 100kg 사료 대신 20kg 사료를 부탁했다고 밝혔지만, 한 트위터 이용자가 할머니에게 직접 연락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비판이 거세지자 창작자 측은 지난 6일 "홍보를 진행하며 ‘후원형’의 색이 강한 단어 선택으로 후원을 하는 것이 저희 프로젝트의 메인이 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라며 "후원을 강조한 홍보는 전면 삭제 처리하여 후원 100% 달성에 따른 ‘공약성 후원’임을 확실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창작차 측은 프로젝트 종료 후에 이 사실을 아는 후원자들에게는 환불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미 후원을 전부 받은 상태에서 원하는 사람에게만 환불해준다고 밝힌 지침이 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 8일 펀딩 사이트 '텀블벅' 측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텀블벅'은 이 프로젝트를 제작자와 상의한 끝에 "추가된 기부에 관한 약속을 마치 프로젝트의 본래 펀딩 목표인 것처럼 홍보하여 후원자를 호도한 점은 저희 운영정책에 어긋난다"며 중단시켰다.

텀블벅 측은 중단 사유에 대해 "본 프로젝트는 창작자가 텀블벅의 프로젝트 펀딩 승인 이후, 초과 달성에 따라 '박옥래 할머니'께 사료를 기부하겠다는 공약을 추가하였다"라며 "프로젝트를 추가 홍보하는 과정에서 마치 펀딩의 본 목적이 사료를 기부하기 위함인 것으로 인지될 수 있는 내용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원자들이 프로젝트의 본 목적에 관해 잘못된 사실에 기반하여 후원하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덧붙였다.
'텀블벅' 측은 "프로젝트에는 기부형, 후원형이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후원형으로 시작했지만 기부성으로 흘러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텀블벅'은 "기부형 프로젝트 같은 경우였다면 꼼꼼히 기부처와 내용을 검토 후 신뢰가 가면 공개한다"라며 "이번 건은 창작자가 순수한 의도로 진행했지만 내부 기분에 부합하지 않아, 창작자와 논의 끝에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박옥래 할머니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할머니는 "고양이 40~50마리, 개 48마리를 키우고 있다"며 "아픈 고양이만 9마리"라고 전했다.
할머니는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일이 이전에도 있었다며 "한 연인이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양이 사진으로 물건을 만든다고 했었다"며 "예뻐서 밥도 해먹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수익금 절반을 후원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서 간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사료를 보내준다던 담요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됐냐"며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할머니는 펀딩이 중단된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재까지 벌어진 사건을 듣고 나서는 "지금 생각해보니까 장사꾼 같다"라며 "나를 장삿속으로 이용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사전 후원자들은 박옥래 할머니 계좌에 직접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트위터 상에서는 직접 기부를 했다며 '인증 사진'을 게시하는 이용자들도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