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에 딱” 한 해를 정리하는 100가지 질문 '연말정산'

2018-11-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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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은 한 해를 돌아보는 100가지 질문을 컨셉으로 한 독립출판물이다.
0번째 질문인 “어떤 OO년”은 '연말정산'의 대표 질문이다.

이하 위키트리
이하 위키트리

한 권의 책이 연말 풍경을 바꾸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 '데이오프'가 만드는 '연말정산'이다.

'연말정산'은 한 해를 돌아보는 100가지 질문을 컨셉으로 한 독립출판물이다. 올해로 4번째 책이 나왔다.

필자는 지난해 연말 처음 '연말정산'을 알게 됐다. "연말정산은 13월의 월급이라는 말이 있지요. 작은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라는 쪽지와 함께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다.

1번부터 100번까지 질문에 답을 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한 해를 정리한 느낌이 들었다. 책보다 취향을 덜 타고 마음을 써 고른 거 같아 선물한 이가 자주 떠올랐다.

이하 데이오프 제공
이하 데이오프 제공

'연말정산'은 나와 내 지인들의 연말 풍경을 바꿔놨다.

연말 모임에 챙겨가 지인과 함께 책에 적힌 질문을 주고받았다. 술을 마시거나 뻔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흥미로운 질문들을 나누니 대화의 밀도가 높아졌다.

0번 "어떤 OO년"은 '연말정산'의 대표 질문이다.

괴로운 한 해를 보낸 이는 욕을 쓰기도 한단다.

데이오프 고유진 씨는 "쉬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첫 질문이고 제목처럼 느껴져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는 거 같다”고 전했다.

올해에는 ▲내 몸에 잘 맞는 OO ▲올해 가장 한심했던 순간은 OO ▲OO아, 사실 언팔했어 ▲사진첩에 제일 많은 OO ▲우연히 마주한 OO은 아름다웠다 등 흥미로운 질문이 추가됐다.

올해 연말에는 위키트리 '청년과 지자체장의 솔직 토크 - 청년과장' 출연자들과 함께 '연말정산'을 나눴다.

청년 창업가부터 청년 예술가, 청년 정치인 등. 하는 일도 생각도 다른 이들이 '연말정산' 질문을 주고받았다. 인상적인 답변을 정리해봤다.

15. 내 몸에 잘 맞는 ____

내 몸에 잘 맞는 공진당

내 몸에 잘 맞는 수면양말

내 몸에 잘 맞는 옷이 있었던가…?

내 몸에 잘 맞는 베개를 찾아서 삶의 질이 올라갔다

17. 올해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글은 ____이다

올해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글은 6년 전 엄마가 나에게 써준 편지다

올해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글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이 없어다

18. 올해 연락하지 못한 ____에게 지금이라도 연락하고 싶다

올해 연락하지 못한 중학교 친구에게 지금이라도 연락하고 싶다

올해 연락하지 못한 초등학교 미술 선생님께 지금이라도 연락하고 싶다

올해 연락하지 못한 8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께 지금이라도 연락하고 싶다. (돌아가신 후 한 번도 산소에 가지를 못했다...)

28. 올해 가장 한심했던 순간은 ____다

올해 가장 한심했던 순간은 집 출입키 번호를 까먹었을 때다

올해 가장 한심했던 순간은 술을 마셨을 때다.

올해 가장 한심했던 순간은 남한테 조언했을 때다.

올해 가장 한심했던 순간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많아서 같다

32. 우연히 마주한 ____은 아름다웠다

우연히 마주한 원피스 카페는 아름다웠다.

우연히 마주한 (블라인드 고장 난) 내 방 야경은 아름다웠다

우연히 마주한 서울혁신파크 어느 건물 뒷마당에 핀 겹벚꽃은 아름다웠다

95. ____아, 사실 언팔했어

대학동기 오빠, 사실 언팔했어 (진짜 너무 싫어. 내 인스타 좋아요 누르지마!)

회사 (남자) 선배님들, 사실 언팔했어

전 남친아, 언팔했어

다이어트 블로거들아, 사실 언팔했어

적금통장아, 사실 언팔했어 (인스타그램 안 함...)

아빠..아, 사실 언팔했어

위키트리야, 사실 언팔했어

96. 사진첩에 제일 많은 ____

사진첩에 제일 많은 기억 저장용 스크린샷

사진첩에 제일 많은 언젠가 읽어보고 싶은 책 캡쳐

사진첩에 제일 많은 국밥 사진

사진첩에 제일 많은 전 직장 동료들

사진첩에 제일 많은 내 강아지. 내 딸

98. ____해서 미안해

퓨마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젊음을 낭비해서 미안해

일 못 해서 미안해

몸아 일을 너무 해서 미안해

엄마 자주 못 가서 미안해

99. 올해 나의 가장 큰 도전은 ____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도전은 대유잼 인싸가 되는 것이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도전은 타인에게 내 분노를 표출하는 거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도전은 퇴사 이후다

올해 나의 가장 큰 도전은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데이오프'가 '연말정산'을 만들게 된 계기도 소중한 이들과 뜻깊은 연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그 시작이었다.

고유진 씨는 "저희끼리 연말에 함께 즐길만한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서로 질문을 돌아가며 하다가 이걸 책으로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사실 '연말정산'은 100가지 질문이 아니다. 102가지 질문으로 엮어져 있다. '0번'과 '101번' 질문 때문이다.

101번 질문은 영화 쿠키 영상처럼 마지막 페이지에 꼭꼭 숨겨져 있다. 질문은 바로 "2018년 A Piece of Cake"이다. 올해 연말정산이 처음으로 정한 컨셉이기도 하다.

고유진 씨는 "홀 케이크 같은 인생에서 조각 케이크 같은 삶의 한 부분(2018년)을 돌이켜 봤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연말정산'은 권당 6000원이다. 소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구매할 수 있다. 데이오프 측은 "기회가 된다면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나 커뮤니티 공간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 밝혔다.

- 마지막으로 '데이오프'가 전하는 '연말정산' 활용 Tip

밑줄에 딱 맞게 채울 필요가 없어요. 자유롭게 쓰셔도 됩니다. 단순한 질문을 던지지만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리는 분도 계시고 본인만의 다이어리나 일기장처럼 쓰시는 분도 계세요. 책에 여백도 많고요. 다 삐져나가도 상관 없어요. 막 다뤄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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